➊ 뉴미디어 시대, 종교의 대응은?

명상 등 온라인 콘텐츠
젊은 층 사고 변화 맞춰
직관적으로 다가가야

- 글 강재원

뉴미디어의 기술은 종교를 포함한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우리는 급격하게 변하는 사회를 통해서 뉴미디어의 영향력을 실감했다. 예를 들어, 2010년 말 찾아온 ‘아랍의 봄(Arab Spring)’은 시위 현장에서 시민들이 손끝으로 올린 SNS(Social Network Service; 사회관계망서비스) 동영상으로부터 시작되었다. 2016년 미국 대선 기간 동안 페이스북(Facebook)에 등장한 많은 가짜 뉴스(Fake News)는 트럼프의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 2020년 중반 트위터(Twitter)의 짧은 문장들은 루머(Rumor)의 확산, 즉 인포데믹(Infodemic, 정보전염병)을 가져와 사람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렇듯 미디어 기술은 한 시대를 변화시켰고, 변화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시대에 맞게 적응해 왔다. 필자는 뉴미디어의 기술이 종교, 특히 종교적 소통(예, 포교)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뉴미디어의 기술에 따른 소통 방식을 이해하고 이에 적합한 종교적 소통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먼저 미디어란 무엇이고, 뉴미디어의 기술이 만들어 내는 가치는 무엇인가를 알아보자.

‘아랍의 봄’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하루에 200만 개 이상의 트윗을 올렸다. 트위터는 ‘아랍의 봄’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아랍의 봄’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하루에 200만 개 이상의 트윗을 올렸다. 트위터는 ‘아랍의 봄’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뉴미디어는 쌍방향으로 상호작용

미디어란 두 지점을 잇는 중간 지점이며 핵심은 ‘잇는다.’라는 역할에 있다. 미디어는 무엇인가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를 매개 역할이라고 한다. 대상은 사람과 사람일 수도 있고, 사물과 사물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모든 것을 미디어라고 한다. 물론 단수(單數)로 얘기하는 ‘미디엄(Medium)’이 정확한 표현이다. 과거에는 통상 ‘매체(媒體)’라는 용어로 쓰였다. ‘대중 매체’란 용어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대중과 소수의 정제된 생각·의견을 이어주는 미디어, 즉 신문과 방송을 대중 매체라고 불렀다. 대중 미디어는 일방향적이며, 뉴미디어인 소셜 미디어는 쌍방향적이다. 대중 미디어에서는 생각과 의견, 즉 콘텐츠가 한쪽으로 흘러 콘텐츠를 독점한 사람이 다수의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전달한다. 반면 SNS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는 콘텐츠의 흐름이 쌍방향적이다.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호작용을 통해 콘텐츠를 주고받는 미디어라는 의미다.

미디어는 시장에서 돈을 주고 사는 상품이다. 미디어 상품은 미디어가 담고 있는 콘텐츠 자체의 가치와 콘텐츠를 구매자와 연결해 주는데 생성되는 가치, 이 둘을 모두 갖는다. 예를 들어 방송 미디어는 담고 있는 방송프로그램 자체의 가치와 그 방송프로그램을 원하는 시청자들에게 전달해 주는 연결의 가치를 갖는다. 일반 상품과 다른 점이 있다면, 연결의 가치를 더 비중 있게 고려하여 미디어 상품 전체의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잘 짜인 프로그램이 아닌 즉흥적인 내 말소리라도 그 콘텐츠가 미디어를 통해 전달된다면, 전해주는 미디어 상품은 큰 가치를 지닌다. 이것이 통신 미디어가 갖는 연결의 가치다.

개인 중심의 미디어 대세는 유튜브

미디어의 기술이 가져온 대표적인 변화는 미디어의 일상화이다. 혁신적인 제품인 아이폰(iPhone)이 2007년 출시되고, 이후 아이폰을 포함한 스마트폰은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이 스마트폰은 소비에서 필수재로 인식될 정도로 사람들에게 급속히 보급되었다. 더불어 사람들은 동영상을 주로 휴대용(Portable) 기기와 플랫폼으로 소비하기 시작하면서 소비 중심이 급격히 모바일로 옮겨 갔다. 스마트폰의 확산과 모바일로의 이동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바로 통신 네트워크가 있다. 2020년대 전후로 통신 네트워크가 5G로 진화함으로써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장애가 극복되었고, 결국 개인 중심의 미디어 이용 환경이 조성되었다.

