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93개 선원서 1900여 수좌 정진

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과 태고종 종정 운경 스님이 2월 24일 계묘년 동안거 해제를 앞두고 3개월 간 전국 제방선원에서 용맹정진한 수좌들을 격려하고, 산철에도 수행을 멈추지 않고 정진할 것을 독려하는 해제법어를 내렸다.

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은 “제방 선원의 선객들이 삼동결제를 성만하고 산문을 나서게 되었도다! 청규를 준수하고 대중이 화합하여 화두참구의 일념으로 정진하니 다사다난한 세간 일이 꿈같이 스쳐 갔도다.”라고 동안거에 정진한 수좌들을 격려했다.

이어 성파 스님은 “산문을 나서는 수행자여! 세간의 많은 이들이 영축산의 봄소식을 묻는다면 어찌 답하려 하는가?”라고 수좌들에게 화두를 던지고, 산철에도 수행을 게을리하지 말 것을 독려했다.

태고종 종정 운경 스님도 “삼동결제동안 정진하신 모든 불자에게 격려를 보낸다. 선원이건 염불원이건 강원이건 각기 인연 따라 정진하여 오늘 해제에 이르렀다.”고 격려하고 “해제했다고 방심하지 말고, 시시때때 행주좌와 어묵동정에서 나를 놓치지 말고 살피고 살피라.”고 강조했다.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에서 전국 선원 정진대중 현황을 정리한 〈癸卯年 冬安居 禪社芳啣錄(계묘년 동안거 선사방함록)〉에 따르면 전국 93개 선원(총림 7곳, 비구선원 59곳, 비구니선원 27곳)에서 총 1,861명(총림 247명, 비구 1,067명, 비구니 547명)의 대중이 용맹정진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음은 동안거 해제법문 전문〉

중봉 성파(대한불교조계종 종정)
中峰 性坡(大韓佛敎曹溪宗 宗正)


자장매 더욱 붉고 찬 소나무 푸르네!

激石灘聲如戰敲(격석탄성여전고)하고
翻天浪色似銀山(번천낭색사은산)이로다.
灘驚浪打風兼雨(탄경랑타풍겸우)나
獨立亭亭意愈閑(독립정정의유한)이로다.

바위 치는 여울의 물소리 전쟁터 북소리 같고
하늘 덮은 물보라 은산과 같네
여울의 성난 파도 바람과 비를 때리지만
홀로 서 있는 백로의 마음 갈수록 한가롭네
제방 선원의 선객들이 삼동결제를 성만하고 산문을 나서게 되었도다!

청규를 준수하고 대중이 화합하여 화두참구의 일념으로 정진하니 다사다난한 세간 일이 꿈같이 스쳐 갔도다.

마치 여울 가운데 홀로 서 있는 백로와 같이 힘차게 쏟아지는 물줄기를 이겨내니 화두가 타파되고 수행자의 본분이 분명히 드러났도다.

물보라 넘어 펼쳐지는 경치는 백로의 곧고 강한 다리와 물결을 이기는 힘이 아니면 보지 못하며, 쏟아지는 물줄기의 틈새를 보지 못하면 드러나지 않으리라. 그대들은 무슨 경치를 보았는가?

산문을 나서는 수행자여! 세간의 많은 이들이 영축산의 봄소식을 묻는다면 어찌 답하려 하는가? 영각 앞 자장매는 더욱 붉고 무풍한송은 더욱 푸르다 하리!

細思乃不然(세사내불연)하고
眞巧非幻影(진교비환영)이로다.
欲令淨土妙(욕령정토묘)면
不厭空且靜(부염공차정)이로다.

자세히 생각하면 곧 그렇지 아니하고
진정한 교묘함은 환영이 아니라네
오묘하게 좋은 정토를 만들려면
공과 정을 싫어하지 않아야 하네.

 

운경 스님(한국불교태고종 제21세 종정)

佛紀 2568年 冬安居 解制示衆

見性悟道我看我
看者與境本不二
把定繩頭證無爲
無言童子呵呵笑

견성하여 도를 깨침이란 내가 나를 보는 것
보는 자와 보이는 대상이 본래 둘이 아니다.
화두 들어 무위법을 체증했다면
말 못하던 동자가 하하하고 웃을 것이다.

삼동결제동안 정진하신 모든 불자에게 격려를 보냅니다. 선원이건 염불원이건 강원이건 각기 인연 따라 정진하여 오늘 해제에 이르렀습니다. 결제 때 세운 서원을 얼마나 성취했고 조사의 관문을 몸소 뚫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정진이란 내가 나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是甚麽?

실체가 없는 나이지만 나라고 생각하는 이것이 내가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는 나입니다. 이 나는 실체가 없으니, 나라고 하지만 내가 아니고, 그렇다고 나 아니라고 하여 나 외에 따로 나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 나는 나와 나 아님의 둘이 아니고, 우주와 내가 하나이며 유정과 무정이 다 같이 나의 본바탕입니다. 이 나를 놓치면 안 됩니다. 이 나는 현현(玄玄)한 무아(無我)이면서 동시에 역역(歷歷)한 진아(眞我)입니다. 해제했다고 방심하지 말고, 시시때때 행주좌와 어묵동정에서 나를 놓치지 말고 살피고 살피십시오. 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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