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수행·포교 대담집 펴낸 광우 스님

세계에서 유일하게 비구니 법맥을 이어오고 있는 한국불교계에서 비구니 스님들의 위상은 지난 수십 년 사이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이런 배경에는 비구니 원로 스님들의 오롯한 수행정신과 포교, 후학 양성에 대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한 축을 담당했던 원로 비구니 광우(83, 사진) 스님이 출가 70년과 포교 50년의 이야기를 대담형식으로 풀어낸 《부처님 법대로 살아라》(조계종출판사, 14,800원)를 펴냈다.

“일제강점기에 출가했는데 당시는 비구니가 공부할 수 있는 강원이 없었어요. 동화사 부도암에서 수옥 스님께 《법화경》을 배우다가 1940년 첫 비구니 강원인 남장사 관음강원의 처음이자 마지막 졸업생이 됐죠. 지금이야 비구니 강원이 많아졌고, 일반대학도 다닐 수 있으니 많이 달라졌죠.”

서울 성북구 삼선동 정각사에서 만난 광우 스님은 비구니 스님 위상이 높아진 배경을 ‘교육’이라 에둘러 표현했다. 동국대 불교학과의 첫 비구니 졸업생이기도 했던 스님이 전국비구니회 설립과 비구니회관 건립을 주도했던 이유도 후학의 교육 지원에 있었다. 스님은 한국불교의 미래 역시 불자들의 ‘교육’에 달렸다고 말했다.

“불자들 중에 진실하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불자도 많지만 아직도 기복에 치중돼 있는 게 현실입니다. 신행의 시작은 기복이었다 하더라도 불자들이 불교를 바르게 배워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실천했으면 합니다.”

광우 스님은 1925년 경북 군위에서 태어나 14살의 어린 나이에 출가했다. 속가의 부모는 모두 스님(혜봉 스님과 명성 스님)이 됐다. 그래서 출가 후에는 아버지를 큰스님, 어머니를 사숙이라 불렀단다. 1958년 서울 삼선동에 정각사를 세우고 경전공부 등 교육을 통해 포교로 새바람을 일으켰다. 또 구두쇠란 소리를 들으면서도 후학들의 학비지원에는 열정을 다했다. 전국비구니회 2대 회장과 조계종 비구니 최고의 법계인 명사법계를 받았다.

책에는 출가와 수행, 포교의 길을 걸어온 스님의 한평생이 가감 없이 실렸다. 또 재가불자와 수행자들에게 전하는 당부의 말씀도 있다. 끝부분에는 지인들과 제자들의 애정 어린 글도 실렸다. 대담 진행과 원고 정리는 현대불교신문 편집국장을 지냈던 최정희 씨가 맡았다.

외국에 나가서도,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서도 새벽예불을 거르지 않는다는 주변의 말에 “스님이 예불 빠지지 않는 게 어찌 자랑이 되겠느냐”고 되묻는 스님. 얼마 전 스님 몰래 호텔에서 출판기념회를 준비하려던 제자들에게 “그럴 돈 있으면 어려운 이웃과 함께 쓰게 내 놓으라”며 호통을 쳤다하니 참수행자의 면모가 여기서도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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