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우리 곁에 오신 이유를 <법화경>에선 “중생에게 불지견(佛智見)을 보여 청정함을 얻게 하기 위해서 오셨으며, 깨닫게 하기 위해서 오셨고, 불지견에 들어가게 하기 위해 오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은 이들을 성취하기 위해선 자성(自性)을 밝혀야 한다고 제자들에게 가르치셨습니다. 자성이란 ‘모든 존재가 지니는 변하지 않는 존재성’을 이르는 말입니다. 이는 거울과 같은 속성이 있습니다. 거울이 깨끗할 때에는 무엇이든지 있는 그대로를 비추지만, 먼지가 겹겹이 쌓이면 사물을 비추는 힘을 잃게 됩니다. 그러므로 늘 거울을 닦고 닦아 청결함을 유지하라고 경책하셨습니다.

자성이 청정하면 항상 맑고 따뜻한 자연의 풍광이 펼쳐지는 것과 같고, 자성이 어두우면 번개와 소나기로 재해를 겪는 현상을 불러올 것입니다.

이렇듯 자성을 설명하는 이유는 현대사회는 무엇보다 소통과 공존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때문입니다. 사회학자들은 현재 우리 사회를 ‘동맥경화에 걸린 환자’에 비유하며 소통의 장애를 앓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인체 내에서 혈액과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면 위중한 상황에 놓일 수 있듯이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인간관계의 마비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존의 문제도 인류사회가 반드시 풀어가야 할 과제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자동화 기계가 곳곳에 들어서면서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 기후변화로 인해 빙하가 녹아 바닷물에 고립돼 가는 북극곰, 여전히 자행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학대, 정치적 분쟁에 따른 끊임없는 난민의 발생 등은 공존이 얼마나 절실한 문제인가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종교와 인종, 경제와 문화적 차이 등으로 빚어지는 갈등을 극복하며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사회적 환경 조성도 시급히 마련해야 할 인류의 과제라 하겠습니다.

소통의 잘못과 부재는 엄청난 재난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1960년대 월남전이 그 대표적 사례로 기록됩니다. 당시 미국 정부는 공중폭격과 고엽제 살포, 적군의 섬멸작전을 통해 월맹을 월남이 원하는 협상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세계 각국의 정보전문가와 동맹국들의 경고와 조언이 있었지만 미국은 이에 아랑곳 않고 확전을 계속해 나갔습니다. 그 결과 미군의 엄청난 피해는 물론 월남인도 100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결과를 맞이했습니다. 이는 1970년대 연료파동의 원인이 되었으며, 월남 패망으로 이어졌습니다.

공존은 인간 삶의 여러 측면을 유지하는 기둥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서로 존중하고 평화롭게 살아야 하는 필요에 의해 공존을 강조하는데 이보다 더 깊은 의미와 철학적 가치를 수반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헌신과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공존의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차별과 차등이 없어야 어울림이 아름답듯 이러한 사회가 선진국가로 가는 길입니다.

이러한 소통과 공존의 건강한 시대를 열기 위해선 자성의 철학이 필요합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자성은 거울과 같아 소통을 여는 근본적인 바탕이 되는 것이며, 헌신과 노력을 통해 공존관계가 구축되듯이 정진을 통해 이루어지는 ‘자성 밝히기’가 곧 공존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주위엔 힘들고 아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연계도 이상기후로 인해 삶의 근거지를 잃고 목숨을 잃는 동물과 식물들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들과 소통하지 않으면 공존할 수 없고 공존할 수 없는 사회가 되면 결국 재난의 환경을 맞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해결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저는 그래서 기회 있을 때마다 소통과 공존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를 풀어내기 위해선 종교와 종교인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불교의 정신은 무소유(無所有)와 무욕(無慾)에 있습니다. 이러한 정신에서 불자들이 앞장 서 자성을 밝히는 데 노력한다면 소통과 공존의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세계일화(世界一花)란 다름 아닙니다.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되고, 동물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며, 서로 다른 가치와 문화를 지닌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하는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진정한 행복과 기쁨은 함께 어울릴 때 더욱 커지는 법입니다. 우리 모두 자성과 성찰로 만인과 소통하고 공생하는 세상을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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