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형식으로 정리한 역대 조사어록 108편
월암 스님/담앤북스/16,800원

‘전등사서(傳燈史書)’는 〈전등록(傳燈錄)〉·〈선문염송(禪門拈頌)〉 등과 같이 부처님과 역대 조사들의 가르침에 얽힌 옛 이야기를 모아 엮은 책이다. 전 전국선원수좌회 의장 월암 스님이 여러 전등사서를 탐독한 뒤,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 어록 108편을 엄선해 수필형식으로 해설한 책을 출간했다.

전등사서에는 부처님과 역대조사들의 기연(奇緣)이 등장하는데, 격외의 도리를 보여줌으로써 상대를 단박에 깨닫게 하거나, 진여일심에 이르게 하는 방편을 구사하기도 한다. 월암 스님은 오랜 시간 동안 한국과 중국의 제방선원에서 정진하며 참구(參究)한 바를 바탕으로 각 일화를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했다.

책에는 제자와 호떡 내기를 하는 조주 선사의 일화부터 땔감이 없다며 법당의 목불(木佛)로 불을 지핀 단하 선사의 이야기, 〈금강경〉에 통달한 덕산 선사가 노파의 질문 한 마디에 말문이 막힌 사연 등 다양한 조사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월암 스님은 108편의 일화를 통해 독자에게 ‘선(禪)이란 관념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문제를 참구하는 것’임을 일깨운다. 이를 바탕으로 사유와 소통이 필요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깨어있고 열려있는 공감·공명·공존의 ‘불이(不二) 세상’을 만드는 선적 해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책은 △한 생각에 걸림이 없으면 어디서나 해탈이다 △해가 뜨고 달이 져도 허공은 그대로이다 △너무 가까이 있으면 보이지 않는다 △꿈을 꾸는 사람이 바로 꿈 깨는 그 사람이다 △알지 못함은 금과 같고 알아 얻음은 똥과 같다 △부처와 조사는 오직 그대만을 위해 법을 설한다 △그림자를 따라가지 마라 △거울에 비친 모습은 돌아서서는 볼 수 없다 등 8장으로 구성됐다.

월암 스님은 머리말에서 “이 책을 통해 출가수행자는 핵심 종지(宗旨)에 대한 정견(正見)을 갖추고, 재가 수행자들은 귀감이 될 만한 언구(言句)를 삶의 지침으로 삼길 바란다.”면서 “인연이 닿는 독자들의 삶이 수행과 깨달음으로 승화되어, 허망한 집착을 여의고 ‘구경행복’을 실현하기를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월암 스님은 1973년 도문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해인사에서 고암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전국선원수좌회 의장, 벽송사·기기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문경 한산사 용상선원에서 수행공동체 ‘불이선회(不二禪會)’를 이끌고 있다. 저서로 〈간화정로〉·〈돈오선〉·〈좌선요결〉·〈생각 이전 자리에 앉아라〉 등 다수가 있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