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가’ 사찰정보 고의누락 의혹
종평위, ‘문화왜곡’ 공개사과 촉구

 

▲ 문제가 된 국토해양부 '알고가' 서비스. 봉은사를 검색하자 빨간색 화살표로 위치만 가리킬 뿐 어느곳에도 봉은사 명칭이 보이지 않는다. 반면 인근 교회의 경우 십자가와 함께 작은 교회까지 세밀하게 표기하고 있다.
▲ 자동차용 내비게이션에 사용되는 모 업체 지도. 봉은사가 또렷이 명기돼 있으며, 대형 교회를 제외한 소규모 교회는 기입하지 않아 대조를 보인다.

국토해양부가 수도권 대중교통정보이용시스템 ‘알고가(www.algoga.go.kr)’를 운영하면서, 작은 교회 및 성당은 빠짐없이 등록한 반면 불교 사찰들은 한곳도 표기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한 불자가 정보검색 후 조계종 총무원에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직접 대중교통정보이용시스템을 이용해 봉은사를 검색한 결과, 인근의 작은 교회들은 십자가 형상과 함께 소개되지만 정작 ‘봉은사’는 지도상 위치만 가리킬 뿐이다. 조계사 역시 주변 버스정류장들이 ‘조계사’임을 나타내고 있다.

일반 자동차용 내비게이션의 경우 일정 규모 사찰과 교회 및 성당 등이 균등하게 기재되는 것과 달리 ‘알고가’에는 사찰 정보는 배제한 채 작은 규모의 교회와 성당까지 십자가 형상과 함께 세밀하게 등재하고 있다. 또 자동차용 내비게이션 등에서는 쉽게 검색되는 사찰들도 알고가에서는 아예 등록조차 안 돼 있어 ‘의도적’ 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 사실을 제보한 불자는 “이는 정부 담당자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며, 편향을 넘어서 의도적인 정보 차단”이라고 지적했다.

‘알고가’ 서비스는 시내·외 버스 노선 및 정류소, 지하철 운행 및 환승주차장 정보 등을 수도권 시민에게 제공해 △도심 주차난 해소 △대중교통 운영자 수익 증대 △환승주차시설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2003년 1월부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버전은 6월 9일부터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이전 단계에서는 사찰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위원장 손안식. 이하 종평위)는 23일 현 정부의 종교편향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의 공개사과와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종평위는 “역사성, 문화성, 상징성 등을 고려해, 객관적인 지리정보를 제공해야 함에도, 국토해양부 ‘알고가’ 서비스는 막대한 정부 예산을 들여 특정종교를 선교하는 꼴”이라고 비난하고 “외국인을 위한 영문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한국에는 교회밖에 없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알고가’에 1천700년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불교 사찰과 상징물을 제외한 것은 분명 누군가의 지시와 감독이 수반될 일”이라며 “특정 종교를 위해 복무하고자 하는 공무원 및 관련기관의 엄중 처벌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의 특정 종교 편향에 심히 우려를 표하고, △국토해양부 장관의 공식 사과와 즉각 사퇴 △알고가 담당 공무원과 관련 기관 중징계 △국토해양부 이전의 알고가 데이터에도 불구하고 많은 예산을 낭비한 대중교통이용정보시스템에 대한 진상조사와 결과 즉시 공개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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