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사람들, 6월 14일 학술연찬회서 논의

무엇을 하거나 가지고 싶어하는 마음인 욕망(慾望)은 삶의 동력인가 아니면 집착의 한 형태인가. 욕망은 우리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가, 아니면 부정적으로 작용하는가. 선불교에서는 욕망을 어떻게 바라볼까. 또 서양철학이나 심리학에서는 욕망에 어떻게 접근하는가.

밝은사람들(연구소장 박찬욱)이 6월 14일 오전 10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공연장에서 개최하는 ‘욕망, 삶의 동력인가? 괴로움의 뿌리인가?’란 주제의 제5회 학술연찬회는 욕망을 다양한 시각에서 성찰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김종욱 동국대 교수, 정준영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한자경 이화여대 교수, 이덕진 창원전문대 교수, 박찬국 서울대 교수, 권석만 서울대교수, 우희종 서울대 교수 등 각 분야의 전문가 7명이 참여한다.

이 학술대회 참가자들은 연찬회에 앞서 최근 출간한 《욕망, 삶의 동력인가? 괴로움의 뿌리인가?》(도서출판 운주사)를 통해 초기불교ㆍ유식불교ㆍ선불교뿐만 아니라 서양철학ㆍ심리학ㆍ생물학에 기초한 욕망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정준영 교수는 ‘욕망의 다양한 의미’라는 제목의 발제문에서 까마, 라가, 딴하, 찬다 등 네 가지 개념을 통해 초기불교에서의 욕망의 다양한 의미를 고찰한다.

정 교수에 따르면 까마는 감각적 욕망, 라가는 집착적 탐욕, 딴하는 갈애, 찬다는 의욕이란 뜻이다. 앞의 셋은 부정적 의미를 갖는 반면 찬다는 무엇인가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무엇의 성격에 따라 부정적일 수도 있고 긍정적일 수도 있는 중립적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초기불교에서는 욕망을 전적으로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다는 게 정 교수 주장의 핵심이다.

‘욕망’세계의 실상과 그 너머로의 해탈’이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서는 한자경 교수는 불교가 욕망을 삶의 원동력으로 보면서도 욕망을 부정하고 욕계의 현실을 고통으로 해석하는 이유 등을 살핀다.

한 교수는 욕망을 말나식 욕망과 아뢰야식 욕망으로 나눈다. 그는 “대상과 접촉을 통해 즐겁고 괴로운 느낌이 생기는데 여기에서 생기는 탐심과 진심의 마음이 말나식의 욕망으로 괴로움의 원인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 교수는 “업의 종자들이 생명체로 구체화하는 자아와 세계 생성의 욕망이 아뢰야식 욕망으로 욕계에서 중생의 삶의 원동력이 된다”고 강조한다.

‘욕망의 바다에서 유영하기’라는 주제로 발표하는 이덕진 교수는 ‘욕망 속에 있으면서도 욕망에 물들지 않는 욕망의 지혜로운 사용’을 강조하는 선(禪)불교의 입장을 이야기한다. 이 교수는 “깨어 있지 못하고 욕망에 매이면 그 욕망은 괴로움의 뿌리가 되며, 깨어 있어 욕망에 물들지 않으면 삶의 동력이 된다”고 강조한다.

7개 분야 전문가 욕망 조명
초기불교 - 전적으로 부정은 안해
깨어있다면 삶의 동력돼 - 禪불교


‘동물의 욕망, 인간의 욕망’이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서는 우희종 교수는 진화발생생물학의 입장에서 인간의 욕망과 동물의 욕망의 동질성과 차이를 규명하고, 불교적 접점을 모색한다. 우 교수는 “생명체로서 인간과 동물은 모두 욕망이라는 공통 기반위에 성립하고 있다”며 “생명체의 자아정체성을 이루는 개체고유성도 욕망에 기원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욕망을 벡터적 욕망과 스칼라적 욕망으로 나눈 뒤 “탄생과 소멸을 향한 벡터적 욕망은 특정 상태로 분화하는 과정에 있으므로 쾌락에 의존하며 괴로움의 뿌리가 되지만, 생명체의 근원으로서 방향성을 지니지 않은 스칼라적 욕망은 분별된 방향성이 없으므로 언제나 삶의 동력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외에도 박찬국 교수는 ‘금욕주의와 쾌락주의를 넘어서’란 발제를 통해 서양철학 전반에 걸친 욕망을 억압하는 입장과 해방하려는 입장과 이들 양자를 지양하는 니체 철학을 고찰한다. 권석만 교수는 ‘욕망의 자각과 조절’을 통해 다윈의 진화 심리학, 프로이트, 융 등 다양한 관점의 심리학을 소개하고, 욕망 그 자체에서는 옳고 그름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번 학술대회의 총론과 좌장을 맡은 김종욱 동국대 교수는 “욕망이 비록 구조나 연원, 성격에서 차이가 있더라도 큰 범주에서 볼 때 그 자체로서는 괴로움의 뿌리도, 삶의 동력도 아니다”라면서 “삶의 주체인 인간이 욕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조절하느냐에 따라 괴로움도, 삶의 동력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학술연찬회를 주최한 밝은사람들 박찬욱 소장은 “이번 학술연찬회는 1회성 발표에 그치는 기존 학술대회와 달리 보다 많은 사람들이 미리 주제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발제문을 연찬회 전 책으로 출간하게 됐다”며 “연찬회에서는 발표문 읽기 식의 강연을 지양하고 질문을 사전에 이메일로 받는 등 토론의 활성화를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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