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7일 가톨릭 사제라 할 수 있는 광주가톨릭신학대 학생 20명이 조계사를 방문했다. 이들은 가톨릭이 신학생들의 이웃 종교 교리와 문화 이해를 넓히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 참가자들. 조계사 뿐 아니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청, 정교회 한국대교구청, 성균관, 천도교 등도 앞서 들렀다.

가톨릭·개신교 등 타 종교 성직자들이 다른 종교를 공부하는 사례는 많다. 특히 불교를 공부해 석·박사학위를 취득하는 경우도 있고, 신학교 재학시절 비교종교학을 통해 공부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지금은 가톨릭 사제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곽상훈 신부는 2005년 동국대 역사상 처음으로 불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타 종교 성직자다. 서강대에서 ‘선(禪)’을 강의하는 프랑스인 서명원 신부(본명 베라나드 스네칼)는 프랑스에서 ‘성철 스님의 생애와 전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개신교 쪽은 서강대에서 20여 년 동안 불교 관련 강의를 한 길희성 명예교수가 대표적이다.

반면 불교계에는 가톨릭 혹은 개신교 교리를 체계적으로 연구해 학위를 취득한 스님이 몇 명이나 될까? 기자는 스님(비구, 비구니)이 되는 과정에서 불교를 제외한 다른 종교에 대해 배운다는 말조차 들어보지 못했다.

가톨릭이나 개신교가 불교에 비해 개방적이고, 선교에도 적극적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포용성에 있어서는 불교를 따르지 못한다는 게 불교도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상대를 알지 못하면서 어떻게 포용이 이뤄질 수 있단 말인가. 불교를 제외하고는 다른 종교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는 스님이 타 종교인을 어떻게 포교할 수 있단 말인가.

‘똘레랑스’란 말이 있다. 프랑스어로 ‘타인의 정치적, 종교적 견해와 행동방식에 대한 존중’을 의미한다. 예비사제들이 사찰 등 타 종교시설을 찾는 발걸음엔 이런 의미가 깔려 있지 않나 싶다. 물론 여기에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의미도 없진 않을 게다. 예비사제들의 이러한 행보를 불교계는 깊이 새겨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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