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보는 ‘금강역사상’ 변천사
임영애/동국대학교출판부/25,000원

불법(佛法)을 수호하는 신장으로 잘 알려진 금강역사(金剛力士)는 부처님의 전생담을 다룬 〈연등불수기본생도(燃燈佛授記本生圖)〉에 처음 등장한다. 주된 역할은 ‘붓다’를 수호하는 일로, 간다라 미술에서 붓다의 출가부터 열반까지 바로 옆에서 호위하는 모습으로 조성됐다. 금강역사상은 중앙아시아·중국·신라에 전파되는 과정에서 시기·지역에 따른 변화를 거듭했다. 임영애 동국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가 금강역사상의 변천사를 학술적으로 추적한 책을 출간했다.

1~2세기 무렵 간다라 지역에서 조성된 금강역사상은 특별히 정형화된 형태가 없고 사자 가죽을 뒤집어쓰거나, 젊은 청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자유롭고 다양한 모습을 띄고 있다. 이어 중앙아시아에 전파된 뒤에는 주로 갑옷을 입거나 보살상처럼 머리에 관을 쓰고 천의(天衣)를 걸친 형태로 조성됐다. 이는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필요한 ‘현실적인 수호신’의 모습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금강역사상이 중국에 유입되면서 한 쌍으로 등장하며 사찰 전체를 수호하는 형태로 변화했다. 이는 금강역사상이 지켜야 할 영역이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금강역사상의 가장 큰 특징은 험상궂은 얼굴이다. 저자는 삿된 기운을 막는 고대 중국의 벽사(辟邪) 도상의 영향과 8세기 중엽 벌어진 ‘안사의 난(755~763)’으로 인해 변화된 ‘호인(好人)’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다. 

반면 신라의 금강역사는 친근한 얼굴이 큰 특징이며, 한반도에 유입된 뒤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저자는 신라시대 금강역사상의 유행이 짧고, 분노 존상이 많은 밀교가 크게 성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신라 금강역사상은 고분에서 발견되기도 했는데, 이를 통해 신라시대의 불교미술이 고분미술에도 깊숙이 관여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머리글을 통해 “이 책은 한국 금강역사상의 명작인 석굴암 금강역사상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됐다.”면서 “신라 금강역사상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간다라에서 전파돼 신라에 이르기까지의 변화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판단했으며, 경전에 언급된 금강역사와 실제 모습의 차이를 비롯해 경전에 언급되지 않은 내용이 미술로 표현된 이유, 각 지역마다 구현하고자 한 금강역사의 모습 등을 함께 알아봤다.”고 설명했다.

임영애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 미술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사)중앙아시아학회장, 경기도·경상북도 문화재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동국대학교 문화재학과·대학원 미술사학과 교수, 동국대학교 박물관장, 불교학술원 문화재연구소장,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서역불교조각사〉·〈교류로 본 한국불교조각〉 등 다수가 있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