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동/달아실출판사/1만 원
불교 가르침 스며든 詩語의 향연

2021년 계간 〈시와 세계〉 겨울호에 ‘어매의 어매’ 외 5편으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여태동 전 불교신문 편집국장이 첫 시집을 펴냈다.

고등학교 때부터 문학동아리 활동을 하며 시인을 꿈꿔온 저자는 1989년 국방일보에 시 ‘GOP전선’을 발표하며 꾸준히 시를 써왔다. 저자는 불교신문에 취재기자로 입사해 편집국장을 거쳐 논설위원까지 한 길을 걷고 있는 언론인이자, 20여 년간 농사를 지어온 도시 농부다. 그가 써내려간 시에는 그간의 이력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총 5부로 구성된 시집에는 폐지와 할머니·토란대·숨비소리·막지고개 인동초·구인사 일주문에 서서 등 65편의 시가 실렸다. 저자는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고 우여곡절이 많은 우리의 일상을 활달하게 노래하는가 하면, 언론인으로서 바라본 세상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담기도 했다. 또 생태와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인간이 농사를 짓는 이유에 대한 원초적인 물음을 던지면서도, 자연의 시은(施恩)에 감사하는 소박한 농심(農心)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시들은 상념을 감추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선취와 파격이 있고, 자비심과 이타심, 공(空)사상 등 불교적 가르침이 곳곳에 스며있다. 시집을 편집한 박제영 시인은 저자의 시를 “잉크와 염불과 퇴비 그리고 산채비빔밥과 같다.”고 표현했으며, 백원기 문학평론가(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생명존엄의 복밭[福田]에 불교적인 가르침이 스며든 시어(詩語)들의 향연을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시인의 말을 통해 “우두커니 나를 본다//시랍시고 끄적거리기를 30년여/첫 시집을 내고/우두커니 서서 나를 본다//가쁜 숨 헐떡거리며 희덕수그레하게/서 있는 너는 누구냐?//지나 온 세월 덧없고/살아갈 세월 까마득하여라//학가산 바라다보이는/고향 막지고개에 초가삼간 지어/구들 놓고 군불 지피며 살며//바지게에 활자 가득 지고/질밤재와 달밤재/오르내리며 시밭 일굴 날/기다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저자는 ‘시를 쓴답시고 30년여 끄적거린 끝에 첫 시집을 낸다.’고 자신을 낮추지만, 그의 시들은 결코 만만치 않다. 앞으로 그가 펼쳐낼 시의 세계가 더욱 궁금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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