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후 사상 반목 ‘화쟁’으로 푼 불교소설
유응오/백조/15,000원

“시대의 비극으로 생긴 시비를 불교의 ‘화쟁(和諍)’과 ‘화엄(華嚴)’ 사상으로 극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염주’에 담겨있습니다. 지금 이 시대에도 ‘시비를 넘어서는 가치’인 화쟁과 화엄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봅니다.”

장편소설 〈염주〉의 저자 유응오 소설가는 3월 초 가진 출간 간담회에서 작품에 담긴 작가의 의도를 이같이 밝혔다. 〈염주〉는 역사적 사실에 작가가 상상력을 더하고, 불교 사상을 가미한 장편소설이기에 ‘역사 소설’·‘정치 소설’·‘불교 소설’로 불러도 될 듯하다.

저자는 제목을 〈염주〉로 정하게 된 배경에 대해 “존경하던 스님의 다비식에서 거화(擧火) 전 법구 위에 복주머니를 던지는 모습을 보고, 환영처럼 차일혁이 이현상의 시신을 화장해주는 장면이 그려졌다. 소설 속에서 이현상이 지니고 있던 108염주는 차일혁을 거쳐 원경 스님(박헌영 아들)에게로 전해진다. 이는 상상력이 더해진 허구이지만, 소설 제목으로 삼을 만큼 중요한 매개체다.”라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정치외교를 전공한 뒤 소설가로 등단하고 불교 언론사 기자로 활동한 바 있는 저자는 대학시절 정치 인물사 강의를 들으며 ‘박헌영의 삶’에 주목했다. 저자는 그 이유에 대해 ‘작가의 말’에서 “조선노동당 당수이자 남조선노동당의 수장으로서 해방부터 분단까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는 6·25 전쟁의 원흉이라는 이유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는 미제의 스파이라는 이유로 발자취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저자는 박헌영의 아들인 원경 스님(2021년 입적)이 보내 준 〈이정 박헌영 전집〉을 비롯해 〈이현상 평전〉·〈박헌영 평전〉 등 기존의 저술을 참고해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염주〉에 녹였다. 소설은 박헌영의 아들인 원경 스님과 빨치산 토벌대장인 차일혁의 교차 시점으로 구성됐다. 원경 스님 시점에서는 박헌영·이현상·김상룡·이주하·주세죽 등 남북 양측에게서 버림받은 남로당계 공산주의자가 등장하고, 차일혁 시점에서는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던 빨치산과 토벌대의 인물이 등장한다.

저자는 “70~80년 전 한반도의 이야기가 현재 진행형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아직까지도 풀지 못한 시대의 공업(共業)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크고 작은 갈등이 만연한 시대에 독자들이 〈염주〉를 읽으며 ‘화엄(華嚴)의 역사’와 ‘화쟁(和諍)의 정치’ 에 대해 숙고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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