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계종 25교구본사 주지들이 ‘교구본사주지협의회’를 결성했다는 소식이다. 친목단체의 성격을 띤다고는 해도 이런 류의 임의단체가 세력화하는 전례를 자주 봐왔기 때문에 우려스런 마음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동 협의회가 올바른 행보를 통해 불교와 조계종의 발전에 기여해주길 촉구한다.

본사주지협의회 결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대 초 故 법장 스님(前 총무원장)의 주도아래 결성된 바 있으며, 스님이 총무원장에 오르는데 지지기반이 되기도 했다. 25교구본사는 조계종 2500여 전국사찰을 사실상 대표한다. 행정적으로는 물론 천년 고찰의 면모를 감안하더라도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사찰로 손꼽히기에 부족하지 않다. 그런 만큼 이들의 행보는 불교계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조계종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교구본사주지들이 종법 상 ‘본사주지회의’가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로 친목단체를 결성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 가볍게 봐넘길 사안이 아니다. 물론 이들이 종단의 발전을 위해 창의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등 순기능적 역할을 해낼 수도 있다. 그러나 세력화해 종권다툼 등 종단정치에 개입할 경우 불교 장자종단인 조계종을 극한 분열로 내몰 수도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종교편향 문제를 다루기 위해 7월 24일 열린 교구본사주지회의에서는 안건에도 없었던 황우석 지지 결의문이 채택됐다. 사회적 논란이 있던 사안인 만큼 심사숙고해 판단해야 할 사안이었음에도 황 교수와 친소관계가 있는 한두 스님의 주도아래 통과됐다. 교구본사주지 스님들의 행보가 믿음직하지 않은 또 하나의 이유다.

이명박 정부 초기임에도 종교편향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불교계가 똘똘 뭉쳐야 한다. 교구본사주지협의회의 사려 깊은 행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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