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해제’ 갈구하는 선승의 수행기
원상 스님/시간여행/15,000원

안거(安居)는 부처님 재세 당시부터 이어져 온 불교의 수행법이다. 여름과 겨울 각각 석 달 동안 한 공간에서 대중과 함께 정진하는 안거에 들어가는 것을 결제(結制), 안거가 끝나는 것을 해제(解制)라 한다.

결제와 해제는 다른 단어처럼 표현하지만 ‘생사일여(生死一如)’라는 말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3개월 간의 안거가 끝났다고 수행자의 수행이 끝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졸업식 때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과도 의미가 상통한다. 해제 기간 동안 스님들은 방방곡곡으로 다니는 만행도 수행이기에 또 다른 장소에서 결제를 시작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전국 각지의 선원에서 정진한 저자는 결제·해제 기간 동안 틈틈이 쓴 글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책은 1장 은산철벽의 문을 열다, 2장 위없는 불도를 다 이루오리다, 3장 물 같이 바람 같이 살다 가라 하네, 4장 큰 꽃을 피우는 우리는 바로 상가(Samgha)다 등 4장으로 이뤄져 있다.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공부를 못해도 공부하는 곳에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안거 기간엔 대중과 함께 했고, 해제 기간엔 홀로 토굴 생활을 하며 지역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글을 썼다.”며 “어쩌면 이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가장 잘 모르는 사람이 자기 자신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이 어떤 모습을 갖고 있는지 알아가는 시간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또 결제에 대해선 ‘결제는 수행자가 대각(大覺)을 이루고 해탈에 이르기까지 숨이 붙어있는 그 순간까지를 말하고, 생사윤회의 고리를 결제 기간에 끊겠다는 서로 간의 굳은 약속이며 다짐”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해제에 대해서는 ‘인욕의 선물, 해제’에서 소신을 밝히고 있다. 해제에 대해선 “석 달, 한 철의 졸업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나 스스로 자신의 에고(恚苦)에서 벗어나는 우화(羽化)라고 할 수 있다. 매미가 7년 이상을 땅속에서 참고 기다리는 것이나, 수행자가 각고의 시간과 열정으로 벼락치는 깨달음이 있은 후 갖는 선물 같은 것이 참 해제”라고 피력한다. 저자가 말하는 ‘참 해제’는 정해진 기간 동안의 안거가 끝나는 날이 아니라 어느 때이건 대각을 성취함과 동시에 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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