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2호

부처님이 제시한
행복에 이르는 길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불행에 빠지는 이유는 행복에 대한 잘못된 견해를 지니거나 행복에 이르는 올바른 길을 모르기 때문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모든 번뇌에서 해방된 평정심의 상태를 최고의 행복으로 여겼다. 어떤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평온한 부동심을 최고의 행복으로 여겼다. 부처님은 인간이 성취할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행복에 이르는 올바른 길을 제시했다.

행복을 추구하는 두 가지 방법

사람들이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한 가지 방식은 행복을 밖에서 구하는 것이다. 바깥세상과의 접촉을 통해 욕망을 충족시키면서 쾌락을 경험하는 것이다. 맛집을 찾아가 맛난 음식을 맛보고, 관광명소를 찾아가 멋진 풍경을 감상하고, 좋아하는 사람과 사랑을 나누고, 돈을 벌어서 고급스러운 의식주를 갖추고, 권력과 명예를 얻어서 다른 사람에 대한 영향력을 최대화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현란한 물질문명의 현대사회는 물질적 소비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이처럼 외부 지향적인 행복 추구를 통해서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을까? 물질적 자원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경쟁과 갈등을 초래한다. 바깥세상은 마음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구하지만 얻지 못하는 ‘구부득고(求不得苦)’를 겪게 된다. 외부 세계는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외부 지향적인 행복은 불안정하다. 한때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었던 돈·권력·명예는 시간이 흐르면 안개처럼 사라진다. 바깥세상에 의지한 행복은 늙음·병듦·죽음이라는 실존적 고통 앞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간의 마음은 기본적으로 외부 지향적이다. 인간의 감각기관은 바깥세상을 향하고 있다. 어린아이는 외부 세계에 호기심을 느끼며 바깥세상을 탐색하는 재미로 살아간다. 그러나 청소년이 되어 자의식이 발전하면서 의식의 초점이 내면을 향하기 시작한다. 이처럼 의식이 자신의 내면세계를 향하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자기초점적 주의(Self-focused attention)’라고 한다. 밖으로만 향하던 의식의 초점이 안으로 향하는 변화는 점진적으로 일어나지만 개인의 심리적 성장 과정에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할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다. 지구 중심의 세계관에서 태양 중심의 세계관으로 전환되듯이, 외부 지향적 삶에서 내면 지향적 삶이 시작되는 전환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내부 지향적인 자기초점적 주의가 발달하면서 비로소 ‘나는 누구인가?’, ‘내 마음 안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가?’, ‘마음은 어떻게 움직이는가?’와 같은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생겼을 때, ‘외부 환경을 바꿀 것인가? 아니면 내 마음을 바꿀 것인가?’하는 고민을 시작한다. 인간의 의식수준이 성장하면서 점차 내부 지향적 태도가 증가한다. 행복을 바깥에서 구하기보다 마음 안에서 구하는 삶의 태도로 확대된다.

도성제 : 마음 수행을 통한 행복의 길

2,600년 전 인도 북부 샤카국의 왕자였던 고타마 싯다르타는 고민했을 것이다. 부친의 뒤를 이어 제왕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생로병사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행자의 길을 갈 것인가? 싯다르타는 제왕의 길을 택하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어도 생로병사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확신했을 것이다. 싯다르타는 진시황처럼 영원히 살기 위해 불로초를 찾는 외부 지향적 추구를 하기보다 수행을 통해 마음을 변화시키는 내부 지향적인 구도의 길을 선택했다. 6년간의 치열한 수행 끝에 생로병사의 고통에서 해방되는 최고의 행복을 체득하고 가르침을 베풀면서 샤카족의 성자, 즉 석가모니가 된 것이다.

