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한용운이 남긴 유일한 선학서
한용운 저·서준섭 역/어의운하/12,000원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만해 한용운(1879~1944) 스님은 〈님의 침묵〉을 비롯한 수많은 저술을 세상에 남겼다. 한용운은 3·1운동으로 옥고를 치르고 백담사의 암자 오세암에 칩거한 뒤, 삶의 방향을 모색했다. 이 과정에서 매월당 김시습의 〈십현담 요해〉를 읽고, 주해(注解) 형식을 빌려 자신의 선적 깨달음을 정리한 〈십현담 주해〉를 저술했다. 서준섭 문학평론가가 만해 한용운이 남긴 유일한 선학서 〈십현담 주해〉를 현대어로 정리, 해설한 책을 출간했다.

〈십현담〉은 중국 당나라 선승 동안상찰(同安常察, ?~961)이 조동종(曹洞宗)의 가풍과 수행자의 실천지침, 선의 원리 등을 10편 80구의 게송으로 정리한 책이다. 10세기 청량문익(885~958)이 주석을 달아 〈동안찰십현담청량화상주(同安察十玄談淸凉和尙注)〉를 저술했으며, 15세기 김시습이 청량문익의 주석서를 바탕으로 원문을 해설한 〈십현담 요해〉를 집필했다.

〈십현담 주해〉는 단순한 뜻풀이에서 벗어나 한용운 자신이 깨달은 선사상의 요체를 정리한 책이다. 책에는 현묘(玄妙)한 선의 세계와 그의 선적 사유가 담겨있다. 또한 그의 생애를 기반으로 볼 때, 암울한 시대 상황 속에서 삶의 활로와 미래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발견하고 저술한 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책은 1부 십현담 주해, 2부 십현담(원문), 3부 한용운의 〈십현담 주해〉 읽기(해설) 등 총 3부로 구성됐다. 번역문과 원문을 병기했으며, 원작과 주해언어의 독특한 선기(禪氣)를 현대적으로 되살렸다. 특히 독자가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동안상찰이 저술한 〈십현담〉의 원문과 번역자의 해설을 함께 실었다.

책을 번역한 서준섭 문학평론가는 역자서문을 통해 “만해 한용운의 〈십현담 주해〉는 그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저서이자, 청량문익의 주해본과 김시습의 〈십현담 요해〉와 구분되는 독자성을 지닌 뛰어난 저술”이라며 “한용운 선학의 요체(要諦)를 알고자 하는 문학독자와 신라의 이엄, 고려의 일연, 조선의 김시습, 한용운에 이르는 한국 조동선맥(曹洞禪脈)에 관심 있는 불교학도와 일반 독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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