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집과 학술서 묶어 ‘김일엽 전집’ 구성

일제강점기 여성의 의식 계몽에 앞장섰던 신여성이 수덕사 만공 스님을 만난 뒤 출가자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한국 근대를 대표하는 비구니로 자리매김한 김일엽(金一葉, 1896~1971) 스님이 생존 당시에 펴냈던 문집 3권이 재출간됐다. 문집은 법문과 에세이로 구성됐다.

〈어느 수도인의 회상〉(일엽 스님/김영사/18,800원, 1960년)은 일엽 스님이 27년 간 참선 수행에 정진한 뒤 출간한 첫 저서다. 책 내용은 일엽 스님이 종교 교육을 위한 글이 주를 이룬다. 스님은 책에서 “실성(失性)한 인간으로 살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인간의 본정신을 회복해야 한다.”는 답을 제시한다.

스님은 책에서 “나는 불문 )에 들어와서 세 번 크게 놀란 것이 있다. 맨 처음은 내가 실성인(失性人)인 것을 알았을 때 놀라고, 그 다음은 이 지구란 실성인의 집단체임을 알게 되었을 때 놀라고, 세 번째는 전 인류가 모두 실성한 자신을 모르고 도리어 각자가 다 자기는 잘난 인간인 체, 무엇이나 다 아는 체하는 것이다. 그러나 행동을 하면서도 행동하게 하는 것이 무언인지조차 알아볼 생각을 못하는 데 더욱 크게 놀란 것이다.”라고 고백한다.

이 책은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살아내기 위한 ‘안생 문제’에 관심이 있는 이들과 자유로운 독립적 인간이 되고 싶은 이들에게 전하는 삶의 지침서로 부족함이 없다.

〈청춘을 불사르고〉(일엽 스님/김영사/19,800원, 1962년)는 생사를 초월해 영원한 청춘을 얻고자 했던 일엽 스님의 치열한 구도행각이 담긴 수필집이다. 앞서 출간한 〈어느 수도인의 회상〉에 수록된 법문과 글을 갈무리하고 보완해 새로 엮은 책이다. 일엽 스님은 책에서 “불탄 송아지같이 날뛰던 이 청춘을 불살라버리고 시들지 않는 청춘을 증득하기 위해 불문에 들었다.”고 자신의 자전적 삶을 이야기한다.

책은 △청춘을 불사르고 △무심을 배우는 길 △살활의 검을 내리소서 △울지 않는 인간 △만공 대화상을 추모하며 △영원히 사는 길 △인간의 행불행과 나 △어느 여승의 편지 등으로 구성됐다.

〈행복과 불행의 갈피에서〉(일엽 스님/김영사/19,800원, 1964년)는 ‘사랑’이라는 절벽, 행복과 불행의 갈피를 헤맨 여성들의 이야기를 수록한 책이다. 인간의 삶에는 무한할 수 없는 절대적 행복, 오래 지속되기 힘든 자유와 평화 등 반면(半面)이 존재한다. 현재가 아무리 행복한 순간일지라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행복의 유효 기간을 걱정하는 자신의 시선이 존재한다.

일엽 스님은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를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다함이 없는 무가보(無價寶)와 같은 자신의 생명력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일엽 스님은 책에서 “수수께끼에 지나지 않는 꿈의 일을 누가 알 것인가? 그렇다고 사는 대로 살고, 지내지는 대로 지내게 될 그러한 허망한 꿈인 인간살이는 아닌 것이다. 허망은 진실의 대상이다. 현실이란 꿈은 사실 가장 엄숙하고 정확한 영구적인 인간 생활이다. 꿈과 현실을 허망하게 생각한 것도 내 생각이 하는 것이다. 실은 꿈과 현실은 엄숙하고도 영원한 사실이다.”라고 강조한다.

한편 김영사는 이번에 재출간한 문집 3권과 2023년 하반기에 출간한 평전 형식의 학술서 〈김일엽, 한 여성의 실존적 삶과 불교철학〉을 묶어 ‘김일엽 전집’으로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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