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2024)년 청룡의 해, 갑진년이 열렸다. 하지만 갑진년 새해를 맞는 우리의 마음은 희망에 부풀어 있기보다 걱정이 앞서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는 지난해 비록 코로나19 팬데믹의 종식을 선언했지만 인류의 고통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2년째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 끝이 어디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계속되고 있고, 여기에 더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와의 전쟁도 수많은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면서 지구촌을 큰 위험 속에 빠뜨리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몇 년간 지속되고 있는 경기침체는 청년들의 취업을 여전히 힘들게 하고 있다. 미국발 금리 인상은 서민들의 삶을 더욱 핍박하고 있으며, 새해 들어서도 불투명한 경제전망은 우리 사회를 전체적인 암울한 그늘로 몰아가는 상황이다.

또한 올해 4월 치러지는 총선은 우리 국민을 더욱더 편가르기 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판의 정쟁이 국민을 편가르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4월 총선은 국민 간 불화와 대립을 더욱 조장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노동자들의 일상과 삶이 해체·재구성되고 이념과 세대 간, 한편에서는 젠더 갈등도 분출하고 있다.

국외적으로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상황이 거듭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안보와 경제문제가 뒤섞이면서 우리나라로선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난감한 것도 사실이다. 남북 관계도 그저 대치 상황으로만 이어가기 곤란하다. 경색된 남북 관계는 국민의 불안을 가중케 할 뿐, 새로운 변화와 발전적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

이상기후 현상에 대응하는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하는 것도 숙제다. 갈수록 떨어지는 출산율은 향후 국가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 분명하다. 하나하나 쉽고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대한민국은 대전환이란 숙제를 앞에 두고 있다.

우리가 여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건 포용과 통합의 의지다. 통합과 상생의 미래를 열지 않으면 분열과 대립과 갈등은 정해진 이치다. 현하 지구촌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전쟁과 재난·질병은 인간의 탐욕(貪慾)과 무지(無知)가 초래한 업보라는데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지구촌 작은 생명의 숨결 하나마저도 서로 이어진 인연의 끈으로 유지된다는 것이 연기법이다. 연기법을 간과하고 통합과 상생을 말할 수 없다.

부처님께서는 세상이 중연소생(衆緣所生)의 이치에 의해 움직인다고 설하셨다. 여럿의 인연이 계합(契合)할 때 비로소 만물이 큰 힘을 얻고 생명 있는 모든 존재가 축복의 삶을 살게 된다고 설하셨다. 생각이 바르면 정도(正道)가 솟아나고, 생각이 삿되면 그르침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서로가 신뢰하고 통합할 수 있는 사회 건설은 바른 생각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매우 당연한 말이지만 실천으로 옮기기가 너무 어렵다. 그러나 당연한 일일수록 실천해야 각종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반도를 비롯한 세계평화와 경제성장을 통한 안정적인 삶은 모든 국민이 바라는 올해의 바람일 것이다.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공존과 상생의 논리를 설파하는 연기법의 가르침을 저마다 가슴 깊이 새겨 상대를 먼저 배려하고 개개의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만 가지 생명이 모두 개개의 부처님’이라고 생각한다면 어찌 하찮게 대할 수 있겠는가. 갑진년을 맞아 모든 인류가 행복과 평화로운 날을 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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