유튜브(Youtube)는 개인 중심 미디어 중 가장 주목받고 있다. 유튜브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검색·광고·음악·영상·쇼핑·게임 등 실생활의 거의 모든 활동이 이뤄지는 곳이다. 유튜브는 세분화된 이용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며 동시에 그 욕구를 확대·재생산한다. 그 결과, 기존 동영상의 유통과 소비 방식을 바꿔놓고 있다.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동영상을 제작·편집하여 편성의 제한 없이 송출할 수 있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광고 수입을 얻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유튜브를 검색창으로 소비한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유튜브를 검색창 즉 정보의 관문(Bottleneck)으로 이용한다는 말이다.

나아가 유튜브는 기존 동영상의 생산 방식도 바꿔놓고 있다. 과거 1990년대 포스트모던 담론에서 많이 등장했던 ‘해체’라는 용어로 이러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유튜브는 전통적인 방송사가 만들어 편성한 프로그램과 다채널 유료 상품을 해체하고 있다. 더욱이 방송프로그램 속 내용의 순서마저 해체하고 있다. 사람들은 유튜브의 기술적 특성에 최적화한 방식, 즉 방송프로그램을 짧게 분리한 쇼츠(Shorts)로 재편집해서 올린다.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처음으로 유튜브를 활용한 ‘영부디스트캠프(Young  Buddhist Camp)’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처음으로 유튜브를 활용한 ‘영부디스트캠프(Young  Buddhist Camp)’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사람들의 사고에 미치는 영향

구술에서 활자로, 이제는 디지털 정보가 미디어 시대의 변화를 이끌어간다. 새로운 미디어 기술은 사람의 사고(思考)·태도 나아가 신념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SNS와 유튜브에서 짧은 동영상을 많이 이용하는 젊은 세대는 긴 문장을 읽고 그 의미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사고하기를 꺼린다. 긴 문장의 의미를 정확히 논리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문장으로부터 오는 의미를 직관적으로 받아들이는데 익숙하다. 또한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젊은 세대는 분석적인(Individualistic) 사고보다는 총체적인(Holistic) 사고를 더 좋아한다. 진실을 탐구할 때 대상과 객관적으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사실관계를 따져보며 조각난 사실을 연결하여 진실을 찾아내기보다는, 주관적으로 그린 큰 그림, 즉 전체적 맥락과 상황 속에서 배제된 사실이 없는지를 따져보며 남아 있는 사실의 조각들을 연결하여 진실을 찾으려 한다. 자신이 만든 특정한 맥락과 상황 속이라면 젊은 세대는 굳이 쪼개보지 않고도 진실을 알 수 있다고 믿는다.

이렇듯 젊은 세대는 직관적인 사고에 더 익숙하고, 총체적인 사고를 더 좋아한다. 이 기술이 가져온 효과는 단순히 일시적으로 생겼다가 사라지지 않는다. 이미 우리는 객관적 사실보다 감정과 개인의 신념이 중요한 시대를 살고 있는지 모른다. 이제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이라면 그것이 진실인지 혹은 거짓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러한 탈진실(Post-truth) 시대에 사람들은 절대적 신념보다는 상대적 가치를 더 좋아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주변에서 종교인이 점차 줄어드는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새로운 종교적 소통방식 고민해야

소통은 서로가 서로를 향해 흘러 무언가가 통하는 뜻이며, 무언가를 주고받는다는 상호적인 개념이다. 한 방향이 아닌, 서로 무언가는 주고받는 쌍방향의 모든 과정을 소통이라고 한다. 종교적 소통은 화자의 깨달음(또는 신으로부터 받은 계시)을 무지한 대중에게 전파하는데 그치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이를 대중의 마음속에 뿌리내리려는 ‘쌍방향적 설득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는 객관적 사실을 검증하는 과학적 논증이 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관계를 이론으로 전할 때, 이론은 보편성·법칙성 등을 획득한다. 이러한 과학적 논증은 진실을 규명하는데 효과적인 방식이다. 이와 달리, 종교는 논리와 물리의 현상을 이성과 법칙으로 이해하지 않는다. 신과 영혼, 즉 주어진 뜻과 깨달음이 현상을 말해준다. 따라서 종교적 소통은 논리적 증명이 아닌 실천적 체험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교리나 법문을 논리적으로 전하는 일방적인 설교 방식보다, 속세의 고통을 덜어주고 이에 공감하며 직관적인 해법을 전하는 문답 방식이 더 설득적이다. 종교는 절대자의 콘텐츠를 전달하는 매개의 역할을 하면서, 콘텐츠를 해석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직접적 체험(예, 자연과 합일되는 경험)을 전하고 나누기를 원한다.

