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불교재가연대(상임대표 김동건)가 6월 19일 오후 5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창립 9주년 기념 후원의 밤을 개최했다. ‘다시 희망을 말하다’를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태고종 총무원장 운산 스님, 천태종 총무원장 정산 스님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재가연대 발전을 기원했다.

다음은 천태종 총무원장 정산 스님 축사 전문.

 기쁨과 희망이 넘치는 밤입니다.

‘불교 교단과 사회의 청정한 변화, 봉사와 회향의 삶을 지향하는 재가불자들의 네트워크’인 참여불교 재가연대가 창립된지 벌써 9주년이 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재가연대는 한국 불교계에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을 참으로 많이 해왔습니다. 김동건 상임대표 및 박광서 공동대표외 여러 임원진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지금 세상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군관민(軍官民)’이라는 용어가 잘 보여주듯이, 군대와 공무원 조직이 나라를 이끌어가고 국민들은 그 뒤를 따라다니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이제는 일상용어 자체가‘민관군(民官軍)’으로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의 중심 축이 민간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이른바 NGO라고 불리는 비정부(非政府) 민간기구 혹은 단체의 역할이 점차로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의 각 분야를 선도하며 여론을 주도하는 곳은 이와 같은 NGO가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데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한국 불교계 또한 이와 같은 세상의 흐름에서 제외될 수 없을 것입니다.
과거 스님들이 이끌면 신도들이 묵묵히 따라오는 것이 그 시대의 흐름이었다면,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이 동반자가 되어 함께 수행 정진하고 부처님 가르침을 사회에 회향하는 것이 현재와 미래의 흐름일 것입니다. 바깥세상의 흐름을“우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식으로 모른 척 하며 지내고, ‘과거 관습의 맹종’을‘전통’으로 호도하며 머물러 있다가는 멀지 않은 시기에 불교 자체의 위기가 닥쳐올 것입니다.

10여 년 전, 불교에 대한 애정과 불교 발전을 바라는 의지가 남달랐던 재가불자들이“부처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봉사와 회향의 삶을 지향하는 참사람 공동체'로서 청정교단의 성취와 민족통일, 인권, 정의, 복지가 실현되는 정토사회의 건설을 목적”으로 참여불교 재가연대를 창립한 것은, 소극적으로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 불교가 세상에서 뒤쳐지지 않게 하는 것이었으며 적극적으로는 불교의 미래를 밝혀줄 희망의 등불을 환하게 밝혀준 일이라고 여깁니다.

창립 이래 재가연대가 펼쳐온 활동에 대해 과소평가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재가연대에서 보내는 따끔한 비판과 질책에 섭섭함을 표시하는 이들은 있을지 몰라도, “현재 재가연대가 하고 있는 역할의 막중함과 그리고 한국 불교의 미래를 위한 재가연대의 필요성”에 대해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이제까지 불교가 대중에게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불교인들이 여론 주도층과 사회지도층 편입비중이 높지 못했던 것은, 민족 해방 이후 서양문명에 경도된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분위기 탓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동안 우리 불교인들 스스로 봉사와 회향의 삶을 소홀히 하면서 교단과 사회의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해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행스럽게 재가연대가 통일, 환경, 수행, 종교간 대화 등 여러 분야에서 큰 일을 맡아왔기 때문에 불교계가 이만큼이나마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재가연대에 대해 이처럼 호의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는 재가연대의 활동이 특정 종단의 비판 세력 역할에 머무는 것으로 여론에 비쳐진 것 또한 솔직한 느낌입니다.

앞으로는 활동반경을 더욱 넓혀,‘불교’의 틀을 넘어 사회 전반의 갖가지 문제들을 지혜롭게 풀어나가는 최고의 대안집단이 되어주길 기대합니다. 그리하여 재가연대의 활동에 힘입어 우리 종단을 비롯한 한국 불교계의 여러 종단들이 올바른 길을 가고, 이 땅을 정토로 만드는 역할을 함께 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아마 이것이 재가연대 창립의 취지이고, 목표였으리라 짐작합니다.

앞으로 재가연대가 더욱 발전하고 회원들의 가정에 부처님의 가피가 골고루 미치게 되기를 기원하며, 재가연대의 활동을 적극 지지할 것을 굳게 약속합니다.

불기 2552년 6월 19일
대한불교천태종 총무원장 정산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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