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율은 자발적 준수사항인 ‘계(戒)’를 의미하는 범어 ‘실라’와 타율적 금지사항인 ‘율(律)’을 의미하는 ‘비나야’의 합성어다. 수행자에게 있어서 지계(持戒)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시대가 변하고 생활환경이 달라지면서 계율은 초기불교 당시에 비해 느슨해졌고, 이로 인해 수행종풍을 해치는 부끄러운 일도 간혹 빚어져 승단의 위상을 실추시키고 있다.

조계종이 지난달 20일 열린 중앙종회에서 수행종풍 진작을 위해 ‘결계및포살에관한법’을 제정한 것은 이런 점에서 의의가 크다. 지관 총무원장은 이어 지난 1일 입법예고한 시행령 제정안을 통해 올 하안거부터 결계 포살(結界 布薩)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계종 승려는 매년 하안거와 동안거 결제일까지 수행처와 수행내역을 해당 교구본사에 신고해야 한다. 또 결제기간 중 열리는 포살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조계종단은 이를 근거로 매년 결계록을 작성해 대중수행록으로 남긴다는 계획이다.

조계종은 이번 ‘결계및포살에관한법’ 제정을 종단 자정과 쇄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동안 조계종단은 승단 스스로 자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대중공의와 포살자자의 전통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이를 새삼 명문화, 법제화했다는 자체는 이런 전통이 그동안 잘 지켜지지 않았음을 반증한다. 뿐만 아니라 수년 전부터 불교계 재가단체에서 교단자정을 운운해왔다는 자체도 승단으로서는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형식에 지나지 않는 법 제정만으로 수행종풍과 승려들의 청정한 지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많은 불자들마저 가벼운 파계는 파계로도 보지 않는 현실을 감안할 때 더욱 그러하다. 다만 이번 법 제정이 승려들의 본분사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승려들이 오롯한 수행정진으로 모범을 보여야 불교가 다른 종교로부터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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