뉴미디어를 통한 종교적 소통은 어떠해야 하는가? 뉴미디어의 기술적 특성인 연결성·상호작용성·즉시성 등에 적합한 방식의 소통이어야 한다. 이유는 뉴미디어 기술이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영향을 미쳐 그들의 사고방식에 변화가 생겼으며, 이 변화된 방식으로 종교가 소통하는 것이 더 설득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교라는 소통 목적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뉴미디어의 기술에 적합한 다양한 종교적 소통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기존에는 유튜브를 통해 법문의 생중계 또는 녹화, 사찰음식, 사찰 기행 등의 지식을 논리적인 콘텐츠에 담아 전달하는 등 간접적인 체험에 소통의 무게를 두었다면, 이제는 명상과 깨달음을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대중의 일상생활과 직접 연계(Engagement)하는 방식, 실천적인 오프라인 종교 모임이 보다 활성화되도록 온라인 연결의 가치를 활용하는 방식 등 총체적인 체험 방식으로 그 중심을 옮겨야 할 시점이다.

강재원

동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미국 플로리다대학에서 대중매체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을 역임했다. 저서로 〈통신서비스 정책의 이해〉·〈디지털미디어와 광고〉·〈한국의 인터넷: 진화의 궤적〉·〈한국 미디어산업의 변화와 과제〉(이상 공저) 등이 있다.

 


➋ 이웃종교는 어떻게 대응하나?

글 이강식 기자 

가톨릭 주교회의 - 매일 뉴스 모니터링 / 이웃종교 소식도 공유
개신교 단체 - 대중문화 흐름 분석 / 오류 지적·선교 활용도

‘뉴미디어(New Mass Communication Media)’라는 용어는 1977년 2월 IFRA(INCA FIEZ 연구협회) 심포지엄에서 처음 등장했다. 통신 기술의 발달로 생겨난 새로운 전달 매체를 의미하는데, 이용자의 필요에 따라 언제 어디서든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인터넷·쌍방향 케이블 텔레비전·각종 SNS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뉴미디어의 발전은 인간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개인이 원하면 언제든지 인터넷 등을 활용해 정보를 취득할 수 있고, 전 세계의 사람과 소통이 가능해졌다. 이는 비단 일반 사회뿐만 아니라 종교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각종 인쇄물·TV·라디오·영화 등 기존의 매체들로부터 한정적인 정보를 얻던 시대에서 벗어나 매우 손쉽게 다양하고 방대한 양의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또한 기존에 알지 못했던 종교에 관한 정보들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정보의 홍수시대’인 만큼 정보의 오류도 다수 있어 취사선택은 중요하다.

뉴미디어, 종교 관련 내용 빈발

개인 블로그나 유튜브 등에서는 종교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사례가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요즘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웨이브(Wavve)·티빙(Tving) 등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의 영화·드라마·다큐멘터리에도 종교와 관련한 내용이 종종 등장한다.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할 때도 있지만, 종교나 종교인을 부정적으로 다룬 사례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각 종교계에서는 기존의 미디어뿐만 아니라 뉴미디어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며 적절한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한국 가톨릭은 서울대교구를 비롯한 3개의 대교구와 14개 교구로 구성돼 있다. 국내 개신교계 교파는 장로회·감리회·침례회·성공회·루터교회·성결교회·그리스도의 교회 등이 활동하고 있으며, 교회 수는 2018년 기준 5만 7,000여 개에 달한다. 가톨릭과 개신교계에는 기존 미디어와 뉴미디어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 내용에 오류가 있을 경우 수정을 요청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대응하거나 이를 선교에 활용하는 단체들이 있다. 그렇지만 특정 단체가 각 종교를 대표하는 기관은 아니다. 개신교의 경우에는 교파마다 이 같은 역할을 하는 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교회의 미디어부, 뉴스 이메일 서비스

가톨릭의 미디어 관련 대표 단체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CBCK) 산하에 있는 미디어부이다. 이곳은 각종 미디어에 노출된 가톨릭과 관련한 내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미디어부는 2007년 각 교구 주교들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교황을 비롯해 천주교에 대한 내용을 올바르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다. 미디어부는 김수환 추기경 선종(2009년)·프란치스코 교황 한국 방문(2014년) 당시, 각 교구와 언론사 140여 곳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천주교 홍보의 중심적 역할을 해오고 있다. 미디어부가 각 교구의 홍보를 대신하진 않지만, 교구에서 요청이 오면 사안에 따라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미디어부는 전산과 홍보로 나뉘어져 있다. 주 업무는 비공개 뉴스클리핑(뉴스 이메일링) 서비스다. 매일 인터넷에 게재되는 뉴스를 중심으로 가톨릭 관련 자료를 수집한다. 불교·개신교·유교·천도교 등 이웃 종교와 관련된 각종 뉴스도 수집한 뒤 정리해 주교·신부·교구 실무자 등 400여 명에게 이메일로 발송한다. 원래 ‘키워드’ 검색은 미디어부에서 담당했지만, 내용이 방대해지고 인력도 부족해지자 외부업체에 외주를 주었다. 미디어부는 업체에서 제공한 정보를 검토해 필요한 내용만 선별한다. 이 작업 또한 만만치 않지만, 사목(司牧) 활동을 위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미디어부는 모니터링 자료를 토대로 △외부에서 바라보는 가톨릭 △가톨릭 인물 발굴 △대사회적 목소리 점검 등을 파악한다. 최근에는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 참가 대원들이 천태종 단양 구인사 등에 머물며 대회 일정을 마친 뉴스 등도 꼼꼼히 챙겨 사목활동 자료로 활용했다. 미디어부는 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유튜브·블로그·페이스북 등 SNS를 개설해 콘텐츠를 개발·홍보하고 있다.

