조계종 법전 종정 하안거 해제 법어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이 8월 15일 하안거(夏安居) 해제일을 맞아 법어를 내렸다.

법전 스님은 12일 발표한 법어를 통해 중국의 운문선사가 후학들을 제접한 일화를 예로 들며 “선림의 해제대중들은 만행길에 선지식을 만나거든 내가 지난 결제동안 공부한 것이 금인지 똥인지를 제대로 점검받아야 할 것”이라면서 “그렇게 된다면 해제길이 또 다른 결제길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가 전국 선원의 정진대중 현황을 정리한 <무자년 하안거 선사방함록(戊子年 夏安居 禪社芳啣錄)>에 따르면 전국 95개 선원(총림 5곳, 비구선원 56곳, 비구니선원 34곳)에서 2,259명(비구 1140명, 비구니 924명, 총림 195명)의 대중이 용맹정진한 것으로 집계 됐다.


<2552(2008)년 하안거 조계종 종정 도림법전 대종사 해제법어>
똥막대기를 마음껏 물어 뜯어라

운문선사께서 해제를 하고 만행 온 납자에게 물었습니다.
“여름 결제 때에는 어디에 있었느냐?”
“형주의 남쪽에서 금(金)을 나누었습니다.”
“얼마나 나누어 가졌느냐?”
납자가 양손을 펴보이자 말씀했습니다.
“기와조각이구나.”
“스님께선 별 것이라도 가지고 계십니까?”
“마른똥막대기(乾屎궐[木+厥])를 마음대로 물어 뜯어라”
이 납자는 결제동안 열심히 정진하여 공부 좀 한 것이 금덩어리인줄 알고 지니고 다녔던 것입니다. 만행길에 운문산에 들러 자랑스럽게 운문선사에게 내보였는데 그것이 기와조각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공부하는 방법을 물었더니 ‘마른똥막대기를 물어뜯어라’는 대답을 듣게 됩니다.

운문선사에게 어떤 납자가 물었습니다.
“여하시불如何是佛이니고?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간시궐(乾屎궐[木+厥])이니라. 마른똥막대기이니라.”

똥은 하찮은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하찮은 것 인줄 모를 때는 그것이 금인 줄 압니다. 똥도 누렇고 금도 누렇기 때문입니다. 공부를 하다보면 금인 줄 알았는데 똥인 경우가 많습니다. 법은 금이지만 법에 대한 집착은 똥입니다. 그러나 안목이 열리지 않는 범부승은 ‘법’과 ‘법에 대한 집착’을 구별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똥과 금을 착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똥과 금은 둘이 아닙니다. 번뇌의 똥을 치우면 보리의 금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선림의 해제대중들은 만행길에 선지식을 만나거든 내가 지난 결제동안 공부한 것이 금인지 똥인지를 제대로 점검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해제길이 또 다른 결제길이 되는 것입니다.

살시살요혼한사 撒屎撒尿渾閑事라
호호수분후여향 浩浩誰分嗅與香고
똥 오줌 뿌리는 짓거리는 모두가 부질없는 일이로다.
이는 끝이 없거늘 누가 향기와 악취를 구별해 내겠는가.

2552(2008)년 하안거 해제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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