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위기 속 대의정치 통한 조정·통합의 리더십 절실

도대체 나라 꼴이 왜 이 모양인가! 2008년 6월 대한민국은 진흙탕 수렁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위기다. 그것도 ‘백화점식 위기’다. 국제적으로는 유가·곡물가 등의 폭등과 금융 시스템의 요동으로 세계경제가 위기다. 국내경제는 물가·성장·국제수지가 악화 일로다. 사회적으로는 촛불시위·줄파업으로 물류와 산업이 마비 상태다. 이명박 정부의 무소신은 시위 군중 앞에 법치(法治)의 실종을 인가(印可)하고 말았다. 정치는 ‘정권 퇴진’을 명령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의 오만이 내모는 거리정치와 국회 파업으로 대의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되레 폐쇄주의 정책을 주장해서야 되겠는가? 두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촛불집회의 ‘거리정치’에 스며있는 어두운 그림자다. 디지털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의 성격을 가진 촛불집회의 “이명박 물러가라”는 외침은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한 이 정권에 대한 ‘경고’의 의미였다. 그러나 이제 국민의 분노가 더 쌓이면 이 ‘경고’가 어떤 상황으로 번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이미 이념적 색채가 강한 단체들이 쇠고기 문제 밖의 대운하·민영화 등과 같은 국정 과제를 이슈화 해서 정권퇴진 운동으로 몰아가고 있다.

시민 참여의 행동적인 직접민주주의를 보여 준 ‘촛불’의 순수성이 퇴색하고 있다. 생활 이슈가 정치 이슈로, 일반 시민 주도가 정치단체 주도로 바뀌면서 노조·재야·시민단체 등이 이끄는 ‘반정부 투쟁’으로 변질됐다. 보수 정권도 이명박 대통령도 몰아내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도 ‘촛불’의 명령에 순종이라도 하듯 민영화·대운하를 국정과제의 후 순위로 돌리고 어설픈 통신요금 감면·기름값 보조 등과 같은 민생대책을 황급히 내놓는 포퓰리즘적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 모두가 대의민주주의를 접고 포퓰리즘 시대로 진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말 걱정스럽다.

결코 이래서는 안 된다. 12m 높이의 컨테이너 장벽을 쌓아 청와대 앞을 막는 ‘명박산성(明博山城)’이 다시 등장해서는 안 된다. 대의정치가 ‘광장정치’앞에 무장해제를 당해서도 안 된다.

대선과 총선이라는 절차를 통해 새삼 확인한 대한민국의 대의민주주의와 민의(民意)가 불과 100여 일 만에 이 지경이 됐다. 당장은 대통령에 대한 분노에 편승해 큰 것을 손에 쥔 듯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민심은 한 곳에만 머물지 않는다. 6·10 집회 이후 정치시위에 참여하는 시민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지 않은가.

이 대통령의 내각·청와대 인사개편과 국정쇄신이 난국 수습의 첫 단추다. ‘촛불’에 스며들어와 있는 정치색과 반미 감정·노동계의 요구 등도 수렴할 부분은 과감히 수용하고 안 될 것은 쾌도난마로 정리해야 한다. 편의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난국을 모면하려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지난 정권에서 포퓰리즘의 폐혜를 충분히 학습했다. ‘촛불’은 문제를 제기했을 뿐 해결할 순 없다. 21세기 정치가 기원 전 아테네 광장의 직접 민주주의로 복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사회가 다양화 하고 지역이 지구촌화했다. 그래서 대의정치를 통한 조정과 통합의 리더십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청와대 인사에 이어 ‘만사형통(萬事兄通 : 이 대통령 형님을 통하면 만사해결)’과 같은 풍자가 떠돌지 않는 내각 등의 전면적 인사 쇄신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대운하’는 과감히 접고 민영화·교육개혁 같은 국정 과제는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이것이 ‘촛불’의 변질을 막는 오늘의 민의가 아닐까 싶다.
                                                                                / 이은윤 주필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