뉴미디어 환경 발맞추려 노력

가톨릭은 각종 미디어에서 가톨릭 관련 내용 중 오류가 발견돼도 수정을 요청하거나 해당 매체를 항의 방문한 적은 거의 없다. 미디어부 성수환 부서장은 “과거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청소년시설 관련 배임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가 있었다. 실제는 회계상 오류였을 뿐이었다. 언론사에서 취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어서 아쉬웠다.”며 “뉴미디어나 기존의 미디어에 노출된 가톨릭 관련 내용에 작은 오류가 있기도 했지만, 심각한 오류는 아니었기에 직접적으로 항의한 적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어 성수환 부서장은 “직접적인 정정보도 요청이나 항의는 하지 않지만, 자체적으로 가톨릭에 대한 고증이 잘못된 사례를 모아 언론사에 제공하기도 한다.”며 “아울러 드라마나 영화, 언론사 취재 등에 천주교 관련 장소 섭외 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부는 모니터링 이외에도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잡지 〈경향〉·〈매일 미사〉와 함께 격월간으로 회보를 발간하고 있다. 또 연 4회 정도 영문 뉴스를 제작해 해외에 보내고, 5년에서 10년 주기로 한국 가톨릭과 세계 가톨릭의 현황을 담은 〈한국천주교회총람〉을 발간하고 있다. 이외에 교구별 회보 담당자를 대상으로 매년 2박 3일간 연수를 진행해, 이들에게 보도자료 작성법·교구별 주보 편집 방법·홈페이지 관리법·언론 홍보담당의 신문사 응대법 등을 교육하는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2022년 1월 가톨릭 언론인들의 모임인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시그니스서울·가톨릭신문출판인협회는 총회를 열어 하나의 단체를 통합·출범시켰는데, 바로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이다. 출범 선언문에 따르면 이들의 통합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뉴미디어의 출현, 미디어 융합 등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시대가 요구하는 미디어 사도직 봉사자로서 소명을 성찰하고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함”이다.

로마 교황청 홍보부도 2023년 5월 29일 ‘소셜미디어 참여에 관한 사목적 성찰-충만한 현존을 향하여(Toward Full Presence. A Pastoral Reflection on Engagement with Social Media)’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온라인 상의 과도한 정보 △무분별하고 지속적인 소셜미디어 사용 △타인에 대한 주의 결여 △분열된 세상에서 공동체 만들기 등에 관한 사목적 성찰이 담겨 있다.

천주교주교회의 미디어부에서 운영·관리하는 유튜브 채널 화면 캡쳐.
천주교주교회의 미디어부에서 운영·관리하는 유튜브 채널 화면 캡쳐.

개신교, 대중문화 모니터링 선교 활용

개신교계는 직·간접적으로 대중문화를 모니터링하는 단체가 여럿 있다. 그중 한 곳이 문화선교연구원이다. 이 단체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소속으로, 임성빈 전 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이 설립했다. ‘시대를 읽고 미래를 열어갑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건 문화선교연구원은 매스미디어의 발달로 대중문화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중문화에 대한 교단 차원의 적절한 대응을 위해 설립한 단체다.

문화선교연구원의 설립 목적은 크게 △한국교회 문화선교 방향 제시 △다음 세대 문화선교 △문화 창조자 역할 등 세 가지다. 이를 위한 사업으로 △문화목회 연구(시대 분석과 미래 연구, 시의성 있는 이슈와 문화선교 트렌드, 대중문화키워드 분석 등) △문화 네트워크(기독NGO·교회·교육기관과 연대) △다음 세대 문화선교(교회학교를 위한 문화콘텐츠 제공, 도심 속 문화수련회, 대중문화 가이드) △문화 플랫폼(서울국제사랑영화제 지원, 기독전용영화관 필름포럼 운영 지원, 카드뉴스 제작 및 SNS 소통) 등을 시행하고 있다.

