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자 감소 시대
발심한 재가불자가
공백 채워내야

코로나19 발생 이후 종교 활동 인구의 감소와 더불어 각 종교계에서 성직자를 양성하는 대학의 성직자 지망생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불교계 대학은 물론이고 이웃종교의 신학대학들도 큰 타격을 받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은 종교성의 변화, 종교계에 대한 신뢰도, 종교적 비전과 가치 등의 요인들에 의해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국민 대다수의 종교성은 약화되어 신심이 형성되지 않고, 종교단체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종교지도자의 권위는 위축되고 있다. 그리고 미래 사회에 대한 종교적 비전은 현실과 동떨어지면서 신도는 감소하고,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은 감소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접어들게 된 것이다. 여기에 출가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불교계는 저출가로 인해 출가자 감소라는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출가자가 급감하면서 일부 사찰이나 종단에서는 외국인 출가자를 초청하는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다. 몽골, 미얀마, 스리랑카 등지에서 외국인 스님들이 우리나라에 입국하여 활동하기도 한다. 그들 중 소수는 중앙승가대를 비롯한 기본교육기관을 이수하고 정식으로 계를 받았다. 그러나 이렇게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인 스님들이 끝까지 여법하게 수행하며 포교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그들 중 일부는 노동현장에서 일하면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외국인 스님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문화적 차이와 환경적 조건 때문이다. 같은 불교권 국가라 해도 동남아시아의 상좌부 수행문화와 동아시아의 대승불교 수행문화는 큰 차이가 있다. 특히 몽골 출신 스님들의 경우는 청정 비구승 중심의 한국불교에서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에 직면한다. 특히 우리나라와 해당 국가들 사이의 열 배가 넘는 임금 격차가 내적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출가 수행자의 삶을 결심하고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 스님들 중 일부가 경제활동을 통해 불사를 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묘법연화경〉 ‘종지용출품(從地涌出品)’에서는 “이 땅의 보살은 이 땅에서 출현한다.”는 점을 설하고 있다. 이 경전에서는 사바세계를 제도하시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화신불로서 문수보살·보현보살·미륵보살·관세음보살·대세지보살 등 여러 원력보살을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타방세계에서 이 땅에 찾아오는 보살들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사바세계의 중생들은 이 땅에서 출현한 보살들이 구제할 수 있다고 분명하게 강조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

과거·현재·미래의 부처님들은 부처님들로 이어지고, 수행자는 수행자로 이어지면서 중생을 제도한다. 그러나 다음 부처님이 나투시는 사이의 공백은 보살들이 화신불이 되어 제도하고, 출가자의 감소로 발생하는 공백은 재가불자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출가주의를 채택한 한국불교계는 재가주의, 세속주의를 선택한 종교들에 비해 출가자 감소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그 공백은 결국 발심한 불자들 중에서 재가수행자인 우바새, 우바이들이 대신해야 한다. 그리고 때가 되면 대승보살의 원력을 세운 출가자도 다시 증가할 것이다. 대승보살의 외호를 받는다면 복덕과 지혜를 구족하신 큰 스님 한 분만 나투신다 해도 이 땅을 제도하기에 충분하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