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 ‘환경 예능’ 원작
외딴 섬 찾은 출연진
‘탄소 제로’ 도전기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등이 인류의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해 지구기후위기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지구를 살리자’는 취지로 환경 위기의 심각성을 다룬 다양한 다큐멘터리가 제작·상영돼 대중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외에서 제작된 환경 다큐멘터리를 선별해 소개한다.

 

환경 다큐멘터리 ‘보통의 용기’ 포스터.
환경 다큐멘터리 ‘보통의 용기’ 포스터.

2022년 6월 30일 개봉한 다큐멘터리다. 원작은 KBS 2TV에서 2021년 가을에 힐링환경 예능프로그램으로 방송한 ‘오늘부터 무해하게’다. 이 프로그램은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던 공효진·이천희·전혜진 배우가 에너지 자립섬인 충남 홍성군 죽도에서 일주일간 캠핑을 하며 ‘탄소 제로’ 생활에 도전하는 내용이다. 제법 큰 반향을 일으켰고, 종료 후 다큐멘터리로 제작됐는데, 이 작품이 ‘보통의 용기’다.

일반 영화는 온·오프라인에서 줄거리나 내용을 지나치게 상세하게 공개하면 ‘스포일러(Spoiler) 한다.’는 비난을 받는다. 하지만 ‘보통의 용기’는 이미 방영된 예능프로그램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었고, 계몽적 성격을 띤 환경다큐멘터리란 점에서 ‘스포일러’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프로그램에는 세 명의 주인공 외에 엄지원 배우가 특별출연한다. 그리고 죽도에 사는 태어난 지 한 달 된 강아지 백설이, 요지(공효진 배우 반려견), 비키(엄지원 배우 반려견)가 등장한다. 세 배우가 이 환경 예능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공통점은 ‘환경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다.

공효진 배우는 중·고교시절 4년을 호주에서 유학했다. 호주에서는 매일 푸른 하늘과 초록의 풀, 보라색·주황색 등 각양각색으로 변하는 석양을 보며 지냈다. 그런데 귀국한 뒤 올려다본 우리나라의 하늘은 대부분 회색 또는 갈색이었다. ‘이런 하늘을 계속 봐야 하는지, 해결책은 없는 것인가?’ 생각했다. 그녀는 데뷔 10년째인 2010년 지구를 위해 실천할 수 있는 환경보호 실천에 관한 내용을 담은 〈공책〉을 출간했고, 업사이클링(Upcycling, 헌옷 등 재활용할 수 있는 물품을 재가공해 가치를 높이는 일) 회사를 4년간 운영해 연예인 환경운동가로 불리기도 했다.

공 배우는 “데뷔 20년이 넘었고, 사람들에게 자극이 될 수 있는 계몽적인 얘기를 할 수 있는 연령대가 됐다고 생각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책 출간 이후) 10년 만에 용기를 냈다. (지구를 살리는 일은) 숙원사업이다.”라고 프로젝트 참가 이유를 설명했다.

이천희 배우의 다른 직업은 목수다. 의자 등 가구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회사도 운영 중이다. 그는 바다에서 써핑(파도타기)을 하다가 바다에 비닐봉지 등 쓰레기가 많이 부유(浮遊)하는 걸 보았다. 그는 “이 상태로 가다가는 바다 위가 쓰레기로 가득 채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캠핑장에 갔다가 캠핑카를 주차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관계자에게 이유를 물었는데, ‘캠핑카를 타고 온 사람들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가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들었다.”며 환경오염의 심각성과 국민들의 환경인식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천희 배우의 아내이기도 한 전혜진 배우는 “모든 게 제한적인 것 같다. 제가 어릴 때는 환경적으로 자유로웠다. 언제든 나가면 좋은 공기를 마실 수 있었고, 깨끗한 흙을 만지며 놀았다. 놀다가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에게는 이 같은 놀이가 쉽지 않은 일이 되어 버렸다. 많이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프로젝트 참가 동기를 밝혔다.

‘보통의 용기’의 세 주인공 공효진·이천희·전혜진 배우. 〈사진=‘보통의 용기’ 스틸 컷〉
‘보통의 용기’의 세 주인공 공효진·이천희·전혜진 배우. 〈사진=‘보통의 용기’ 스틸 컷〉

‘지구를 살리자’고 의기투합한 ‘환경 삼총사’는 죽도에서 7일간 머무르며 탄소제로 실천에 도전한다. 환경 위기의 시대에 지구를 지키는 데 필요한 것을 찾아 시청자에게 소개하자는 취지의 프로젝트였는데, 출연진의 말을 빌리면 다소 ‘무계획의 계획’이었던 듯하다.

