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취임에 이은 4.9총선의 결과로 한국의 정치지형은 보수 우위의 체제를 확실하게 굳혔다.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이 153석, 자유선진당이 18석, 친박연대가 14석, 그리고 보수계열의 무소속이 18석을 얻어 이를 합하면 한국의 보수 세력은 국회에서 개헌 가능석(총 299석 중 200석)을 충분히 확보하였다. 반면에 진보 진영은 통합민주당의 81석과 진보정당의 5석을 합쳐 86석을 얻는데 그쳤다.

한국에서 보수주의가 이렇게 전면에 등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원래 보수주의는 급진적 이념과 세력이 등장하여 기존질서와 가치체계를 심각하게 위협할 때 그 반작용으로 나타나는 정치이념이다. 처음에 보수주의는 프랑스혁명에 대한 반작용으로 급진 자유주의에 대항하여 나타났지만 서구에서 뿌리를 내린 자유민주주의체제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산주의와 급진좌파의 도전을 받을 때 보수주의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이념이 되었다.

지난 대통령 선거와 4.9총선에서 불교도들을 포함한 다수 국민들이 보수주의에 손을 들어준 것도 노무현 정권의 과도한 친북반미적인 정책으로 국가의 안보가 약화되고 편향된 좌파노선으로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가치가 위협받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불교의 경우는 어떠한가? 우리나라에서 불교가 대체적으로 보수적 성향을 보여 온 것은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에 나라의 근본이 불교적 이상(理想)에 의해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이 땅의 불자들은 이 나라가 불보살의 숨결이 서린 국토라고 믿기 때문에 나라가 위험에 처할 때 마다 호국의 기치를 높이 들었던 것이다.

보수주의의 물결에 힘입어 집권한 이명박 정부는 현재 대북정책의 노선수정과 한미동맹의 복원 등 그 동안 좌(左) 편향된 정책노선을 바로 잡고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여 친기업정책만을 연일 발표하고 있다. 걱정되는 일은 새 정부가 경쟁과 효율성만을 강조하여 결과적으로 기득권을 옹호하고 부자에게만 기회를 주어 가난하고 못사는 서민들을 무자비한 경쟁에 내 몰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진정한 보수주의는 극단주의를 배격하지만 변화를 거부하지 않고 인간의 기본권 신장에 노력하며 존중되어 온 기본가치를 지키고자 한다. 이는 보수주의의 원조로 불리는 버크(Edmund Berke)가 프랑스 혁명(1789)의 과격주의를 강력 비판했지만 동시에 미국의 시민혁명과 독립(1776)을 지지했고 인도의 전통을 무시하는 당시 영국의 인도정책을 강력히 비판한데서 잘 나타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불경은 통치자가 바른 법(正法)에 의해 나라를 다스리면 나라가 융성하고 그렇지 못하면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하고 있다. 불교에서 법이란 자연의 이법, 인간의 정도, 부처님의 교법 등을 지칭하는 말이다. 오늘날에도 나라를 융성케 하는 진정한 보수주의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바른 법에 의지해야 한다. 이명박 정권이 인간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합리적인 복지정책을 통해 약자를 배려하며 존중되어 온 기존 가치들을 지키는 등의 정도(正道)를 걸을 때 대한민국의 국운 융성과 함께 보수주의는 흥할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오늘의 기회가 보수주의의 재앙이 될 수도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보수주의가 일시적인 역사의 반동이 되지 않고 가진 자 뿐만 아니라 서민의 지지와 사랑을 받아 지속가능한 진정한 보수주의가 되기 위해서는 자유민주주의의 원칙에 충실하여 개혁할 것을 과감히 개혁하고 서민을 위한 복지정책을 성실하게 시행하는 데 인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천구 영산대 석좌교수, 前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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