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적으로 종교인구의 수는 점차 감소추세에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2005년 인구센서스 통계에서 1995년에서 2005년까지 10년간 불교의 인구는 불과 3.9% 증가에 그쳤으며, 개신교는 -1.6%로서 마이너스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교적 일반 대중들 곁에서 조직적이고 체계적, 제도적으로 대중의 고민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톨릭과 원불교는 각각 74.4%와 49.6%라는 놀라운 증가세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대중을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들과 고민을 함께하며 대중을 위한 진정성을 보이는 종교는 성장하며, 대중의 고민을 멀리하고 독단적이며 대중을 위한 진정성이 떨어지는 종교는 성장이 감소할 수밖에 없음을 극명하게 나타내준다.

불교의 교리가 현재를 중요시하는 종교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대중의 삶을 녹여내지 않는 종교는 결국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이웃종교 가톨릭의 경우는 인간의 죽음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슬픔을 함께하는 공동체의식으로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있고 그것이 실제로 가톨릭신도의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불교신자가 가톨릭신도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 또한 공공연한 사실이다.

얼마 전 장사법(장사 등에 관한 법률)개정에 따른 시행령이 여러 번의 우여곡절을 거친 뒤에 확정 공고되었다. 이 법이 개정된 이유는 장사시설 부족으로 인한 국민의 불편과 묘지 등 장사시설이 자연을 훼손하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장사방법에 자연친화적인 자연장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것이다.

2008년 장사법 개정과 시행령의 공고를 즈음하여 불교계는 이 문제를 보다 심도 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장례제도는 매장에서 화장방식으로 대체되고 있고, 자연친화적인 자연장 및 수목장 제도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모두 불교계와 밀접한 전통장례방식이다. 그런데 이러한 장례제도와 방식의 변화에 있어서도 불교계의 반응은 타종교의 적극적인 대응방안에 비해 매우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듯하다. 현재 정부에서 추구하는 장사제도가 불교계의 전통방식 또는 불교계 친화적인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타종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이를 수용하여 신도확보방안의 일환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점을 불교계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불교계는 현재 정부가 외면하고 있는 사찰 산림자원의 보호 육성 등을 수목장의 운영을 통해서 충당하겠다는 당위적 필연성을 주장할 필요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한 자연스런 포교기반의 확보 또한 필요하다. 불교계의 수목장이나 장사시설의 운영은 정부의 공공정책에 대한 의미 있는 파트너로서 함께 한다는 차원에서 가급적 개별 사찰 단위보다는 불교계 각 종단별로 종단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게 함으로서 국가 정책을 효율적으로 견제하고 잘못된 정책에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며 또한 시설 이용자들에게 높은 신뢰성을 제공함으로서 포교기반을 저해하는 개별적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주사위는 우리에게 던져졌다. 우리가 그 주사위를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기회는 잘 활용하는 자에게만 달콤한 결과를 가져다준다고 한다. 불교계가 새로 시행되는 장사법과 장사제도에 대하여 미온적인 태도로 방관하게 된다면, 우리는 또 한 번의 사회참여의 기회와 포교의 기회를 타종교에게 내어주고 마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 김수일 불교정책기획단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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