출연진은 캠핑 출발 전 짐을 챙기는 것에서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남기지 않기 위한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보였다. 또 행동 하나, 말 한마디로 불특정 다수에게 비난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이렇게 하는 게 좋다.”는 등의 가르치려는 행동,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표현을 자제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여럿이 함께하면 무엇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프로그램의 예능적 성격을 고려해 취지에 맞게 몇 가지 규칙을 정했다. 예를 들어 죽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화폐를 ‘그루(GRU)’라고 정했다. 초기 출연진에게 1만 그루를 지급한 후 최종 남은 그루의 숫자만큼 산림청의 도움을 받아 나무를 식목하게 된다. 마트에서 파는 물건도 이 단위로 계산한다.

호주산 소고기 400g의 탄소 배출량은 약 17.6kgCO₂이다. 소를 키우면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과 운송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 등을 합한 수치다. 그리고 소나무 한 그루가 50년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은 350kgCO₂. 이런 계산법에 따라 호주산 수입 소고기 400g은 1,515그루가 된다.

이 프로젝트의 기본 틀은 우리 모두가 탄소를 줄이는 생활을 실천하자는데 있다. 그 하나의 방법으로 탄소 소비를 줄여서 얻은 ‘나무’를 산불이 난 지역에 심어 탄소 중립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제작진이 처음 지급한 1만 그루는 필요한 식료품이나 물건을 구입할 때마다 차감된다. 대신 폐자재를 활용해 업사이클링을 하면 정해진 만큼 그루가 늘어난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만큼 나무를 심을 수 있다.’는 조건이 붙은 만큼 초기 출연진은 이 규칙을 신경쓰면서 무조건 아끼고자 노력했다.

식탁·의자·젓가락 등은 만들어 쓰고, 여러 번 빨아 쓸 수 있는 종이타올을 사용했다. 온수 샤워는 전기를 사용하므로 일반 샤워보다 그루 소비가 10배나 높아 최대한 자제했다. 끼니도 고구마를 캐서 구워 먹는 등 지출을 최소화했다. 출연진은 이런 과정에서 물의 소중함을 느끼고, 환경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아 간다.

하지만 무언가에 매몰되다 보면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기 쉽다. 출연진은 프로그램 중간 자신들의 생활을 돌아보며 “마치 생활전선에 뛰어든 것 같은 느낌이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해결할 뿐, 누구에게도 어필하지 않는다.”, “나도 가서 저렇게 해볼까? 보다는 저렇게는 가지 말자는 느낌이 든다.”, “진지한 얘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생존게임이 되고 있는 느낌이다”, “촬영을 하다가 처음 먹은 마음이 바뀌어서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정신을 놓고 있다보니 여타 예능과 다를 바 없었다. 그건 싫은데.” 등의 말을 쏟아내며 프로젝트를 재점검한다.

본질은 망각한 채 방법에만 몰두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이를 경계하는 사자성어가 있다. 바로 ‘견지망월(見指忘月)’이다. 〈원각경(圓覺經)〉 등 여러 경전에서 언급되는 가르침으로 ‘어떤 이가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 그 손가락을 따라 달을 보아야 한다. 만약 달 대신 손가락을 바라본다면, 그 사람은 달만 볼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그 근본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출연진과 제작진은 고심을 거듭했고, 환경 예능에서 캠페인에 무게를 둔 다큐 성격의 프로그램으로 바뀌게 된다. 이런 변화를 거쳐 출연진과 제작진이 기획했던 ‘탄소 중립’ 실천을 위한 행보가 이어진다.

