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금강송 군락지에서
푸른 향기로 풍욕하세요!”

따스한 봄볕 아래 맑고 서늘한 바람이 소나무 가지 사이로 밀려온다. 시원하게 뻗은 푸른 소나무 가지에는 새순이 움터 올라 생동하는 봄기운을 느끼게 해준다. 움틈은 생명의 몸부림이다. 그 모습은 신비로움 그 자체다. 봄을 맞은 숲은 볼거리가 많다. 보물찾기를 하듯 두리번거리며 한 발 한 발을 내디딘다. 신록(新綠)으로 가득한 국립대관령치유의숲은 수령 100년 내외의 금강소나무[金剛松]가 짙은 녹음을 뽐낸다.

국립대관령치유의숲은 2016년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 제왕산 인근 대관령옛길 부근에 조성된 숲이다. 춘분(春分)을 며칠 앞둔 3월 중순, 국립대관령치유의숲에 도착했다. 쏟아지는 햇살을 피해 숲에 들어서니 소나무 향기가 오감을 즐겁게 한다. 1920년대에 소나무 씨앗을 뿌려 조림했는데, 100년이 지나 후손들이 소나무숲을 즐기게 됐다. 은행나무는 심은 후 열매를 맺기까지 수십 년이 걸려 ‘할아버지가 심고 손자가 열매를 먹게 된다.’는 의미의 공손수(公孫樹)로 불리는데,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세상 모든 나무가 그러할 듯싶다.

치유센터를 거쳐 ‘소나무숲길(1.3㎞)’에 들어서자 금강송이 빼곡하다. 마치 한 장의 수채화 같은 풍경이다. 시원한 숲 그늘과 청정한 솔향에 온몸의 감각이 깨어난다. 숲길을 따라 조금 더 나아가자 길옆으로 계곡물이 흐른다. ‘물소리숲길(1㎞)’이다. 계곡 옆에 두고 울창한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몇 시간 전까지 번잡한 도심에 발을 딛고 서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게 된다.

‘치유데크로드(600m)’로 이어지는 숲길에는 풀과 꽃이 저마다의 향기와 빛깔로 눈길을 끈다. 숲길 오르막을 거닐다 보니 다람쥐가 마중을 나온 듯 햇볕을 쬐고 있다. 대관령의 유구한 세월을 간직한 이곳은 여러 동식물과 잣나무·피나무·산벚나무·층층나무·느티나무·밤나무·굴참나무·당단풍나무 등 다채로운 식생을 품고 있어 자연을 벗 삼아 걸으면 혼자라도 외롭지 않다.

어느새 ‘금강송전망대’에 닿는다. 하늘을 향해 죽 뻗은 소나무의 풍경과 대관령옛길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관망대(觀望臺)이다. 물감을 칠한 듯 파란 하늘을 지붕 삼아 신록이 전해주는 싱그러운 공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대관령치유의숲에는 앞서 소개한 길 외에도 ‘솔향치유숲길(1.4㎞)’, ‘도전숲길(1.5㎞)’, ‘오봉산숲길(1.1㎞)’, ‘치유마루길(1.7㎞) 등 난이도와 특색에 따라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코스가 있다. 걸음걸이에 따라 두세 시간이면 사색과 명상을 즐기며 복잡한 생각을 덜어내기에 더없이 좋은 산책코스다. 숲 곳곳에는 이정표가 촘촘히 세워져 있어 길을 잃거나 헤맬 염려도 없다.

순환코스를 한 바퀴 돌고 내려와 금강소나무를 보듬어 안으며 나무가 견뎠을 긴 시간을 헤아려 본다. 생태계를 위협하는 기후변화에도 든든하게 숲을 지켜낸 나무 앞에 멈춰 서니 마음이 풀빛으로 젖는다. 자연 앞에 인류의 이기적인 행동에도 기꺼이 아낌없이 베풀기만 하는 숲은 귀하디귀하다.

‘치유데크로드’ 옆으로 소나무가 하늘을 향해 꼿꼿하게 뻗어 있다.
‘치유데크로드’ 옆으로 소나무가 하늘을 향해 꼿꼿하게 뻗어 있다.
두 시간 반 정도 걷는 사이 긴 세월 숲을 지킨 다채로운 수종의 나무들이 이방인을 반갑게 맞아 준다.
두 시간 반 정도 걷는 사이 긴 세월 숲을 지킨 다채로운 수종의 나무들이 이방인을 반갑게 맞아 준다.
물소리숲길에서 계곡 사이로 흐르는 냇물 소리에 귀 기울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신록의 계절, 풍욕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코스이다.
물소리숲길에서 계곡 사이로 흐르는 냇물 소리에 귀 기울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신록의 계절, 풍욕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코스이다.
관망대에 다다르니 솔내음이 경쾌하게 다가온다. 한 발 한 발 내딛다 보면 소나무숲길 정상에 다다른다. 이곳에서는 대관령옛길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관망대에 다다르니 솔내음이 경쾌하게 다가온다. 한 발 한 발 내딛다 보면 소나무숲길 정상에 다다른다. 이곳에서는 대관령옛길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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