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김영사/25,000원

                                        김일엽 스님.
                                        김일엽 스님.

수도승 일엽평전 형식으로 조명

격동기 한국 근현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김일엽(金一葉, 1896~1971) 스님의 생애와 사상에 관한 내용을 다룬 평전 형식의 학술서다. 2017년 하와이대 출판부에서 출간한 〈Women and Buddhist Philosophy ; Engaging Zen Master Kim iryop(여성과 불교철학 ; 김일엽 선사를 통하여)〉의 번역본이기도 하다.

일엽 스님은 출가 전 이화학당과 도쿄 닛신여학교에서 신학문을 배웠다. 그 후 문인으로 활동하며 월간지 〈신여자〉를 창간했고, 나혜석 등과 함께 ‘자유연애론’과 ‘신정조론’을 외치며 개화기 신여성운동을 주도한 페미니스트였다. 그간 세간의 관심이 ‘파격적 행보를 보인 신여성 김원주’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면 책은 ‘수행자 김일엽의 생애와 사상’에 초점을 뒀다.

저자 박진영은 미국 아메리칸대학교 종교철학과 교수다. 그녀는 11월 7일 서울 수송동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신여성 김일엽이 자아와 자유의 추구가 자신이 속한 사회의 성차별 문제에 도전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면, 수도승 김일엽은 자신의 자유를 억압하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눈을 돌려 불교에 귀의했다.”면서 “집필을 위해 자료를 최대한 모았지만 연대기 확인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일엽 스님의 여러 모습을 맞추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결국 출간까지 11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책은 2부 7장으로 구성됐다. 1부는 일엽 스님의 출가(1933년) 이전의 시기로 성장과정과 문인이자 페미니스트의 삶이 담겨 있다. 2부는 출가 후부터 입적할 때까지의 생애로 수행과 말년의 저술(3권)에 담긴 불교철학을 다뤘다. 종교학자가 한국학진흥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저술한 학술서인 만큼 내용은 철저한 자료조사와 검증을 거쳤다. 말미에 단 88페이지에 달하는 미주(尾註)가 이를 뒷받침한다.

박진영 교수는 연세대 영문과에서 학·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1998년 뉴욕대에서 석사,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학에서 박사(비교 철학) 학위를 받았다. 선불교와 화엄불교, 근대 한국불교철학, 여성 철학, 동서비교철학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현재 북미한국철학회장이며, 11월 19일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종교학회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여성과 불교 철학〉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저자 박진영 교수.
                                     저자 박진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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