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환경부와 경상남도가 주관하는 람사르 총회가 오는 가을 경남 창원시에서 열린다고 한다. 165개국에서 2천여 명의 대표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71년 이란 람사르에서 ‘자연자원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목적으로 맺은 국제적인 정부간의 협약이 람사르 협약이다.

이 협약의 중심에는 가입국이 습지를 보전하는 방법으로 자연을 지킨다는 정책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래서 갯벌을 비롯 호수와 하천, 양식장과 해안 따위의 온갖 습윤지(濕潤地)가 보전 대상에 포함되었다. 지난 1979년에 가입한 한국은 강원도 인제군 대암산 용늪을 최초의 람사르 습지로 등록한 이후 지금은 모두 8군데의 습지가 보전 대상 습지 목록에 올랐다. 이들 한국의 람사르 습지 가운데는 이른바 ‘도롱뇽 소송’의 진원지로 유명한 우제치 늪이 포함돼 있다. 경남 양산시와 울산광역시를 잇는 경부고속전철 구간의 원효터널 위쪽 산기슭의 습지가 우제치 늪이다. 터널이 완공되어 늪이 기능을 잃었을 때 거기 살던 양서류(兩棲類) 도롱뇽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도롱뇽을 앞세워 공사 중단을 요구했던 가처분 신청 소송이었던 것이다.

이 신청은 장장 2년 8개월을 끌었지만, 도롱뇽은 자연 자체일 뿐 소송 수행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되고 말았다. 그러나 불교계의 지율 스님이 앞장섰던 ‘도롱뇽 소송’에서는 불교의 생명관이 엿보인다. 우제치 늪에서 멀지않은 창원시에서 습지를 지키기 위한 람사르 총회가 열린다는 소식과 겹쳐 ‘도롱뇽 소송’의 추억이 더욱 짙게 다가온다. 모든 생명체는 물론 무생물에까지 불성을 부여한 부처님의 가르침(有情無情 皆有佛性)이 곧 불교의 생명관이 아닌가.
                                                        / 황규호·‘한국의 고고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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