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사회단체 중심 재협상 촉구
타종교 비해 대응 태도 소극적

▲ 5월 31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 모습.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 국민 반대여론을 감안해 6월 3일 관보에 게재하려던 수입 고시를 연기한 가운데 불교계도 ‘고시철회와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조계종 중앙신도회, 참여불교재가연대, 불교환경연대, 대한불교청년회,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등 9개 불교시민사회단체는 6월 3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최근 정국은 쇠고기 수입 반대와 전면 재협상, 고시 포기 등을 요구하는 국민항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눈가림 식의 정책으로는 거대한 촛불 함성을 중단시킬 수 없는 만큼, 정부는 하루속히 관보게재 완전포기와 전면 재협상에 돌입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부처님은 ‘미련한 마음에 배우지 않으면 교만심만 더하고, 어리석은 뜻을 닦지 않으면 자만심만 자란다’고 했다”면서 “이명박 정부는 비록 100일 남짓이지만 마치 과거 군사정권을 재연한 듯 ‘거짓과 독선 그리고 오만’이 가득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6월 10일 조계사에서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는 법회를 봉행하고, 불교계 네트워크를 구성해 타 종교계 및 시민사회단체 등과 연대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산하 불교인권위원회(위원장 진관 스님)와 불교평화연대 등도 5월 30일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국민의 분노와 요구를 공권력으로 위협하는 것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28일과 29일에는 전남지역 불교계와 종교인들이 재협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바 있으며, 31일에는 광주지역 불교 단체들이 광주 충장로 삼복서점 앞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고시 철회와 재협상을 위한 기도회를 개최했다. 6월 2일에는 한국불교기자협회가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불교계의 이런 움직임은 타 종교계와 비교할 때 미약한 수준이란 평이다. 개신교를 대표하는 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가 공식적인 재협상을 촉구하고 나섰고, 가톨릭을 대표하는 주교가 현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한데 반해 불교계를 대표하는 종단이나 스님들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불교계 관계자는 “최근 촛불집회가 과격해지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면서 “평화적인 사태 해결을 위해 불교계가 청와대와 국민의 중재자로 나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연일 이어지는 촛불집회 등으로 불거진 민심수습을 위해 수입 고시의 관보게재를 유보하고, 2일 미국 측에 쇠고기 수입협상 내용 중 30개월 미만 쇠고기 수입 및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수입 제한 등 일부 사항에 대한 재협상 가능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이 재협상에 응하더라도, 다른 부분을 추가로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재협상에 부정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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