문화선교연구원은 천주교주교회의 산하 미디어부와는 모니터링 방식이 다르다. 천주교주교회의 미디어부처럼 매일 각종 미디어 속 기독교 관련 정보를 모니터링하지는 않지만, OTT 업체의 제작 드라마나 영화·SNS·미디어에 노출되는 개신교 관련 내용을 점검해 선교 자료로 활용한다.

문화선교연구원 직원은 대부분 신학을 전공한 목회자들이다. 임주은 목사는 “신학을 전공한 목회자들이 대중문화의 간극을 줄이고, 대중문화 트렌드에 따라 교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글과 영상을 통해 소개, 교회를 설득해 나가는 것이 문화선교연구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개신교계는 교단이 다양한 만큼 미디어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다. 요즘 개신교계에서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인기를 끌었던 ‘더 글로리’, ‘D.P. 2’, ‘수리남’, ‘오징어게임’ 등 드라마·영화에 등장하는 개신교인 캐릭터가 악당으로 묘사되는 것에 대해 ‘선을 넘은 기독교 폄하’라고 반발하고 있다. 종교에 대한 표현은 각자가 자유롭게 할 수 있어도 지속·반복적 부정적 표현은 종교 편향으로 볼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개별 모니터링 대신 깊이 있게 분석

문화선교연구원은 뉴미디어에 소개된 기독교 관련 내용이 부정적이라 하더라도 항의를 하는 등 직접적인 대응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해당 영상물 등을 깊이 있게 모니터링해 제작자가 무슨 목적으로 제작했는지 그 의도를 분석한다.

임주은 목사는 “제작자들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더 자극적이고 작위적으로 꾸며내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종교는 인간의 악한 면을 드러내는데 극적인 효과를 할 수 있는 요소”라며 “제작자들이 기독교인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다고 본다. ‘예수를 믿는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되지 않은가? 정신을 차렸으면’ 하는 외침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책상에 앉아서 모니터링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제작자들도 공부를 많이 하고 제작을 할 것이다.”면서 “개개인의 성찰이 먼저고, 그 다음에 ‘기독교 정신’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냉철한 자기비판을 전제로 한 대응을 강조했다.

문화선교연구원은 매월 모니터링한 대중문화 트렌드를 골라 6개의 글을 올린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12개의 글을 올렸다. 모니터링은 MZ 세대 트렌드 등이 주요 대상이다. 또 매월 3,000~4,000명에게 이메일로 뉴스레터를 보낸다. 특히 연초·연중·연말에 포럼을 열어 ‘AI시대, 기독교인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등 사회 이슈에 맞는 주제를 다뤄 기독교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문화선교연구원의 주된 활동 중 하나는 영화 상영이다. 기독교 정신을 담은 ‘하나님’ 또는 ‘성경’ 등의 단어가 나오지 않아도 대중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영화를 선별해 상영하고 소개한다. 아울러 기독교인이 읽어 봐야 할 신간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연말에 한 해 동안 모은 키워드를 정리해 유행한 트렌드를 분석하고 다음 해의 대중문화 트렌드를 전망해 발표한다.

사회와 기독교계 사이의 대화와 소통, 온전한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사실’에 입각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 목회데이터연구소도 개신교계 뉴미디어 모니터링 단체 중 한 곳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모니터링으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위클리 리포트’, ‘일반사회 통계’, ‘대한민국 트렌드’, ‘기독교 통계’ 등의 데이터를 만들어 공개하고 있다. 특히 출가자(성직자) 통계 등 불교·가톨릭·개신교와 관련한 통계도 분석해 공개하는 등 한국 사회 주요 종교에 대한 모니터링과 분석도 하고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한국교회 목회자와 리더십 그리고 일반 기독교인이 세상의 여러 상황적 문제를 보다 잘 이해하고 다루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고 설립 목적을 밝히고 있다. 한국 사회의 다양한 자료를 수집·분석하고, 통계 자료로 생산해 개신교의 미래 선교활동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가톨릭과 개신교계의 뉴미디어 모니터링과 대응이 다소 소극적으로 비추어지기도 하지만, 불교계에 비해선 여전히 상당히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다. 불교의 미래를 위해서는 이웃 종교가 뉴미디어 시대를 어떻게 헤쳐 나가고 있는지를 잘 파악해 불교계만의 대응 방향을 모색해 나가야 할 때다.

문화선교연구원은 대중문화를 깊이 있게 연구해 선교자료로 활용한다. 문화선교연구원 홈페이지 화면 캡쳐.
문화선교연구원은 대중문화를 깊이 있게 연구해 선교자료로 활용한다. 문화선교연구원 홈페이지 화면 캡쳐.

