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에 기지개 켠
관모산 숲길에는
소나무 향기 ‘솔솔~’

눈과 얼음을 이불 삼아 묵묵히 수행의 시간을 보낸 겨울 숲이 봄볕에 기지개를 켠다. 쭉 뻗은 소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솔향이 바람을 타고 느리게 흘러간다. 숲길에 서서 호흡을 고르고 고개를 드니 길게 뻗은 나무 꼭대기가 하늘에 닿을 듯 아득하다.

예산종합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10분여를 달리면 국립예산치유의숲이 나온다. 충남 예산군 관모산과 용굴산 사이 골짜기에 자리한 이곳은 해발 300~400m의 낮은 산에 둘러싸여 있지만 마치 깊은 숲속에 들어와 있는 듯 고요하고 평온하다. 전용주차장에서 나와 아미사 앞을 지나면 정문이다. 정문에 들어서면 곧장 ‘물길따라 힐링길(550m)’이 나온다. 치유센터로 가는 포장도로 대신 우회해서 올라가는 길로, 관모산과 용굴산에서 내려오는 하천물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 아직 찬 기운이 가시지 않은 땅을 조심스레 디디며 한 걸음씩 나아갔다. 나무 사이로 새어 나온 햇살이 등 뒤를 비추며 일상에 지쳐있던 심신을 훑고 지나간다. 추위에 움츠러든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선물을 받는 듯하다.

조금 걷다보면 치유센터가 보인다. 이곳에서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얻게 하는 △숲속 오감힐링(가족 또는 5인 이상, 오일테라피·티테라피·자연교감) △숲라벨-해냄숲(아토피 등 질환자, 숲 트레킹·치유명상) △숲속 명상(가족 또는 5인 이상, 면역증진 스트레칭·싱잉볼 명상) △숲라벨-비움숲(직장인, 산림욕 체조·트리허그) 등의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치유센터를 지나면 예산읍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다는 ‘치유의숲 둘레길(1,285m)’이 나온다. 둘레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니 상수리나무·굴참나무 등 참나무가 한데 어우러져 숲을 이루고 있다. 예산치유의숲은 소나무와 참나무 수종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전망대 가까이 올라서니 관모산과 용굴산 자락의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봄을 앞둔 관모산의 전경은 고요하고 평화로워 일상에 지친 이들의 노고를 잠시나마 잊게 해줄 듯하다. 둘레길을 따라 한 바퀴 돌고 내려오니 잘 정비된 데크로드가 펼쳐졌다. ‘하늘 데크길(154m)’을 느리게 걸으며 곧게 뻗은 나무들을 내려다보니 이내 상쾌한 바람이 피톤치드를 싣고 밀려온다.

숲 사이를 자유롭게 거닐다 보면 △나무꾼길(820m) △명상길(230m) △바람맞이 힐링길(455m) △솔향기 숲길(310m) 등을 만날 수 있다. 구불구불한 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걸음마다 산세가 달라지는 게 느껴진다. 그러니 어떤 길을 골라도 후회할 일은 없을 듯하다.

문득 숲과 숲에 사는 뭇 생명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머무는 동안 한껏 즐긴 후 머문 흔적 없이 발길을 돌렸다. 일상에서 지친 몸을 환기시키고 마음이 가볍게 정돈되니 비로소 자연이 주는 소중함을 깨닫는다.

쭉 뻗은 소나무와 상수리나무가 어우러진 숲길에 들어서니 상쾌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쭉 뻗은 소나무와 상수리나무가 어우러진 숲길에 들어서니 상쾌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전망대에서 치유센터로 되돌아오는 길 아래 평상이 여러 개 놓여있다. ‘새소리정원’에서는 평상에 앉아 새소리를 들으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전망대에서 치유센터로 되돌아오는 길 아래 평상이 여러 개 놓여있다. ‘새소리정원’에서는 평상에 앉아 새소리를 들으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국립예산치유의숲은 사계절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산책로를 품고 있다. 치유센터에서 출발해 오르막길로 이어지는 길, 봄꽃들이 어우러져 봄 마중을 한다. 〈사진=국립예산치유의숲〉
국립예산치유의숲은 사계절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산책로를 품고 있다. 치유센터에서 출발해 오르막길로 이어지는 길, 봄꽃들이 어우러져 봄 마중을 한다. 〈사진=국립예산치유의숲〉
국립예산치유의숲은  완만한 경사의 둘레길과 데크로드로 이어져 있어 힘들이지 않고 돌아볼 수 있다. 산행을 어려워하는 이들도 바쁜 일상을 벗어나 힐링하기에 충분하다.
국립예산치유의숲은  완만한 경사의 둘레길과 데크로드로 이어져 있어 힘들이지 않고 돌아볼 수 있다. 산행을 어려워하는 이들도 바쁜 일상을 벗어나 힐링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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