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0일, 입장문 발표

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반출돼 현재 도쿄 오쿠라재단 호텔 박물관 정원에 방치되어 있는 ‘이천오층석탑’을 되찾으려는 ‘이천오층석탑환수위원회’의 환수운동을 공식 지지했다.

진우 스님은 9월 20일 ‘이천오층석탑 환수 지지 입장문’을 발표하고 “한국 불교계의 환수 지지 성명이 민감한 정세 속에서 보다 종교·문화적 측면이 한일 교류에 있어 물꼬를 틀 수 있는 역할이라 생각하기에 대한불교조계종은 이천오층석탑환수위원회가 일본 오쿠라 재단에 펼치는 ‘이천오층석탑’ 환수 활동에 지지를 표하며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보낸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진우 스님은 또 “유형·무형의 문화재들은 우리의 역사이고, 현재이며 다가오는 미래의 우리 모습”이라며 “단편적으로 석탑을 바라봤을 때 낡고 오래된 돌덩어리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고려 초기부터 일제에 무단 반출되기 이전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염원이 깃들어져 있을까 생각해 본다면 단순히 이를 오래된 석조 조형물로 여길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진우 스님은 “이천오층석탑은 일제로부터 무단반출 되었다는 조선총독부의 명백한 근거 문서가 남아있는 몇 안 되는 국외소재의 우리 문화재”라며 “망국의 서러움 앞에 모든 것을 공론화 시킬 순 없겠지만 이천오층석탑의 경우 반출된 경위가 뚜렷이 기록 되어 있는 바 그 어떠한 문화재보다도 조속히 돌아와야 할 우리의 문화재일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천오층석탑은 통일신라 말부터 고려 초기 조성된 높이 6.48m의 방형석탑으로 이천 향교 부근에 위치해 있었다. 1915년 경 조선총독부에 의해 경복궁으로 옮겨졌고, 1918년 일본 도쿄 오쿠라사립미술관으로 강제 반출됐다.

이천지역 불교계와 시민사회단체는 2008년 비영리법인단체인 ‘이천오층석탑환수위원회’를 결성, ‘이천오층석탑이 강제로 반출됐다.’는 역사 기록을 바탕으로 오쿠라 재단과 교섭하고 △학술세미나 △관내 초등학교 역사 교육 △사생대회 △염원탑 조성 △이천시민 10만 서명부 전달 등 환수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온 바 있다.

〈이하 입장문 전문〉

‘이천오층석탑’ 환수 지지 입장문

무릇 문화란 인류가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만들어낸 물질적·정신적 결과물을 통틀어 지칭합니다. 그렇기에 문화는 여가의 산물이 될 수도 있으며, 권력의 상징이 될 수도 있는 등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사회에 존재해 오고 있습니다.

우리 불교 역시도 한반도에 전래된 4세기를 시작으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해 오고 있습니다. 외적으로는 석탑, 불상, 사찰 등의 유형문화재를 예로 들 수 있으며, 내적으로는 언어, 사상, 의식, 의례 등 무형의 문화로 이어져 우리 민족의 생활과 문화를 형성하고 발전하는데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유행을 따라 형성된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 우리 조상의 염원과 정신이 깃든 산물입니다. 그렇기에 이 유형·무형의 문화재들은 우리의 역사이고, 현재이며 다가오는 미래의 우리 모습일 것입니다.

이천오층석탑의 환수 목적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 생각합니다. 단편적으로 석탑을 바라봤을 때 낡고 오래된 돌덩어리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고려 초기부터 일제에 무단 반출되기 이전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염원이 깃들어져 있을까 생각해 본다면 단순히 이를 오래된 석조 조형물로 여길 수 없을 것입니다.

이천오층석탑은 일제로부터 무단반출 되었다는 조선총독부의 명백한 근거 문서가 남아있는 몇 안되는 국외소재의 우리 문화재입니다. 망국의 서러움 앞에 모든걸 공론화 시킬 순 없겠지만 이천오층석탑의 경우 반출된 경위가 뚜렷이 기록 되어 있는 바 그 어떠한 문화재보다도 조속히 돌아와야 할 우리의 문화재일 것입니다.

더불어 이천오층석탑환수위원회는 2008년부터 시민과 지역단체, 종교계가 자발적으로 합심하여 환수의 뜻을 이어 나가고 있는 비영리법인 단체로 꾸준한 방일 협상과 이천시민 10만 서명부 전달, 학술세미나, 관내 초등학교 역사교육, 사생대회, 염원탑 조성 등 민감한 국내외 정세 속에서도 그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우리는 현재 한국 일본 정부가 말하는 ‘한일관계 진단과 상호 인식' 및 '미래지향적 한일협력’을 내세워 환수운동의 방향을 새롭게 구성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불교계의 환수 지지성명이 민감한 정세 속에서 보다 종교적·문화적 측면이 한일 교류에 있어 물꼬를 틀 수 있는 역할이라 생각하기에 대한민국 불교의 최대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은 이천오층석탑환수위원회가 일본 오쿠라재단에 펼치는 <이천오층석탑> 환수 활동에 지지를 표하며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보냅니다.

2023년 9월 20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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