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사이비종교’의 범주에서 벗어나려면 기본적으로 ‘보편적인 도덕성의 준수’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종교가 이런 보편적 도덕성을 벗어던진다면 비록 ‘사이비종교’의 범주에 포함되진 않더라도 세인들의 비난과 지탄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최근 한국을 대표하는 종교인 불교와 기독교 학자들의 모임인 ‘한국교수불자연합회’와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가 공동학술대회를 열어 기성종교계의 권력화, 정치화, 상업화, 금력화 등의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부담스러운 자리를 마련한 용기와 자기 종교에 대한 애정을 비판적 채찍으로 바로잡으려한 점에 박수를 보낸다.

이 자리에서 기독교계 학자들은 대형교회 담임목사들의 교회 사유재산화 문제와 세속적 정치세력화를 우려했고, 불교계 학자들은 그동안 쉽사리 언급하지 못했던 조계종 현대사의 종권다툼을 나열한 후 불교계의 정치권력 줄서기를 날카롭게 질타했다.

이들이 3회째를 맞는 공동 학술대회의 주제로 ‘현대사회에서 종교권력,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를 정한 것은 현대사회에서 종교권력화 및 정치권력과의 유착이 이미 심각한 상황에 다다르고 있다는 반증과 다름없다.

지난해 연말 대통령 선거는 물론 4월9일 열린 총선에서도 종교계를 이용하려는 정치인들과 정치 권력화를 시도하는 종교인들의 모습을 우리는 기억한다. 당시 일부 종교지도자들은 전체 국민의 과반수가 종교를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 주관적 정치관을 신도들에게 적극 피력했고, 심지어 정당을 창설해 직접 정치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바 있다. 아무리 좋게 보아줘도 정도를 지나친 행위로 우려스럽기 그지없다.

수행자와 성직자에게는 그에 걸맞은 본분사가 있다. 이를 망각한 채 권력화 되어가는 종교계를 애써 외면하고 무시한다면 일반 국민들은 물론 신자들로부터도 버림받게 될 것이다. 종교계의 발 빠른 자성 노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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