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法 실천 통한 불국정토 구현 상징

법사품의 말미에서 《법화경》을 전파하는 사명을 담당할 법사들이 지켜야할 원칙 세 가지를 강조한다. 홍법의 삼궤로 알려진 ‘여래의 방, 여래의 옷, 여래의 자리’이다. 이에 대한 설법이 끝나자 부처님 앞에 칠보로 만든 보탑(寶塔)이 땅에서 솟아나와 공중에 머물러 있었다. 화려하게 장엄된 보탑 속에서 “능히 평등한 큰 지혜로 보살을 가르치는 법이며, 부처님께서 보호하고 생각하시는 《법화경》으로 대중을 위해 설법하시니, 이와 같이 석가모니 세존께서 하시는 말씀은 모두 진실”이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갑작스러운 일에 대중들이 모두 놀라 기이한 마음을 가누지 못하고 있을 때, 대요설보살이 부처님께 이러한 기적이 일어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하게 된다. 이에 부처님께선 “이 보탑 안에는 여래의 전신이 계시는 것과 같다. 오랜 과거에 동방으로 한량없는 아승지 세계를 지나서 보정이라는 나라가 있었으며, 그 나라에 다보라는 부처님께서 계셨다. 그 부처님께서 서원을 세우셨는데 그것은 ‘내가 만일 성불하여 멸도한 뒤에 서방국토에 《법화경》을 설하는 곳이 있으면 나의 탑은 이 《법화경》을 듣기 위해 그 앞에 나타나 증명하고, 거룩하다고 찬양하리라’는 것이었다”고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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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선 신통력을 가지고 《법화경》을 설하는 곳이
있으면 보탑이 그 앞에
솟아나는데, 그 보탑 안에는 여래의 전신이 있어서
찬탄할 것이라 재차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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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부처님께서 적멸의 세계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내가 멸도한 뒤 나의 전신에 공양하려는 사람은 마땅히 하나의 큰 탑을 세워라”고 말하며, 부처님께선 신통력을 가지고 《법화경》을 설하는 곳이 있으면 보탑이 그 앞에 솟아나는데, 그 보탑 안에는 여래의 전신이 있어서 찬탄할 것이라 재차 강조한다. 다보여래의 보탑이 땅 속에서 솟아난 이유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견보탑품의 서두에 나오는 이상의 내용은 신비로운 만큼 그 상징성이 다양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구체적으로 보탑이 상징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보탑이 땅속에서 솟아나 공중에 머물러 있었다는 구절을 통해 보탑의 전체적인 상징성을 추정해 볼 수 있다. 《법화경》 연구가들은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그 의미를 밝히고 있다.

전법활동이 탑 만드는 일이면
법사 활동은 법신 공양하는 일

첫째, 보탑은 여래의 진실한 모습을 상징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시공을 초월해 그 진실한 모습으로 중생들을 교화하기 때문이다. 땅속은 과거를 의미하며, 지표는 현재를 의미하고, 공중은 미래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즉 정지적인 것이 아니라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향하고 있는 여전히 동적인 이미지를 우리에게 준다고 본다. 여래는 정지적인 것이 아니라 여전히 우리들 속에 살아 숨 쉬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탑이란 층층이 중첩된 것이지만 그것은 조화와 균형미를 살리지 않으면 허물어지고 만다는 점에서 교단을 상징하는 것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교단의 발전과 함께 부처님의 말씀이 빛을 발하게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일리가 있는 해석이 아닐 수 없다. 셋째, 부처님의 진실한 모습이라 해석하든 아니면 교단으로 풀이하든 그것은 부처님의 교법이 없으면 성립할 수 없는 것이란 점에서 교법으로 해석한다. 법의 중요성을 고려하거나 아니면 《법화경》이 교법을 중시하는 경전이란 점을 감안하면 셋째 해석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보탑이란 가르침의 실천을 통해 쌓아지는 탑이란 의미가 된다. 동시에 ‘보탑 안에 여래의 전신이 있다’는 경전의 내용과도 어긋나지 않는다.

