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연경〉 속 열 가지 ‘아귀’ 이야기
앤디 로트먼 지음·이종복 옮김/담앤북스/18,000원

바늘처럼 좁고 긴 목구멍과 산처럼 거대한 배, 앙상한 척추와 가느다란 팔다리, 긴 손톱과 덥수룩한 머리카락, 초점 없는 눈…. 모두 불교 문헌과 예술작품에서 빈번히 보이는 ‘아귀(餓鬼)’에 대한 묘사다. 불교에서는 아귀를 인간일 때 저지른 악한 생각과 행동으로 인한 과보를 받은 존재라고 설명한다. 즉, 아귀는 ‘간탐(慳貪)’으로 인한 결과다. 〈백연경(百緣經)〉에 등장하는 열 가지 아귀 이야기를 통해 인색하고 탐욕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책이 출간됐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우리는 욕망·욕심·탐욕을 드러내는 것에 관대해졌다. 어느 정도의 욕망은 당연히 가져야하는 것이 되었고, 그것을 거리낌 없이 타인에게 표출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욕망에만 집중한 나머지 타인에게 인색함을 드러내고 배려가 부족한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사회’의 모습으로 볼 수 있을까?.

저자는 〈백연경〉에 수록된 아귀이야기를 통해 현대인들이 강한 욕망과 인색함·이기심·야비함·매정함·시기심 등의 ‘간탐[Meanness]’을 없애야 한다는 핵심 메시지를 전한다. ‘망자(亡者, preta)’라는 의미를 지닌 아귀는 축생·지옥과 더불어 ‘아무도 원하지 않는 삼악도(三惡道)’에 거주하는 비참한 중생이다. 저자는 한 때 경멸의 눈초리로 거지들을 보았던 아귀들이 다른 이들의 자애와 아낌없는 보시에 의지해야 하는 엇갈린 운명을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대인들이 ‘간탐’에서 멀어지고 ‘보시’라는 명약을 닦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시는 간탐을 배양하는 것을 미리 막는 역할을 하며, 이미 아귀로 태어난 이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책은 서론과 〈백연경〉 속 아귀이야기 등 2부로 구성됐다. 서론에서는 △맛짜랴와 간탐의 해악 △그림으로 보는 아귀 △연구기록 등을, 〈백연경〉 속 아귀이야기에서는 △사탕수수 방앗간 △음식 △마실 물 △똥 단지 △목건련 △웃따라 △날 때부터 눈이 먼 사람 △상인 △자식들 △잠발라 등의 내용을 다뤘다.

서론에서 “아귀는 본성에 의해 고통 받는 존재, 즉 고통이 구현된 존재다. 이는 우리에게 네 가지 고귀한 진리[四聖諦] 가운데 ‘괴로움의 진리[苦聖蹄]’를 여실히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서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주하는 삶을 뒤흔들어 떨쳐내고 새로운 깨우침과 통찰을 이끌어내는 염리심(厭離心)과 같은 경험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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