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27일(음력 4월 8일)은 부처님오신날입니다. 부처님은 평화와 평등의 정신으로 중생을 구제하고자 사바세계에 오셨습니다. 이는 부처님의 탄생게(誕生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전에 의하면 부처님은 어머니 마야부인이 왕자를 낳기 위해 친정인 구리성으로 가는 도중 잠시 쉬어가고자 들른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났습니다. 이때 아기 부처님은 세상에 나오자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걷고 한 손으로는 하늘을, 또 한 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 세상에서 나만이 홀로 존엄하다. 세상의 모든 고통을 마땅히 내가 제거하리라.”

부처님의 탄생게는 모든 생명의 존엄함을 일깨우는 메시지입니다. 즉 ‘모든 생명 있는 존재는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받아서는 안되며 고통 받는 일도 없어야 한다.’는 부처님의 자비로운 마음에서 나온 것입니다.

부처님의 이러한 정신은 훗날 교단을 이끄는 데에도 중요하게 반영되었습니다. 평화와 평등을 지향하는 가르침은 ‘카스트’라고 불리는 신분제가 엄격히 적용되던 당시 인도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습니다. 부처님은 최하층 신분의 사람들도 기꺼이 제자로 받아들였으며 출가하기 전 출신을 두고 차별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특히 부처님은 누구나 ‘여래의 품에서는 하나’라며 교단의 문호를 활짝 열어 승가평등체를 지향했습니다.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 냇물과 하천과 강이 제각각 바다에 이르고 나면, 그 전 이름은 없어지고 오직 ‘바닷물’로 일컬어진다. 그와 마찬가지로 출가하기 전 어떤 신분과 계급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부처님의 제자로 들어오면 오직 사문(沙門)으로 불린다.”

여기에 우리가 특별히 주목해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평화와 평등을 이루고자 부처님은 무엇보다 화합과 질서를 매우 중요시하셨다는 것입니다. 부처님 재세시 꼬삼비의 정사에서 의견을 달리하는 승가가 둘로 나뉘어 서로 비난하고 폭력까지 행사하는 일이 벌어졌을 때, 부처님은 “비구들이여, 싸움을 그만두라. 다투지 말라. 논쟁하지 말라. 원한은 원한에 의해 풀어지지 않는다.”며 화합할 것을 제일로 내세웠습니다.

상월원각대조사께서도 화합을 강조한 부처님의 말씀을 그대로 이어받아 여섯 가지 행동으로 화합을 실천할 것을 주문하셨습니다. 우리는 이를 ‘육화경행(六和敬行)’이라 말합니다. 첫째는 몸으로 부처님처럼 행동함으로써 서로 화합하고, 둘째는 입으로 부처님과 같은 말을 하여 서로 화합하며, 셋째는 마음으로 부처님과 같은 생각을 하여 서로 화합하며, 넷째는 바른 행동으로 서로 화합하며, 다섯째는 바른 견해로써 서로 화합하며, 여섯째는 나와 남을 동시에 이익케 하는 자리이타행에 충실하여 서로 화합하라는 가르침입니다.

평화와 평등을 이루는 데 화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질서입니다. 질서가 없는 사회는 평화를 이룰 수 없습니다. 수천 마리의 새가 한 꺼 번에 하늘을 날 때 나름의 질서가 없다면 서로 부딪치고 엉키는 사고가 발생할 것입니다. 결국 질서는 나를 지키고 남을 배려하는 화합의 공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질서는 승가공동체에서도 엄격히 강조되는 도덕적 가치입니다. 〈범망경보살계본〉에서 부처님은 “불자들아, 마땅히 법이 정한 대로 높고 낮은 차례를 찾아 앉되, 먼저 계 받은 이가 위에 앉고, 뒤에 계 받은 이는 아래에 앉아야 하느니라. 나이가 많고 적은 것을 가리지 말고, 저마다 먼저 계 받은 이가 위에 앉고, 뒤에 받은 이는 차례를 따라 앉아야 한다. 우리 불법에는 앞 사람이 앞에 앉고, 뒷사람이 뒤에 앉거니, 만약 보살이 법답게 낱낱이 차례를 찾아 앉지 아니하면 가벼운 죄가 된다.”고 하셨습니다.

즉 스님들이더라도 출가한 순서에 따라 차례대로 앉아야 한다는 질서를 강조하는 말씀입니다. 이렇게 기준과 원칙을 세워야 질서를 지킬 수 있으며, 이는 곧 만인이 우러르며 존경하고 따르는 승가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평화롭기 위해서는 화합과 질서가 바탕이 돼야 합니다. 너와 나를 가르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갈등과 대립, 분쟁과 반목을 해소하기 어렵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우리 모두 부처님의 가르침처럼 화합과 질서로 평화롭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나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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