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충북대병원, 교회·성당만 운영
불교계 무관심, 현황파악 조차 못해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일부 국공립 병원에 개신교와 가톨릭 종교시설은 있는 반면 불교계 종교시설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종교간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불교계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된 곳은 서울시립으로 서울대학교병원이 1987년부터 위탁 운영하고 있는 보라매병원과 국립 충북대학교병원. 두 병원은 교회와 성당이 있는 반면, 법당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라매병원의 경우 전신인 영등포시립병원 시절부터 교회와 성당이 존재했으며, 1991년 현 위치로 신축 이전한 이후에도 교회와 성당만을 운영해오고 있다. 충북대병원의 경우에는 1995년에 교회가, 2004년 성당이 개원해 정기적으로 종교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라매병원 관계자는 “개신교 교회와 가톨릭 성당이 언제부터 있었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으며, 다만 전신인 영등포시립병원 때부터 있었기 때문에 신축 이전 당시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다”면서 “2008년 초 회의를 통해 올 연말부터 진행되는 본관 리모델링 공사 후에는 불교 법당을 건립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기존에는 불교계에서 공식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논의되지 않았다”면서 “현재 분당서울대병원 법당을 관리하는 현수 스님이 요청해와 논의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충북대병원은 청주·청원불교사암연합회(회장 각의 스님) 등 지역 불교계가 2006년부터 법당 개원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음에도 ‘공간 부족’을 이유로 “적극 검토 중이지만, 시기는 확답할 수 없다”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청주·청원불교사암연합회는 이 문제를 ‘종교편향 행위’로 규정하고, 연합회 차원에서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교계 일각에서는 국공립 병원 등 공공성을 띠는 병원 내 종교시설에 대해 불교계가 현황파악조차 하지 않는 등 무관심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 운영하는 보훈병원 중 대전보훈병원의 경우 모든 종교 단체가 사용할 수 있는 ‘종교관’이 있지만, 개신교와 가톨릭만이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실례의 하나.

대전보훈병원 관계자는 “종교관 이용은 종교인들끼리 시간 및 일정을 조정해 사용하면 되는 사안이며,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병원 강당도 빌려주고 있다”면서 “개신교와 가톨릭이 활발하게 활동 중인데 반해 불교계는 요청조차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충남대병원의 경우에는 당초 개신교와 가톨릭 시설만 운영하다, 5년 전 법당을 개원했다. 하지만 이는 개신교가 매주 일요일 병원로비에서 공개적으로 예배를 보는 데 반발한 병원 내 몇몇 불자들의 건의로 이뤄진 것이다.

불교계 한 관계자는 “병원 법당의 경우, 지역 불교계가 연계해 도움을 줘야 발전할 수 있는데, 현실이 그렇지 않다보니 스님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서 “불교계의 관심과 효과적인 대응 체계구축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조계종 포교원은 “매달 열리는 병원 법당 지도법사 정기모임 등을 통해 자료 확보와 대안 등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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