 


➌ 불교계의 대응과 과제

종교편향 소극적 대응 넘어
양질 불교콘텐츠 지원해야

글 유응오

김재일, 불교계 미디어 호법신장

세상에는 두 갈래 길이 있다. 하나는 이미 만들어진 길을 따라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새롭게 여는 것이다. 사람이 걸어가야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뉴 미디어 시대, 불교의 나아갈 길’도 故 김재일 사찰생태연구소장이자 사단법인 보리 이사장이 걸어간 길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김재일 소장은 2011년 5월 임종할 때까지 종교편향적인 방송을 필터링하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불교 생태주의적인 방송 제작을 권유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는 1990년 보리방송모니터회를 창립한 뒤 회원들에게 미디어 교육을 시킴으로써 종교편향적인 보도 내지는 방영으로부터 불교계를 수호했다. 그는 조용기 순복음교회 목사의 선교 프로그램을 10년 넘게 방영해 왔던 MBC에 방송중단을 촉구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로 보였던 그의 행보는 끝내 관철되어서 2002년 MBC는 선교방송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보리방송모니터회를 필두로 14개의 불교 단체가 참여하는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불교대책위원회’가 출범했고, 범불교도 결의대회, MBC 선교방송 규탄 서명 운동, 방송위 시정 요구 등이 전개됐다.

보리방송모니터회의 업적 중 하나는 정부·광역단체·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하는 종교편향적인 공연의 문제점을 제기한 것이다. 2008년 ‘대한민국 60년 경축 전야 음악회’가 개최됐고, KBS가 이 음악회를 방영했다. 그런데 이 음악회에서 기독교 찬송가가 공연되었다. 보리방송모니터회는 당시 “대통령이 개신교 신자면 나라도 개신교 종교국가인가?”라고 비판하였다. 당시 보리방송모니터의 대응은 최근 불거진 광역단체와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하는 종교 편향적인 공연의 문제점에 대해 불교계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선례가 되었다.

또한 김재일 소장은 1993년부터 보리방송문화상을 제정해 불교문화를 사회에 알리는 데 역할을 한 방송언론인들을 독려해 왔다. 1회에는 대상과 우수상 2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선정했다. 대전MBC의 ‘마애석불의 미소’와 교육방송(EBS)이 제작한 ‘오백번째 나한’이 각각 대상과 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후 불교TV 부문, 불교TV부문 특별상이 신설돼 시상 부문이 점차 넓어지다가 2004년 제12회부터 조계종총무원과 보리방송모니터회가 공동 주최하게 되었고, 2005년부터 ‘불교언론문화상’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불교언론문화상으로 개칭된 후에는 시상부문이 일반 TV부문과 교계 언론부문(신문·라디오·TV), 출판 부문 등으로 확대됐다.

보리방송모니터회의 또 다른 업적은 생태주의적 시각에서 미디어 방송을 바라보고 그 문제점을 지적함으로써 생태주의의 원류가 불교임을 널리 알렸다는 점이다. 보리방송모니터회는 ‘생태주의 시각에서 본 방송’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고, 많은 프로그램이 동물을 먹거리로 다루거나 재미를 위해 불필요한 상황을 연출하는 점을 지적했다.

김재일 소장은 올바른 방송모니터링을 위해 지속적으로 보리방송모니터회 회원들을 모집해 1년에 네 차례 모니터 교육을 시켰다. 안타깝게도 김재일 소장이 임종한 뒤 각종 미디어의 방송 모니터링은 무방비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1990년 창립한 보리방송모니터회는 김재일 이사장(사진 오른 쪽)이 활동하던 2011년까지 약 20년 간 종교편향 방송으로부터 불교계를 수호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1990년 창립한 보리방송모니터회는 김재일 이사장(사진 오른 쪽)이 활동하던 2011년까지 약 20년 간 종교편향 방송으로부터 불교계를 수호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미디어’에 비친 불교의 두 얼굴

최근 불거진 미디어 속의 종교편향과 불교 폄훼의 사례는 ①영화와 드라마 ②PD저널리즘 ③동영상사이트 방송 등 세 가지 유형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영화의 사례부터 살펴보자. 2008년 상영된 전윤수 감독의 ‘미인도’는 스님과 아이를 낳기 위해 기도를 올리다가 쓰러진 사대부가의 여인이 성관계를 갖는 장면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됐다. 불교 폄훼 논란에 대해 제작사 측은 “표현의 자유”라고 일축했다. 영화사 측은 “문제가 된 장면은 여인의 욕망을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로, 실제 신윤복의 작품 중 사찰에서 춘화를 보는 연인들을 그린 ‘춘화를 보는 여자들’이라는 그림을 통해서도 상상할 수 있는 장면”이라고 해명했다.

