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2호

“플라스틱은 하나의 문제일 뿐,
해양생물이 살 때 인류도 산다”

‘씨스피라시(SEASPIRACY)’는 2021년 개봉한 미국의 환경 다큐멘터리 영화다. ‘바다(Sea)’와 ‘음모(Conspiracy)’의 합성어다. 다큐멘터리 감독인 알리 타브리지(Ali Tabrizi)는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요인에 대해 심층적으로 취재했다. 그는 플라스틱으로 인한 바다 생물의 죽음, 그리고 고래·상어 등 대형 해양 동물의 죽음이 지구 자연환경에 끼치는 영향 등을 고발해 ‘파괴되고 있는 바다 생태계를 살려야 인류가 산다.’고 주장한다.

환경 다큐를 보며 감독 꿈 키워

영화는 주인공이자 감독인 알리의 어린 시절 동영상(1999년 3월 6일)으로 시작한다. 알리는 어렸을 때 돌고래에 흠뻑 빠져 있었고, 바다를 좋아했다. 알리는 성장하면서 바다를 더욱 사랑하게 된다. 특히 그를 다큐멘터리 감독의 길로 이끈 건 환경운동가들의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본지(통권 301호)에 소개했던 ‘데이비드 애튼버러의 우리의 지구를 위하여’의 주인공인 데이비드 애튼버러(David Frederick Attenborough, 1926~)를 비롯해 자크 쿠스토(Jacques Cousteau, 1910~1997), 실비아 얼(Sylvia Earle, 1935~) 등이 대표적이다.

“무궁무진한 아름다움과 색상과 생명이 있는 세상이었다. 언젠가는 우리의 번성하는 바다를 그분들처럼 탐험하리라. 파도 아래에 펼쳐져 있는 그 엄청난 야생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보리라고 꿈꾸곤 했다.”

알리는 대가(大家)들의 다큐멘터리 작품을 보면서 바다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고, 자신이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 대학 졸업 후 다큐멘터리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꿈꿔왔던 멋진 바다의 모습을 보여줄 다큐멘터리 제작에 착수한다. 이때 잉글랜드 동남부에 살고 있던 알리는 해변으로 고래의 사체가 떠밀려왔고, 그 고래의 뱃속에 비닐봉지가 30개 이상 들어있었다는 뉴스를 접한다. 이 사건은 그가 꿈꿨던 로맨틱한 바다에 대한 환상을 일순간에 깨버린 계기가 됐다.

고래는 매우 지능적이면서도 바다가 살아있게 일조하는 대형 해양동물이다. 고래가 호흡을 하려고 수면 위로 올라오는 행위는 초소형 해양 생물인 식물성 플랑크톤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매년 아마존 열대 우림의 4배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인간이 마시는 산소의 85%를 생성하기 때문에 탄소와 기후변화를 우려하는 이 시기 해양 동물을 보호하는 것은 지구 전체를 보호한다는 의미’라는 주장도 있다.

고래와 돌고래. 고래가 호흡을 위해 수면 위로 올라오는 행위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생성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바다는 유독 플라스틱의 수프”

알리는 ‘고래가 죽으면 바다도 죽고, 바다가 죽으면 우리도 죽는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수많은 고래의 죽음을 보면서 미래가 암담하다고 느꼈다. 그가 해양 생태계 파괴와 관련한 내용을 취재·고발하게 된 요인은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는 플라스틱이었다.

알리는 플라스틱은 미세플라스틱으로 분리되고, 그 수는 이미 은하계의 별보다 최소 500배는 많으며, 바다에 서식하는 모든 생명체에 침투하고 있어 바다가 사실상 유독한 플라스틱 수프로 변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각종 청원서에 서명하고 해양소식지를 구독했지만, 정작 자신이 사랑하는 바다를 지키기 위해 실제로 실천한 게 없다는 걸 자각한다. 이후 플라스틱 경찰을 자처한 알리는 모든 해양 자선단체에 최대한 기부를 했고, 해변 청소에 동참했으며, 어디를 가더라도 재사용 가능한 식사 도구와 물병을 가져가서 사용했다. 그의 목표는 세상 사람들이 플라스틱 칫솔·빨대·식사도구·비닐봉지 등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알리는 자신의 메시지가 전달될 때까지 무엇이든 할 각오를 했다. 한 식품회사에 전화를 걸어 “플라스틱 때문에 고래가 죽고, 새끼 바다거북이가 죽는다. 플라스틱 빨대를 다른 걸로 교체할 수 있느냐?”고 질문했는데, 해당업체 직원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고 한다.