출연진이 캠핑장소인 죽도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다. 2 ‘보통의 용기’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프로젝트다. 캠핑을 하는 동안 죽도 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화폐를 ‘그루(GRU)’라고 정했다. 그루는 나무 한 그루가 탄소를 흡수하는 양이 기준이다. 3 공효진 배우가 마트에서 친환경 생활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보통의 용기’ 중에서〉
출연진이 캠핑장소인 죽도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다. 2 ‘보통의 용기’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프로젝트다. 캠핑을 하는 동안 죽도 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화폐를 ‘그루(GRU)’라고 정했다. 그루는 나무 한 그루가 탄소를 흡수하는 양이 기준이다. 3 공효진 배우가 마트에서 친환경 생활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보통의 용기’ 중에서〉

출연진이 다시 시작한 일은 라이브 방송이다. 시청자들이 환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환경보호를 위해 어떤 것을 실천하고 있는지를 묻고, 아이디어를 얻고자 했다. 라이브 방송 당시 다양한 의견이 올라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았던 의견은 생수를 담는 페트병 문제였다. 1994년 3월 정부가 생수 시판을 허용했을 때 ‘누가 물을 사 먹겠느냐?’는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지만, 현재 생수는 주요 생필품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만큼 페트병의 생산은 늘어났다.

출연진은 생수 제조업체 소비자센터에 문의하는 등 페트병 생수 용기를 대체 가능한 소재로 바꾸는 노력을 시작한다. 종이팩 생수를 제조·판매하는 업체를 찾았지만,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는 판매하지 않아 구입이 어렵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종이팩의 탄소배출량은 페트병의 1/4 수준이다. 하지만 20만 개 이상 주문해야 디자인에 맞춰 제작·생산할 수 있어 소량 유통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대답도 듣는다.

물론 종이팩도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은 아니다. 그렇지만 출연진은 “같이 하면 관심이 더 커진다. 별 게 아닌 일도 여럿이 함께 하면 어마어마한 일이 될 것이다.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방법을 모색한다. 어렵사리 생수 종이팩을 구한 후 직접 디자인한 영상을 SNS에 올리자 정부기관과 몇몇 대기업에서 연락이 왔고, 결국 소정의 성과를 거두게 된다. 또한 대기업과 협업해 화장품 포장지나 트레이(플라스틱통)를 없앤 조미김 출시 등도 시도한다.

출연진의 ‘탄소 중립’ 프로젝트는 7일간의 캠핑으로 막을 내렸다. 이 다큐멘터리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고, 함께하면 환경보호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낼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했으며, 작은 ‘용기’를 내면 눈덩이처럼 굴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큰 ‘용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개개인이 저마다 ‘환경오염으로부터 지구를 살리자.’는 뜻을 품고 실천할 때,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준 다큐멘터리였다.

환경 위기 극복은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교훈처럼 서로가 공감하고 힘을 모으는 것에서 출발한다. 또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숫타니파타〉의 경구처럼 저마다 묵묵히 환경을 살리는 일을 꾸준히 실천한다면, 호주의 푸른 하늘처럼 우리의 하늘도 매일 맑고 푸를 수 있고, 아름다운 석양을 선사해줄 것이다.

연예인을 포함한 유명인들의 영향력은 일반인이 비해 크다. 그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는 수많은 사람에게 긍정 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보다 많은 유명인들이 선한 영향력을 일으킨다면 ‘탄소 중립으로 지구환경 지키기’의 파도가 조금씩 퍼져 나가 세상에 큰 변화를 가져오리라 기대해 본다.

푸르고 맑은 호주의 하늘(좌)과 미세먼지로 뿌연 한국의 하늘. 〈사진=‘보통의 용기’ 중에서〉
푸르고 맑은 호주의 하늘(좌)과 미세먼지로 뿌연 한국의 하늘. 〈사진=‘보통의 용기’ 중에서〉
1 KBS2 TV에서 방영한 환경 예능 ‘오늘부터 무해하게’에 소개된 ‘일상 속 불필요한 쓰레기 TOP 10’  2 친환경 수세미를 완성한 사진 3 출연진이 디자인한 종이 생수팩  4 마지막회(10회)의 엔딩 장면 〈사진=‘오늘부터 무해하게’(124)와 ‘보통의 용기’(3) 중에서〉
1 KBS2 TV에서 방영한 환경 예능 ‘오늘부터 무해하게’에 소개된 ‘일상 속 불필요한 쓰레기 TOP 10’  2 친환경 수세미를 완성한 사진 3 출연진이 디자인한 종이 생수팩  4 마지막회(10회)의 엔딩 장면 〈사진=‘오늘부터 무해하게’(124)와 ‘보통의 용기’(3) 중에서〉
페트병 등 플라스틱 소재의 생활용품으로 만든 돌고래. ⓒGettyimagesBank
페트병 등 플라스틱 소재의 생활용품으로 만든 돌고래.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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