2003년 상영된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도 스님의 정사신이 포함돼 논란이 됐다. 내용인즉슨 아래와 같다. 노승과 동자승이 한 사찰에서 살고 있다. 동자승이 17세가 되자 동갑내기 소녀가 요양하기 위해 사찰에 들어온다. 청년승은 결국 파계하고 산사를 떠난다. 극 중에는 청년승과 여자가 산사에서 서로의 몸을 탐하는 장면이 포함돼 있다. ‘미인도’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상영 당시 불교계는 제작사 측에 논란이 된 장면을 삭제해 달라거나 수정해 달라는 등의 요청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1986년 상영된 ‘허튼 소리’는 중광 스님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이다. 이 영화는 상영에 앞서 세 차례 시사회를 가졌다. 영화진흥공사에서 가진 시사회에는 원작자인 당시 조계종 기획실장 정휴 스님도 초청됐다. 이어서 국회정각회를 대상으로 한 시사회를 가졌다. 영화를 관람한 몇몇 국회의원들이 세 장면을 문제 삼았다. 산중 암자에서 사십구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미망인을 중광 스님이 겁탈하는 장면, 낙산사 홍련암에서 방생법회를 봉행하던 중 중광 스님이 산 물고기를 씹어 먹는 장면, 중광 스님이 설악산의 눈밭을 걷다가 해골을 발견하고서 “아군이냐? 적군이냐?”라는 대사를 읊조리는 장면이다. 몇몇 국회의원들은 두 장면은 불교 폄훼에 해당하고, 마지막 장면은 국가보안법 위반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중앙일보’ 이은윤 기자도 이러한 문제점을 기사화했다. 이러한 논란 때문에 ‘허튼 소리’는 예정일에 개봉할 수 없었고, 이로 인해 흥행에 실패했다.

1998년 상영 예정이었던 박철수 감독의 영화 ‘성철’은 성철스님문도회의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등 반발로 끝내 개봉하지 못했다. 성철 스님의 일대기를 그린 이 영화에 성철 스님의 속가 가족사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임권택 감독의 ‘비구니’도 불교계의 반발로 끝내 상영되지 못한 영화이다.

불교계는 범계(犯戒) 장면이 있는 영화라고 해도 ‘표현의 자유’에 해당할 수 있는 까닭에 불교사상에 입각한 영화인지 숙고한 끝에 상영 반대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불교를 제재(題材)로 한 영화 중 예술성이 높은 작품으로 임권택 감독의 ‘만다라’·‘아제아제 바라아제’·장선우의 ‘화엄경’·박철수의 ‘니르바나의 종’·배창호의 ‘꿈’·배용균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임권택 감독은 필자와의 대담에서 ‘만다라’와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제작 당시 어려웠던 상황을 토로했다. “‘만다라’ 제작 당시 조계종의 반대로 촬영지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고, ‘아제아제 바라아제’ 제작 당시에도 촬영지를 구하지 못해 원작자인 한승원 소설가가 나서서 촬영지를 물색해야 했다. 한승원 소설가의 청을 선암사 지허 스님이 흔쾌히 들어줘서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라고 임권택 감독은 회고했다.

드라마의 불교 폄훼 사례는 2022년 방영된 JTBC의 ‘인사이더’가 대표적이다. ‘인사이더’는 법당을 도박장으로 묘사하여 논란이 되었다. 조계종은 “스님들을 범법자로 표현하는 장면을 이례적으로 15분 동안 방영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이로 인해 불교계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라는 입장을 방송사에 전달했고,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제작사의 공개 참회, 해당 영상 삭제와 재방송 송출 중단을 촉구했다. 결국 JTBC는 불찰을 인정하며 문제가 된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재방송·VOD 다시보기 송출을 중단했다.

2019년 방영된 SBS의 ‘열혈사제’도 독립운동가 용성 스님이 창설한 ‘대각교’를 사이비종교인 것처럼 묘사해 논란이 됐다. 당시 재단법인 대각회는 용성 스님을 폄훼했다는 이유로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불교계의 공분을 사자 SBS는 열혈사제 내용 중 ‘대각교’를 ‘매각교’로 개명했다.

PD저널리즘의 불교 폄훼는 MBC의 PD수첩 ‘큰 스님께 묻습니다’가 대표적이다. ‘큰 스님께 묻습니다’는 일부 불교계 언론에서 이미 오래전에 제기한 의혹을 영상화한 것에 지나지 않아 신속성이 아닌 심층성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 PD저널리즘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쌍방의 주장이 엇갈리는데도 ‘기계적 중립’을 지키지 않고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을 그대로 송출했다.