불교는 마음 안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내향적 종교다. 신(神)을 비롯하여 외부에 존재하는 대상에 의지해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변화시킴으로써 행복을 추구하는 종교다. 그렇다면 마음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석가모니 부처님은 최고의 행복이 어떤 것인지를 제시하는 멸성제(滅聖諦)와 함께 도성제(道聖諦)를 통해서 행복에 이르는 방법을 친절하게 제시했다. 부처님은 행복에 이르는 올바른 길을 정견(正見)에서 정정(正定)에 이르는 팔정도(八正道)로 제시했다. 불교에는 마음을 수행하는 다양한 방법(삼학·육바라밀·정혜쌍수·참선 등)이 존재한다. ‘37조도품(三十七助道品)’에서는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37종의 수행법(팔정도·칠각지·오력·오근·사신족·사정근·사념처)을 제시하고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원인 없이 생겨나는 결과는 없다. 뿌린 대로 거두게 된다. 행복도 수행의 노력을 통해서 얻게 되는 것이다. 수행한 만큼 행복해지는 것이다. 불교의 다양한 수행법 중에서 계정혜 삼학(戒定慧·三學)은 현대 심리치료자들이 초점을 맞추는 마음의 세 가지 측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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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행 : 행동의 변화를 통한 행복 증진

삼학의 첫째는 계행(戒行)이다. 계행은 행동에 초점을 맞춘 수행이다. 불교의 계율은 5계·10계·250계로 세분할 수 있지만 악업을 짓는 행동은 하지 않고 선업을 쌓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불행한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고통 속으로 몰아가는 부정적인 행동과 습관에 젖어있는 경우가 많다. 비판적이고 공격적인 말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거나 과식이나 과음을 통해서 자신의 건강을 손상시킨다. 또한 불안정하고 무절제한 행동 패턴을 통해서 추구하는 일마다 좌절과 실패를 초래한다.

심리학의 행동치료(Behavior Therapy)에서는 내담자의 일상생활을 정밀하게 분석하여 ‘하지 말아야 할 행동’과 ‘해야 할 일’에 대한 구체적 목록을 제시하고 실천하도록 격려한다. 배우자든 직장동료든 다른 사람과 관계 갈등을 겪는 사람은 상대방과 부정적인 언행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악화시켜 나간다. 이들은 상대방의 부정적인 측면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들의 동기를 부정적인 것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행동을 통해 보복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행동치료자는 상대방에게 부정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돕는 동시에 관계 갈등으로 인해 상대방에게 하지 않았던 긍정적 행동을 하도록 격려하거나 새로운 방식의 긍정적인 행동을 하도록 가르친다. 관계 개선의 의지만 있다면,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은 감정이나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쉬울 뿐만 아니라 그 효과가 신속하게 나타난다. 마음 수행의 첫 단계는 자신의 삶을 잘 살펴보고 부정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대신 긍정적인 행동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정행 : 정서의 안정을 통한 행복 증진

삼학의 두 번째인 정행(定行)은 산란한 마음을 평온하게 가라앉히는 수행이다. 불행한 사람들은 우울·불안·분노와 같은 부정 정서를 자주 강하게 느낄 뿐만 아니라 마음이 늘 복잡하고 불안정하다. 계행을 통해 부정 정서를 유발하는 사건을 줄이고 정행을 통해서 불안정한 감정을 고요하게 가라앉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정 정서를 가라앉히지 못하면 계행을 하기가 어렵다. 분노를 해소하지 못하면 상대방을 공격하고 싶은 충동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부정 정서를 해소하지 못하면 폭식이나 폭음으로 이어지거나 때로는 자해나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산란한 마음을 안정시키는 정행의 대표적인 방법이 명상이다. 특히 하나의 대상에 주의를 기울이는 집중명상은 부정 정서를 가라앉히고 정서적 안정을 되찾는 좋은 방법이다. 처음에는 집중하기도 어렵고 그 효과를 체감하기도 어렵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점차 집중력이 늘어나면서 고요하고 평온한 행복감을 체험하게 된다. 심리치료자들은 내담자의 정서적 안정을 유도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명상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108배·염불·사경과 같이 하나의 활동에 집중하는 수행은 고통스럽고 산란한 감정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좋은 방법이다.