낙담한 알리는 다시 해변에서 쓰레기를 줍는 일을 시작했고, 떠밀려온 물개 사체를 보며 과연 자신이 하는 일이 해양생물을 구할 수 있는 가장 나은 방법인지를 고민한다. 그러다 우연히 일본이 ‘상업적인 고래사냥 재개’를 공식화하며 국제포경위원회에서 탈퇴하기로 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포경은 과거에나 존재했고, 고래가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 때문에 죽는 줄로만 알았던 알리는 충격을 받았고 플라스틱과 비교해 포경이 고래에게 얼마나 위험한 행위인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몇 년간 이 문제에 관여한 운동가 중 릭 오배리(Ric O'Barry)를 만난다. 그는 ‘릭 오배리 돌핀 프로젝트’의 창립자다. 오배리는 “그곳[다이지, 太地]에 멋모르고 갔다가는 체포돼 오랫동안 구금될 수 있다.”고 취재에 우려를 표하지만, 알리는 위험성을 알고도 자신의 길을 나아갔다. 진행하고 있던 모든 프로젝트를 접은 알리는 돌고래 사냥터로 잘 알려진 일본 남부 와카야마현(和歌山県) 다이지 지역을 찾아가 현장을 취재키로 결정한다. 그리고 카메라 가방을 메고 파트너 루시와 함께 다이지에서 일어나는 일을 폭로하겠다는 임무를 띠고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 취재는 다큐멘터리의 핵심 줄거리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간의 해양 생태계 파괴와 관련한 취재·고발의 서막이다.

(위에서부터) ➊ 일본 다이지의 바다에서 어선들이 돌고래잡이를 하고 있다.  ➋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주인공인 알리가 홍콩의 한 상점에서 말린 상어 지느러미를 보고 있다. ➌ 어류 양식은 지속 가능한 어업의 한 형태로 불린다. 
(위에서부터) ➊ 일본 다이지의 바다에서 어선들이 돌고래잡이를 하고 있다.  ➋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주인공인 알리가 홍콩의 한 상점에서 말린 상어 지느러미를 보고 있다. ➌ 어류 양식은 지속 가능한 어업의 한 형태로 불린다. 

상업적 어업의 생태계 파괴

막상 다이지에 도착했지만 촬영 여건이 여의치 않아 다이지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세계 최대 참치항 중 한 곳인 기이가츠우라(紀伊勝浦) 항구로 가서 지느러미가 잘리는 상어의 모습을 목격한다. 알리는 상어 운동가이자 환경보호활동가인 폴 드 겔더(Paul De Gelder)를 만난다. 폴은 “사람들은 바다에 상어가 있다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바다에 상어가 없다는 걸 두려워해야 한다. 상어는 수산 자원과 생태계를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고 산호초를 살아있게 한다. 상어가 멸종한다면, 바다는 늪이 된다. 그런 다음엔 누가 죽을까? 우리다.”라고 증언한다.

이후에도 알리는 해양과학자이자 작가인 캘럼 로버츠 교수(Callum Roberts), ‘오션스 아시아’ 창시자인 게리 스토크스(Gary Stokers), ‘시 셰퍼드 보존 사회’의 피터 해마스테트(Peter Hammarstedt) 선장, 언론인·작가·환경 운동가인 조지 몸비오(George Monbiot) 등을 만나 상업적 어업의 폐해와 플라스틱 어구(漁具) 쓰레기의 문제에 대해 듣는다.

이와 관련 해양생물학·생태학자인 크리스 랭던 교수(Chris Langdon)는 “산호초가 물고기 등 해양 동물의 배설물을 먹고 살기 때문에 물고기가 없어지면 양분이 사라져 산호가 자랄 수 없게 된다. 상업적 어업이 전 세계 산호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알리는 지금까지 만난 해양생태계 전문가·환경운동가 등의 말을 경청했음에도 앞으로 어떻게 활동을 해나가야 할지 방향 설정이 되지 않자, 평생을 해양보호 활동을 한 환경보호활동가들을 찾아간다. 첫 번째 만난 인물은 알리가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해양학자 실비아 얼이다. 실비아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전속 탐험가이며 ‘미션 블루’·‘심해 탐험과 연구’ 창립자다.

실비아는 알리에게 “오랫동안 (바다가)변화하는 걸 봤다. 바다에 관한 가장 위대한 발견의 시대를 목격해왔다. 그와 동시에 가장 큰 상실의 시대이기도 하다. 20세기 중반부터 인간은 바다에서 막대한 수의 야생 물고기를 잡아 왔다. 우리가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야생 물고기를 잡으면 21세기 중반 무렵이면 상업적인 어업은 사라질 것이다. 잡을 물고기가 얼마 없으니까.”라고 증언한다.

알리는 또 ‘팔리 포 디 오션스’의 창립자 시릴 거시(Cyrill Gutsch)로부터 “인류는 이 행성(지구)의 바다가 죽으면 살 수 없다. 지금의 문제는 어업의 산업화 때문이다. 상업적 어업은 근본적으로 대규모 야생 밀렵과 같다. 매년 약 2조 7,000억 마리의 물고기를 잡는데, 1분당 500만 마리를 잡는 꼴”이라는 말을 듣는다.

