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고불사 영산회상도·파주 보광사 동종 등

‘기장 고불사 영산회상도(機張 古佛寺 靈山會上圖)’.
‘기장 고불사 영산회상도(機張 古佛寺 靈山會上圖)’.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기장 고불사 영산회상도(機張 古佛寺 靈山會上圖)’, ‘파주 보광사 동종(坡州 普光寺 銅鍾)’, ‘부천 석왕사 불조삼경(佛祖三經)’ 등 불교 문화재 3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기장 고불사 영산회상도’는 화기에 있는 기록을 통해 1736년(영조 12)이라는 제작연대를 명확히 알 수 있는 불화다. 화기에 제작 화승이 기록돼 있지 않으나 존상의 특색 있는 머리 모양, 여래를 중심으로 짜임새 있고 안정적으로 구성된 구도와 배치, 채도가 낮은 적색과 녹색의 강한 대비 등으로 볼 때 경북지역, 특히 팔공산 일원에서 활약한 의균·세관 등의 화승에 의해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비단 바탕에 채색으로 영축산에서 석가모니불이 〈법화경〉을 설법하는 순간을 표현했는데, 주형 광배를 갖추고 불단 형식 대좌에 결가부좌한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 지장보살 등 8위의 보살과 사천왕·십대제자 등의 권속들은 위계와 역할에 맞게 좌우로 배치했다. 주존이 앉아 있는 불단에는 묵서로 주상전하·왕비전하·세자저하의 수명장수를 기원하는 축원문이 적혀 있는데, 이와 같은 사례는 드문 편이다.

‘기장 고불사 영산회상도’는 석가모니불을 주존으로 한 영산회상도이면서 권속으로 아미타팔대보살에 속하는 지장보살이 표현됐는데, 이런 형식은 19세기 경상도 일대와 서울·경기도에서 제작되는 후불도의 한 유형으로 이 작품은 18세기 전반 팔공산화파 화승에 의해 새로운 형식의 후불도가 제작됐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미술사적으로 의의를 지닌다. 또한 석가 신앙과 아미타 신앙의 융합을 보여주는 자료로써 조선 후기 불화의 형식과 신앙 변화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작품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더불어 도설된 내용과 화기에 기록된 화제가 일치해 이 시기 영산회상도 도상 연구에 기준이 되므로 보물로 지정해 연구하고 보존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파주 보광사 동종’은 기문(記文) 형식의 주성기(鑄成記)를 통해 천보(天寶)가 상륜(尙倫)·선잠(善岑) 등과 함께 청동 300근을 들여 1634년(인조 12) 제작했음을 명확히 알 수 있는 동종이다.

이 동종은 중국종의 형식을 수용하는 동시에 우리 고유의 미감을 반영하며 새로운 전환기를 맞는 조선 전기(15~16세기) 범종을 충실히 계승하고 있다. 음통이 없는 쌍룡의 종뉴와 종의 몸체를 횡대로 구분하는 것이 대표적 특징이다.

‘파주 보광사 동종’은 세 줄로 만든 횡대로 종 몸체가 상단과 하단으로 나뉜다. 상단에는 분할주조방식을 엿볼 수 있는 형틀 분리의 모습이 보이며, 육자대명왕진언(六字大明王眞言)과 파지옥진언(破地獄眞言)이 자리하고 있는데 조선시대 범종 중 처음으로 란차문자라는 새로운 범자체를 사용한 독창성이 돋보인다. 하단에는 반듯한 해서체로 적은 주성기가 보이는데 이를 통해 동종의 제작연대와 목적, 봉안 지역과 사찰, 발원자와 후원자, 장인과 재료 등 중요하고 다양한 내력이 분명하게 확인돼 사료적・학술적 가치가 크다.

이 동종은 천보(天寶)의 마지막 작품으로 조선 전・후기의 접점에 있는 과도기적 양상을 보여주고있다는 점에서 공예사적으로 의미가 있으며, 틀을 이어 붙여 주물하는 분할주조방식으로 제작된 단초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천보의 제작기법 뿐만 아니라 조선 후기 동종 제작기법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자료가 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원 봉안처를 떠나 이운(移運)의 역사가 많은 다른 범종들과 달리 보기 드물게 최초 봉안처에서 온전히 그 기능을 수행하며 잘 보전되어 온 점에서 그 역사성도 인정될 수 있어 보물로 지정해 보호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불조삼경’은 중국 원나라 고승인 몽산(蒙山) 덕이(德異, 1231~1308)가 석가(釋迦)와 조사(祖師)가 설법(說法)한 3가지 경전을 결집한 불서(佛書)다. 석가가 성도(成道)한 뒤 처음으로 설법한 내용인 〈불설사십이장경(佛說四十二章經)〉, 석가가 열반에 들기 전 남긴 마지막 설법 내용인 〈불유교경(佛遺敎經)〉, 위앙종의 창시자인 당나라 고승 위산(潙山) 영우(靈祐, 771~853) 조사의 어록인 〈위산경책(潙山警策)〉으로 이뤄져 있으며, 불교의 교훈적 가르침을 쉽게 설명하고 있어 불교경전을 처음 접하는 초학자에게 크게 도움을 주는 경전으로 알려져 있다.

석왕사 소장 ‘불조삼경’의 경우 〈불설사십이장경〉은 후한(後漢) 때 인도의 승려 가섭마등(迦葉摩騰)과 축법란(竺法蘭)이 한역(漢譯)한 것이고, 〈불유교경〉은 후진의 구마라습(鳩摩羅什)이 한역한 것이며, 〈위산경책〉은 위산 영우의 어록으로 3종 모두 송나라의 수수(守遂)가 주석(註釋)한 것이다. 이 책은 1286년에 몽산 덕이가 지은 〈서(叙)〉(2장)와 〈불설사십이장경〉(12장), 송나라 진종(眞宗)의 〈대송진종황제주유교경서(大宋眞宗皇帝注遺敎經序)〉(1장)와 〈불유교경〉(12장), 남송 장수(張銖)의 〈주위산경책서(注潙山警策序)〉(1장)와 〈위산경책〉 및 〈간행질(刊行秩)〉(12장)로 구성돼 있다.

석왕사 소장 ‘불조삼경’은 원나라 판본을 저본으로 1361년(공민왕 10) 전주의 원암사(圓嵓寺)에서 번각한 목판본이다. 권말에 간기(刊記)와 유판처(留板處) 기록이 있어 비구 행심(行心)이 발원하고 법공(法空)이 간행의 책임을 맡아 윤선(尹善) 등의 도움으로 간행했음을 알 수 있다.

‘불조삼경’의 고려시대 판본은 현재 3종만이 알려져 있다. 시기적으로 가장 앞선 1341년(충혜왕 복위 2)의 정각사 판본, 1361년(공민왕 10)에 전주 원암사에서 간행된 판본 및 1384년(우왕 10)에 간행된 판본이 현존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지정 예고 대상 ‘불조삼경’은 이미 보물로 지정된 타 소장본보다 인쇄 및 보존상태 등 선본으로서의 가치가 인정되므로 보물로 지정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3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을 거쳐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파주 보광사 동종(坡州 普光寺 銅鍾)’.
‘파주 보광사 동종(坡州 普光寺 銅鍾)’.
‘부천 석왕사 불조삼경(佛祖三經)’.
‘부천 석왕사 불조삼경(佛祖三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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