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화 민족사 대표, 오ㆍ매 분별 비판

◇좌선 수행 중인 성철 스님의 생전 모습.

“꿈속에서조차 화두를 놓지 말아야만 깨닫게 된다는 성철 스님(1911~ 1993)의 오매일여(寤寐一如) 견해는 잘못됐다. 그 자체가 분별망상이다.”

민족사 대표 윤창화 씨는 7월 7일 열린 제7차 불교 월요포럼에서 ‘오매일여는 가능한가-오매일여의 진실과 오해’라는 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윤 씨에 따르면, 오매일여란 ‘깨어 있을 때[寤]나 잠잘 때[寐]나 똑같은 하나’란 뜻이다. 오(寤)와 매(寐)를 분별하지 말라’, ‘자나 깨나 한결같이 참구하라’는 의미의 ‘오매항일(寤寐恒一), 오매상일(寤寐常一), 몽교일여(夢覺一如)’도 같은 의미다. 그런데 근래 수행자들은 오매일여를 이러한 원 뜻과 달리 깨달음의 경지를 가늠하는 잣대로 잘못 인식하고 있으며, 그러한 원인에는 성철 스님의 견해가 크게 작용했다는 게 윤 씨의 주장이다.

그는 “근래 수행자들은 낮에 깨어 있을 때나 밤에 잠잘 때나 똑같이 화두를 놓지 않고 생생하게 참구해야만 비로소 깨닫게 되고, 못하면 완전한 깨달음(돈오)에 이르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씨에 따르면 몽산화상 이후부터 오매일여를 문학적·신비적으로 해석·표현해 실제적 상황으로 혼동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성철 스님의 《선문정로》(‘오매일여’장, 1981)와 《백일법문》(하권 263쪽 ‘오매일여’)은 이를 넘어서 더욱 과잉해석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선문정로》의 ‘오매일여’ 장에는 “화두를 참구하고 있는 상태가 낮(깨어 있을 때)에는 말할 것도 없고 밤에 잠 속에서도 들려야 한다. 만일 잠 속에서 화두를 놓치거나 망각, 또는 상실한다면 그것은 아직 미완의 깨달음으로서 돈오는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즉 《선문정로》에서는 완전한 깨달음(돈오)의 기준을 오매일여에 두고 있다.


자나깨나 한결같이 참구한다는
원뜻과 달리 깨달음 가늠 잣대 돼


▲ 오매일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윤창화 씨.
그는 “선사나 경전에서는 오매일여가 돼야만 깨닫게 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윤 씨에 따르면 오늘날 해석과 달리 《벽암록》의 저자 원오극근 스님이나 간화선을 주창한 대혜 종고 스님은 오(寤)와 매(寐), 꿈과 현실을 둘이 아닌 하나로 보라[不二一元]고 했다.

윤 씨는 “이는 본질적으로 모두 부처인데 깨달음과 깨닫지 못함, 또는 꿈과 현실을 분별할 것이 없음을 강조한 것”이라며 “화두참구의 상태와는 무관하며, 화두를 참구하고 있는 상태가 실제 오매일여가 돼야 한다는 말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오매일여’란 말이 처음 등장한 《능엄경》 제10권 ‘상음변마(想陰辨魔)’장에서도 오매일여는 ‘생각이 다 없어지면 깨어 있거나 잠을 잘 적에 꿈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로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낮에는 생각이 없고 밤에는 꿈이 없는, 번뇌가 완전히 소멸한 상태를 오매항일이라고 말하고 있지 화두참구가 실제 오매일여가 돼야 한다는 말은 없다는 것.

윤 씨는 이러한 잘못된 인식은 신비스럽고 주술적인 도교 영향(양생술, 신선도, 기공)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오매일여도 환상의 일부라는 것. 그는 “깨달음이란 그 정의가 번뇌 망상을 제거해 고통으로부터 벗어난 자유인이 되는 것으로 실제 화두를 들고 있는 상태가 오매일여 돼야 한다”며 “오매일여 돼야만 깨닫게 된다는 해석은 깨달음의 정의는 내팽개치고 도교적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윤 씨는 “인기 영합주의로 관심을 불러일으키거나 성철 스님을 비판하려는 맘은 추호도 없다”면서 “1년 전부터 관련 강의를 해오면서 ‘오매일여’의 잘못된 해석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성철선사상연구원 연학실장 원충 스님은 “성철 스님의 오매일여는 화두 참구하는 수좌들의 자기 점검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며 “그의 오매일여 견해가 도교적 관념이라고 결론짓고 있으나 오매일여와 도교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증이 없다”고 반박했다. 윤창화 씨는 이에 “불교가 도교의 영향을 받은 것은 학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이에 대해서는 추후 1~2차례 논문을 써 밝힐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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