전문가들은 상업적 어업의 폐단으로 어족 자원 급감, 해상 노역과 노동자 학대 등을 언급한다. 그리고 이를 막을 방법으로 ‘지속 가능한 어업’을 제안한다. 알리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물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이에 동의할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인다. 또 ‘지속 가능한 어업’의 정의도 모호하고, ‘양식’도 온전히 ‘지속 가능한 어업’이 아님을 주장한다. 그 예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양 생물의 서식지 중 한 곳인 맹그로브 숲을 들었다. 이 숲은 폭풍우를 막아주는 아주 중요한 울타리인데, 38%가 새우 양식으로 인해 파괴됐다고 한다.

환경운동가들은 해양생태계가 파괴되면 기후변화로 산호가 죽고, 결국 인류도 멸망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GettyimagesBank
환경운동가들은 해양생태계가 파괴되면 기후변화로 산호가 죽고, 결국 인류도 멸망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GettyimagesBank

바다의 위기 경각심 일깨워

알리는 위험을 무릅쓴 여러 취재를 통해 각각의 동물종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해양 동물이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발생하는 물기둥은 깊은 바닷물을 뒤섞는데, 이는 바람과 파도와 조류와 해류의 힘을 합한 것만큼 큰 역할을 하고, 이것은 바다의 물리·화학·생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또 해양 동물의 바다 휘젓기는 대기의 열을 흡수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일 수 있고, 해양 동물은 바다의 화학 반응과 지구의 대기를 유지하는데 있어서 역할이 크다는 걸 알게 됐다. 이렇게 바다 생물은 탄소를 붙들어 대기권으로 배출되는 걸 막는데 절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등 바다와 그 속의 생명체들은 우리의 예상보다 기후와 관련해 훨씬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깨닫게 됐다.

‘시 셰퍼드 보존 사회’ 창립자 폴 왓슨(Paul Wstson) 선장도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장 먼저 바다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알리는 해초와 다시마숲이 지상의 열대 우림보다도 단위 면적당 20배나 많은 탄소를 흡수할 수 있고, 전 세계 이산화탄소의 최대 93%가 해양식물과 산호에 저장돼 있으며, 그중 1%만 감소해도 그 양은 자동차 9,700만 대의 배출가스와 맞먹는다는 주장을 편다.

‘씨스피라시’는 전반적으로는 상업적 어업의 폐해 등 다양한 해양 생태계 파괴 요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알리가 현실에서 벌어지는 불합리한 일을 고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하지만 필자가 본 ‘씨스피라시’의 핵심은 해양 생태계가 파괴되면 바다가 격리하고 있는 ‘탄소’가 공기에 배출돼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결국 인류의 멸망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점은 실비아 얼의 증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실비아는 “우리는 나무를 심고 관리하는 것이 탄소 문제에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바다 시스템을 온전히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다. 바다에 사는 대형·소형 동물은 탄소를 흡수한다. 바다는 지구에서 가장 큰 탄소 개수대다.”라고 말한다.

실비아는 또 “우리가 가진 걸 존중하고 남은 걸 지키기 위해 어떤 것도 조각내지 말라. 인류 문명에 변화를 가져오는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것들의 대부분은 누구 하나로부터 시작한다. 누구 하나가 모든 걸 할 수 없지만, 모두는 무언가를 할 수 있다. 때로는 큰 생각이 큰 차이를 만든다. 그건 우리가 할 수 있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다. 거울을 보고 잘 생각해서 행동에 나서라.”고 조언한다.

이 조언은 알리뿐만 아니라 필자에게도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특히 페로 제도의 포경꾼 옌스 모르탄 라스무센(Jens Mortan Rasmussen)의 말은 곱씹어볼 만하다.

“‘고래를 죽이면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닭 2,000마리와 고래 한 마리의 고기양은 비슷하다. 물고기든, 닭이든, 고래든 한 마리의 가치는 똑같다고 본다. 목숨은 하나다.”

이 말은 생명을 중시하는 불교의 생명관과도 일맥상통한다. 불교의 생명존중 사상은 안거(安居)제도에서 엿볼 수 있다. 불교가 시작된 인도에서 우기에 비구들이 운수행각을 하다가 초목과 벌레를 밟아 생명을 죽이는 일이 생기자, 부처님은 이를 막기 위해 우기 동안은 외출을 금하고 정진하는 안거제도를 도입했다. 풀 한 포기라도 살리려는 불교의 생명관은 결국 무너져가는 자연환경을 살리고, 생태계를 회복해 인류와 자연이 공동번영의 길로 나가고자 하는 정신이 담겨 있다. ‘씨스피라시’에 깃든 정신도 이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씨스피라시’가 개봉한 뒤 ‘인터뷰 내용을 지나치게 편집했다.’, ‘통계 자료에 오류가 많다.’는 등의 지적이 잇따랐고, 이를 둘러싼 논란과 비판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다큐멘터리는 그물을 비롯한 각종 플라스틱 소재의 어구가 바다에 버려지거나 마구잡이식 어업으로 해양 생태계가 무너지면, 바다가 격리하고 있는 탄소가 공기 중으로 노출돼 머지않아 인류가 멸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준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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