중국을 대표하는 법화사상가 중에서 천태대사 지의는 《법화문구》에서 보탑을 ‘실상의 경지’로 이해한다. 보탑이 실상의 경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법신의 의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탑 안에 여래의 전신이 있다’는 경전의 구절 중에서 여래의 전신을 법신으로 해석한 것이다. 가상대사 길장은 《법화의소》에서 “보탑이 솟아 나타난 것은 ‘법신에는 생멸(生滅:태어나고 소멸하는 시간적 개념)이 없지만 방편에는 생멸이 있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라 해석한다. 그렇지만 길장은 여기서 더 나아가 진속이제의 논리에 의거해 보탑이 출현한 이유를 설명하고자 한다. 즉 “옛날에는 방편으로 진실을 가렸기 때문에 방편의 가르침을 땅과 같다고 하며, 이제는 방편을 없애고 진실을 나타내므로 땅에서 솟아 드러난 것과 같다고 한다. 혹은 옛날에는 자취에 집착하고 본질에 미혹했기에 미집(迷執)으로 땅을 삼았다. 이러한 집착은 장차 무너질 것이므로 땅이 갈라져 탑이 드러난 것과 같은 것이다. 탑이 공중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부처님의 법신이 실상의 허공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고 말한다. 길장은 삼론사상에 입각해 《법화경》을 해석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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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이 곧 법신이며,
이 법신을 부처님의 유골 사리
보다 더 중요한 법신 사리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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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탑을 어떻게 해석하든지 다양한 학설이 존재할 수 있다. 그렇지만 너무 현학적인 해석을 피해 이해 가능한 해석이 우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현대의 학자들이 해석하듯이 진리의 보탑, 혹은 가르침의 보탑이라 해석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법화경》 보다 성립이 약간 빠른 것으로 추정되는 《소품반야경》에서 법신을 경전으로 해석하는 것도 참고가 될 수 있다. 경전 속에 부처님의 정신이 들어 있으며, 그 정신을 우리는 법신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보탑 속에 여래의 전신이 들어 있다는 표현도 대승경전의 일반적인 흐름에 편승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법화경》이 있는 곳에는 탑을 만들 필요가 없으며, 탑을 만들더라도 사리를 안치할 필요가 없다는 법사품의 내용과도 일치한다. 경전이 법신이며, 법신을 부처님의 유골 사리 보다 더 중요한 법신 사리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견보탑품에선 보탑이 출현한 이유가 《법화경》의 설법 내용을 부처님의 올바른 가르침이라 증명하는데 있으며, 동시에 부처님의 거룩한 공덕을 찬양하는데 있다고 설한다. 그러면서 여래의 전신에 공양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하나의 큰 탑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큰 탑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법사품 이래 줄곧 강조되고 있는 《법화경》을 널리 세상에 알려 불국정토를 만드는 일이다. 수지, 독, 송, 해설, 서사로 표현되는 전법활동이 바로 탑을 만드는 일이며, 부처님의 법신에 공양하는 일이라 풀이한다. 이러한 일은 하는 사람들을 법사라 부르며, 법사의 활동이 곧 법신을 공양하는 일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그래서 경전은 커다란 믿음의 힘과 지원(志願)의 힘과 선근(善根)의 힘이 필요하다고 본다. 법신을 공양하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견보탑품 전편을 통해 보탑이 용출한 것은 서품부터 법사품에 이르는 내용을 증명하는 것이란 평가는 고전적이라 말할 수 있다. 흔히 증전기후(證前起後)로 성격을 규정하는데 있어서 증전에 해당하는 것이 보탑이 용출한 의미로 평가한다. 성립사적인 의미에서 본다면 견보탑품은 전편의 부촉품에 해당하는 내용이라 말할 수 있으며, 뒤이어 나오는 데바닷다품과 함께 별도의 경전으로 유행하다가 《법화경》에 편입된 것으로 보는 학자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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