유튜브·아프리카TV·팝콘TV 등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도 불교 폄훼 장면이 적지 않았다. 유튜브에서 ‘스님’을 검색하면 ‘1000도 머리에 삼겹살 구워먹기’, ‘스님의 번호따기’ 등 선정적인 콘텐츠가 전면을 장식해 왔다. 게다가 불교를 폄훼하는 콘텐츠는 점차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제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인터넷 1인 방송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관리감독을 하지만 콘텐츠 범위가 다양해 처벌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2020년 7월 신천지예수교가 운영하는 천지TV는 ‘신앙의 노정 담은 천년고찰 통도사’를 방영했다가 통도사의 강한 반발로 결국 해당 영상을 삭제해야 했다.

반대로 미디어에 불교가 긍정적으로 비친 경우도 적지 않다. 모범사례로는 ①다큐멘터리 ②영화와 드라마 ③뮤지컬을 들 수 있다. 다큐멘터리의 모범사례는 불교언론문화상 수상작을 꼽을 수 있는데, 그 사례가 너무 많아서 지면에서는 소개하지 않기로 한다.

영화의 모범사례는 신미대사 등 스님들이 한글 창제에 지대한 역할을 한 사실을 밝힌 ‘나릿말싸미’를 들 수 있다. 영화의 공간적 배경으로 사찰이 쓰인 사례로는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을 들 수 있다. ‘생활의 발견’에는 주인공이 청평사의 회전문을 찾아가는 장면이 나오고, ‘헤어질 결심’에는 주인공들이 송광사에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나오고, ‘외계+인’에는 주인공들이 화순 운주사에서 도술을 쓰는 장면이 나온다. 드라마의 모범사례로는 청주 용화사가 배경으로 나온 ‘더 글로리’를 들 수 있다.

뮤지컬의 모범사례는 타악 뮤지컬 ‘야단법석’과 부처님 일대기를 그린 ‘싯다르타’를 들 수 있다.

불교를 소재로 한 영화의 경우, 범계(犯戒) 장면이 포함돼 있더라도 ‘표현의 자유’에 해당할 수 있는 까닭에 불교 사상에 입각한 영화인지 숙고한 후 상영 반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영화 ‘아제아제 바라아제’,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외계+인’, ‘헤어질 결심’.
불교를 소재로 한 영화의 경우, 범계(犯戒) 장면이 포함돼 있더라도 ‘표현의 자유’에 해당할 수 있는 까닭에 불교 사상에 입각한 영화인지 숙고한 후 상영 반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영화 ‘아제아제 바라아제’,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외계+인’, ‘헤어질 결심’.
불교 폄훼 장면을 담은 유튜브와 법당을 도박장으로 묘사한 드라마 ‘인사이더’.
불교 폄훼 장면을 담은 유튜브와 법당을 도박장으로 묘사한 드라마 ‘인사이더’.

미디어 속 불교의 미래는?

앞서 필자는 ‘뉴 미디어 시대, 불교의 나아갈 길’은 김재일 소장이 걸어간 길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리방송모니터회는 불교문화와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미디어 프로그램 제작을 유도하였다. 향후 불교계는 종교 편향과 불교 폄훼적인 미디어에 대해 신속하고 강경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그 모범선례는 JTBC ‘인사이더’에 대한 대응이었다. ‘인사이더’ 첫 방송에서 불교를 폄훼하는 장면이 방송된 지 불과 5일 만에 JTBC는 불교계를 찾아와 공식 사과했다. 당시 종교평화위원회의 규탄 성명을 필두로 수많은 불교단체가 잇따라 성명을 내고 공식 사과와 해당 방송 삭제를 요구했다.

현재 종교 편향과 불교 폄훼 방송을 감시하는 역할은 각 종단의 몫이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산하에 범 종단 차원의 미디어위원회를 창립할 필요가 있다. 조계종포교사단은 인터넷 포털이 활성화되던 2005년 조계종 포교원으로부터 불교왜곡 정보를 바로잡는 ‘불교바른정보사업’을 넘겨받아 네이버 지식검색과 각종 블로그에서 잘못된 불교 정보를 바로잡았다.

불교계는 무엇보다 대중이 주목할 양질의 불교 콘텐츠를 제작 지원하고 보급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인기 콘텐츠와 불교 콘텐츠가 조우하는 지점을 면밀하게 살피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유응오

소설가. 불교계 언론사 및 〈불교와 문학〉 주간을 역임했다. 2001년 ‘불교신문’, 20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돼 등단했다. 소설집으로 〈검은 입 흰 귀〉, 장편소설로 〈하루코의 봄〉·〈염주〉, 영화평론집으로 〈영화, 불교와 만나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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