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전산화 얼마나 진행됐나

불교계가 역경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지난 1964년. 44년이 지난 지금 불경은 전산화 사업으로 탄력을 받으며 현대에 살아 있는 문화유산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제 《고려대장경》을 인터넷에 접속해 클릭 한 번으로 읽을 수 있고 신라부터 구한말까지 고승 171명이 남긴 《한국불교전서》를 CD로 읽는 시대가 됐다. 역경ㆍ전산화 작업 진행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짚어봤다.  편집자

1964년 설립된 동국역경원은 1965년 《장아함경(長阿含經)》의 한글 번역을 시작으로 36년 간의 대작업 끝에 2001년 총 318권의 《고려대장경》국역 사업을 완료했다. 이와 함께 국내 고승들의 저술을 우리 글로 번역ㆍ출간하는 국역 사업을 펼쳐왔다. 이로써 2001년부터 해인사 팔만대장경에 담긴 1천5백여 종의 경전과 신라에서 근세에 이르는 고승들의 1백여 종의 저서를 한글로 보는 토대를 마련했다.

현재 역경원은 2001년부터 정부로부터 매년 약 4억 원을 지원받아 완간된 한글 대장경을 현대 맞춤법과 불교용어 표기법에 맞게 수정하고, 주석과 색인을 추가하는 개역(改譯)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개정판 《아함경》을 발간하는 등 약 60%가 완료된 상태다.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도 지난해부터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불교전서》 전14책 수록 문헌의 역주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2012년까지 진행될 이 사업은 현재 총 323편 가운데 10%를 완료했다.

연구원 측은 학술적인 면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상세한 주석을 달고 역주본(譯註本)을 지향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한역화 작업에 발맞춰 불전 전산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동국대 전자불전ㆍ문화재콘텐츠연구소는 1999년부터 한국불교전서 전산화 시범사업을 필두로 2000년 시작한 ‘한국불교전서 전산화 사업’을 지난해 완료했다. 이에 따라 《한국불교전서》 전 14책을 인터넷이나 CD롬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검색할 수 있다.

1994년 창립된 고려대장경연구소(소장 종림 스님)는 2000년, 2001년, 2004년 세 차례에 걸쳐 고려대장경을 CD롬에 담아냈다. 이때부터 팔만대장경의 경판에 담긴 수만 자의 검색이 가능해졌다. 2004년부터 진행해 온 ‘한일공동초조대장경 디지털DB구축 및 영인본 출판사업’은 현재 국내 초조대장경은 이미지화가 완료되고, 일본 남선사의 인경본은 약 2천권에 달하는 사진의 촬영이 거의 끝난 상태다.

2006년부터 진행해 온 고려대장경 지식베이스 구축사업은 현재 67%가 완료된 상태로, 고려대장경 원문과 용어 사전이나 자전 통합 목록 등을 인터넷으로 상시 볼 수 있도록 인터넷 홈페이지(http://kb.sutra. re.kr/ritk/index.do)를 개통했다.

이곳에서는 경전 검색은 물론, △교리 △수행 △신행 △호교 등 주제별 열람이나 색인어ㆍ상세 검색 등이 가능하다. 목판인쇄본), 표점화된 고려대장경 정자본, 이체자본, 통합대장경 목록 등이 제공된다.
한편 이와 관련해 인도학 관련 고대 필사본의 전산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최기표 금강대 교수는 지난해 한국학술진흥재단의 기초연구과제 지원사업으로 선정돼 ‘울너 필사본의 카탈로그 작성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3개년 사업으로 진행되는 이번 사업에서 최 교수는 현재 울너 컬렉션의 이미지화 작업과 판독 작업을 벌이고 있다.

불경 전산화와 역경 사업은 21세기 불교계의 가장 큰 현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많은 인력과 예산이 요구되며, 전산화의 경우 전문적 기술이 요구되므로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 같은 역경·전산화 작업은 오늘날 불교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연구소는 재정난을 겪고 있다.

한국불교를 현대인에게 널리 전파하는 데 크게 공헌하는 이러한 사업은 지원이 없으면 해낼 수 없는 큰 불사다. 하지만 연구소들이 ‘돈 안되는’ 사업이라는 이유로 지원이 안 되고 고사위기에 처한다면 결국 이는 불교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역경·전산화 노력에 사부대중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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