혜행 : 생각의 변화를 통한 행복 증진

삼학의 세 번째인 혜행(慧行)은 생각을 변화시키는 수행이다. 심리치료자들은 행동과 정서의 변화뿐만 아니라 생각의 변화를 중요하게 여긴다. 생각은 감정과 행동을 유발하는 근원이기 때문이다. ‘인지치료(Cognitive Therapy)’를 창시한 아론 벡(Aaron Beck)에 따르면,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 장애를 지닌 사람들은 자신과 세상을 부정적으로 왜곡하여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사고방식의 밑바탕에는 자신과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신념체계가 존재한다. 인지치료자는 내담자의 심리적 고통을 유발하는 부정적인 생각과 잘못된 신념을 찾아내어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둔다.

불교는 괴로움의 근원이 잘못된 생각, 즉 무지(無知)와 망념(妄念)에 있다고 본다. 혜행은 자신의 마음을 철저하게 관찰하여 삶에 대한 근원적 통찰을 체득하는 수행이다. 위빠사나 또는 사념처관과 같은 관법(觀法) 수행을 통해서 모든 경험이 인연화합으로 생겼다 사라지는 연기(緣起)의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 제행무상·일체개고·제법무아의 삼법인(三法印)을 깨닫는 지혜를 통해 어떠한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수행의 향기 : 오분향의 의미

계정혜 삼학은 행동·정서·인지의 변화를 통해 행복한 삶으로 나아가는 마음 수행이라고 할 수 있다. 계행을 통해 삶을 청정하게 만들고, 정행을 통해 감정을 고요하게 안정시키며, 혜행을 통해 망념에서 벗어나 지혜를 얻는다. 아래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계정혜 수행은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상승효과를 지닌다. 행동이 청정해지면, 불필요한 갈등과 부정 정서에 휩쓸리지 않아 마음이 고요해진다. 정서가 안정되면, 마음이 좀 더 밝아지고 지혜가 생겨난다. 지혜를 통해 인과의 연기를 알게 되면 저절로 악행이 줄어들고 선행을 하게 된다.

사찰에서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오분향(五分香)의 예불을 한다. 오분향은 계향(戒香)·정향(定香)·혜향(慧香)·해탈향(解脫香)·해탈지견향(解脫知見香)으로 석가모니 부처님이 이루신 다섯 가지 수행과 깨달음의 경지에 대한 존경의 표현일 뿐만 아니라 계정혜 수행을 통해 해탈의 경지로 나아가 부처님과 같이 되겠다고 다짐을 하는 의식이다. 부처님으로부터 퍼져나오는 다섯 가지의 고귀한 향기를 불교 수행자의 몸과 마음에 스며들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마음 수행이 몸에 익은 사람에게는 계향·정향·혜향의 향기가 난다. 계행을 통해서 잘 절제된 행동을 하기 때문에 청정(淸淨)의 향기가 난다. 정행을 통해서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여 고요하고 평화로운 상태에 있기 때문에 평온(平穩)의 향기가 난다. 혜행을 통해서 인과업보의 연기를 명료하게 인식하는 밝은 견해를 지니기 때문에 지혜(智慧)의 향기가 난다. 〈법구경〉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꽃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퍼질 수 없지만 수행자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사방으로 퍼진다.

권석만
현재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호주 퀸즐랜드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임상심리학 전공)를 받았으며, 심리적 장애의 원인을 밝히고 치료하는 일에 깊은 관심을 지니고 있다. 저서로 〈현대 이상심리학〉·〈현대 심리치료와 상담 이론〉·〈인간 이해를 위한 성격심리학〉·〈긍정심리학: 행복의 과학적 탐구〉·〈삶을 위한 죽음의 심리학: 죽음을 바라보는 인간의 마음〉·〈사랑의 심리학: 인간이 경험하는 세 종류의 사랑에 대하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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