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 여러분!
벌써 여름이 성큼 다가와, 한낮의 온도가 섭씨 30도를 오르내릴 정도로 뜨겁습니다. 모두 건강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셔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더운 날씨 때문에 힘든데다가, 미국의 소고기 수입 문제로 불거지기 시작한 여러 일들이 얽히고 또 얽히고, 이를 수습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우왕좌왕하며 헤매고 국민들에게 오만한 모습만 보이고 있어 국민들을 더욱 짜증스럽게 합니다. 심지어 시위대가 청와대까지 갈까봐 겁에 질려 경찰차와 컨테이너로 임시 ‘장성(長城)’을 쌓는 기막힌 일까지 벌어지고 있으니 답답한 가슴을 두드리고 있는 이들이 여간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잘못된 견해-사견(邪見)’에 사로잡혀 그것을 고집하며 바른 가르침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들을 바르게 인도해야 할 지도자들이 오히려 자기 고집만을 내세워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가로막고 있지 않는가 하는 느낌이 요즘에는 더욱 절실히 다가옵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불자들은 이 ‘잘못된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현실을 바르게 살펴서 ‘바른 견해’를 세워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장아함경》 〈폐숙경(Payasi Sutta)〉에 다음과 같은 비유가 나옵니다.

옛날 어떤 마을의 한 사람이 친구에게 ‘벗이여, 이리 오시오. 우리 저 지역에 가봅시다. 아마 거기에서 어떤 재물을 얻을 것이오’라고 제안하자, 그 말을 들은 친구도 ‘벗이여, 그렇게 합시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들은 그 지역으로 가서 어떤 마을에 들어갔습니다. 거기에서 그들은 많은 삼이 흩어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을 보고 한 친구가 다른 사람을 불러서 ‘벗이여, 이렇게 많은 삼이 흩어져 있소. 그러니 그대도 삼 껍질 꾸러미를 꾸리시오. 나도 삼 꾸러미를 꾸리겠소. 우리 둘이 삼 꾸러미를 꾸려 가지고 갑시다’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러자 다른 친구도 ‘벗이여, 그렇게 합시다’라고 대답한 뒤 삼 꾸러미를 꾸려서 두 사람 모두 삼 꾸러미를 가지고 다른 마을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그들은 삼실이 많이 흩어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을 보고 한 친구가 ‘벗이여, 삼실이 이렇게 많이 흩어져 있소. 이 삼 껍질로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오. 그러니 이 삼실 꾸러미를 꾸리시오. 나도 삼실 꾸러미를 꾸리겠소. 우리 둘 다 이 삼실 꾸러미를 꾸려가지고 갑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 친구는 처음에 짊어진 ‘삼’을 지고 가길 고집하였습니다.

길을 가는 동안 차례로 삼실·삼베·아마(亞麻)·아마실·아마실로 짠 천·목화·무명실·무명·철(鐵)·구리·주석·납·은이 많이 흩어져 있는 것을 보게 되고 마지막으로 황금이 놓여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벗이여, 금이 이렇게 많이 흩어져 있소. 이 삼 껍질과 삼실… 은으로 우리가 만들어 가지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오. 그러니 이 금으로 짐을 꾸리시오. 나도 금으로 짐을 꾸리겠소. 우리 둘 다 이 금으로 짐을 꾸려가지고 갑시다.’

그러나 다른 친구는 이번에도 ‘벗이여, 나는 이 삼 껍질 꾸러미를 멀리서 가지고 왔고, 짐도 튼튼하게 잘 꾸려졌소. 나는 이것으로 충분하오. 그대는 알아서 하시구려’라고 하며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말을 한 친구는 이번에도 동료를 설득하지 못하고, 이제까지 지고 온 은 꾸러미를 버리고 금으로 짐을 꾸려서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삼 껍질로 꾸린 짐을 가지고 간 사람을 만난 사람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았고, 자신도 행복과 기쁨을 누려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금으로 꾸린 짐을 가지고 간 사람은 부모와 처자식·친구와 동료들이 모두 기뻐하였으며, 자신도 행복과 기쁨을 누렸습니다.

불자 여러분!
어떻습니까? 혹 여러분들 중에도 끝까지 ‘이것을 버릴 수 없다’면서 삼 껍질 더미를 짊어지고 갔던 사람처럼 끝까지 자신의 잘못된 견해를 고집하는 일은 없으시겠지요?

요즈음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면, 위 경전에 나오는 고집쟁이처럼 억지로 자신의 잘못된 주장을 굽히지 않으려고 하여 본인도 어려움을 겪고 무엇보다 수많은 국민들을 힘들게 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불자 여러분!
지금이야말로 여러분들의 지혜가 필요할 때입니다. 현실을 제대로 살펴보고, ‘무엇이 옳은지 아니면 그른지’ 정확하게 판단하고, 그 판단에 따라 필요한 행동을 하여야 합니다. 〈폐숙경〉의 비유처럼 적절한 예를 들어 잘못된 생각에 고집스럽게 집착하고 있는 어리석은 이들을 설득하여 그들이 올바른 생각을 갖도록 인도해야 할 책임이 우리 불자들에게 있다고 보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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