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은 사바세계에 구원의 빛으로 오셨다.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시기 이전까지 중생들은 무명(無明) 속에 갇혀 살았다. 무엇이 올바른 삶인지 알지 못한 채 눈앞의 이익만 좇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차별과 억압이 퍼져나갔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싸움을 불사했고 이는 부족 간 국가 간 전쟁으로 확산해 수많은 인명이 참담한 현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강자는 약자 위에 군림했으며 약자는 강자의 눈치를 살피며 삶을 보전해야 하는 역사가 되풀이됐다. 삶에 대한 깊은 성찰도 없었다. 보이지 않는 신(神)에 의지하며 각종 제의식(祭儀式)으로 치성만 올렸다. 문명이 발달한 현대사회의 눈으로 보자면 어이없는 행태가 비일비재했다. 이러한 시기에 부처님은 오셨다. 그리고 어리석은 중생들의 삶이 무명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시고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삼독심에서 벗어나야 진정 행복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가르치셨다. 이것이 불교의 근본사상을 이루는 삼법인(三法印)이고 사성제(四聖諦)이며 육바라밀(六婆羅密)이다.

이러한 가르침은 이전에는 없었던 불변의 진리다. 그리고 이 위대한 가르침은 2,700년의 세월을 넘어 오늘날까지 전해지면서 중생들이 구원받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란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위대한 가르침을 이어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류는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인류는 중대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영원히 의지하며 살 수 있을 것이라 여겼던 지구촌이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지진은 이젠 놀랄 일도 아니다. 언제 어디서 갑자기 지진이 발생하지 모르는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지구촌의 이상기후 현상은 인류를 멸망케 할 재앙이라는 경고가 거듭 나오고 있다. 이상기후는 기온이나 강수량이 정상적인 상태를 벗어났음을 의미한다. 일례로 지구의 평균 기온이 계속 상승해 점점 더워지는 것을 ‘지구 온난화’라고 말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지표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빙하가 녹아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지구촌 전반에 걸쳐 이상기후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상기후 현상은 빈번한 천재지변을 부르고, 생태계 균형이 깨지면서 생물이 단종되거나 그 수가 현저히 줄어드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로 인한 피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인류사회는 여전히 극단적인 이기주의에 빠져 이 순간에도 전쟁놀음을 멈추지 않는 어리석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니아 전쟁이 그것이며, 최근 또다시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교전이 그것이다. 이런 이유로 올해도 부처님오신날을 마냥 기뻐하고 찬탄할 수만은 없다.

부처님이 중생들에게 주신 사랑은 진리의 실천이다. 우리가 생사를 거듭하는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려면 부처님이 설파하신 진리를 실천해야만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탐진치(貪瞋痴) 삼독심(三毒心)의 버림이다.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은 자신뿐 아니라 사회와 조직을 망가뜨리는 암적 요인이다. 삼독심만 버릴 수 있다면 진정한 화해와 배려의 삶을 살 수 있다. 삼독심을 버리는 일이야말로 불성(佛性)을 바로 볼 수 있는 지혜로운 삶이다. 그러나 눈앞의 이익에만 탐착해 여전히 삼독심에 갇혀 살아간다면 인류 공동체의 행복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삼독심을 멀리하고 화합의 지혜를 서원하길 제안한다. 그렇게 한다면 지구촌의 재앙은 물론 인류의 미래 또한 건강하게 바뀌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이 없고 천재지변이 없는 지구촌을 만드는 길이 바로 여기에 있음을 다 함께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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