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총무원장 무원 스님

서울 관문사에서 만난 총무원장 무원 스님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간에 ‘배려’가 깃들 때 인류가 행복해진다,”고 강조했다.
서울 관문사에서 만난 총무원장 무원 스님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간에 ‘배려’가 깃들 때 인류가 행복해진다,”고 강조했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을 앞둔 구랍 16일, 천태종총무원장 무원 스님을 서울 관문사에서 만나 다사다난했던 임인년(壬寅年)을 돌아보고, 계묘년 새해를 맞아 불자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말씀을 들어봤다. 편집자

“찾아가는 복지의 대상 점차 확대
종교계도 ‘ESG경영’ 적극 동참해야”

“천태지관차 복원은 중요한 불사
새해에도 계승·연구 박차 가하겠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정부의 지속적인 방역에도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만 3년째 세계인들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통화 긴축은 세계 경제를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습니다. 불교계도 이런 외부적 요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총무원장에 취임하신 첫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한 해를 되돌아보며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부의 강력한 방역은 분명 적절한 조치였습니다. 그런데 팬데믹 상황이 길어지다 보니 자영업자를 비롯한 전 국민의 고통이 너무 심했습니다. 이 기간 불자들의 신행활동도 크게 위축됐는데, 최근 방역조치가 완화되면서 전년에 취소하거나 비대면으로 진행했던 각종 신행활동이 원활히 재개될 수 있었던 점은 고무적인 변화였다고 봅니다. 특히 천태종의 자랑이라 할 수 있는 재가불자 한 달 하안거와 동안거가 제대로 시행된 점은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천태종 불자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굳건한 신심으로 신행활동을 잘 해오셨던 만큼 마지막 고비도 슬기롭게 이겨내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아울러 새해에도 ‘주경야선(晝耕夜禪)’의 종지종풍에 따라 수행에 더욱 박차를 가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수행은 복덕을 갖추기 위한 기반입니다. 우리나라가 경제난국을 극복하는 데도 큰 힘이 되어주리라 확신합니다.

△2022년 4월 제19대 총무원장에 취임하신 만큼 2023년은 종책의 기조를 세우고, 실제 행정에 적용하는 첫해가 아닐까 싶습니다. 총무원장 스님께서는 취임 직후 언론인터뷰에서 ‘찾아가는 불교’의 활성화를 천명하신 바 있습니다. 불교는 이웃 종교에 비해 포교에 소극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게 사실인데, ‘찾아가는 불교’는 이런 취약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구상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부연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찾아가는 불교’는 ‘찾아가는 복지’로 시작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대상을 먼 곳에서 찾기보다 우선은 종단 내의 형편이 어려운 신도들을 보듬고, 이후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가려고 합니다. 단발적인 행사로는 지난 11월, 단양군 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연탄 5만 장을 지원한 행사와 이달 초까지 전국 천태종 사찰에서 실시한 수만 포기의 김장나눔 행사를 들 수 있습니다. 이외에 지난 6월 우크라이나 전쟁 피난 고려인 동포들에게 구호 성금을 전달한 사례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행사로는 부산 삼광사에서 실시하고 있는 ‘참! 좋은 사랑의 밥차’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제가 삼광사 주지 소임을 맡고 있던 2013년에 기업은행이 3.5톤 트럭을 개조한 밥차를 후원해 주었는데, 이후 10년간 부산 전역을 누비며 평균 월 5회 정도, 회당 300명에게 무료급식을 해주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기간에는 지역 복지관을 통해 도시락을 제공하거나 식료품 키트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복지사업에 더해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역사탐방을 새해에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천태종중앙청년회를 중심으로 기후 위기와 생명존중 등 NGO분야의 활동에도 적극 앞장 설 예정입니다.

△일반적으로 종교계는 변화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그런데 총무원장 스님께서는 취임 후 얼마 되지 않아 ‘ESG경영’을 불교계가 앞장서 실천해야 한다고 주창하셨습니다. 그리고 천태종은 실제 지난 한 해 기후위기의 심각성 계몽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시대적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이런 모습은 총무원장 스님이 그동안 다방면으로 활동하면서 쌓은 사회적 연륜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동안의 대사회적 활동을 간단히 소개해주시고, 불교계가 ‘ESG경영’을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에 대해 들려주십시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기업이 아닌 종교계에 접목한다면 ‘친환경·사회공헌·투명경영’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2003년 북한 개성 영통사 복원불사를 위해 구성된 개성영통사복원위원회 단장을 맡아 2005년 복원 불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바 있습니다. 이후 성지순례와 개성관광의 교두보를 마련해 육로를 통한 남북 민간교류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현재 한국종교인연대 상임공동대표·생명존중환경포럼 이사장·레인보우합창단을 운영하는 한국다문화센터 상임대표 등을 맡고 있습니다.

종교의 대사회적 역할을 위해서는 환경문제 등 중요한 사회적 문제나 흐름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ESG경영’을 불교계가 앞장서 실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기후위기 시대에서 불자들은 친환경 생활을 실천해야 하고, 종단과 사찰은 사회 갈등 해소와 양극화 극복 등 사회적 역할에 적극 앞장서야 하며, 재정 건전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사회의 모범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불교문화적 측면에서 2022년 천태종은 ‘천태지관차’ 복원의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천태차문화연구보존회가 9월 21일 서울 관문사에서 ‘제1회 천태지관차법전승학술대회’를 개최해 천태지관차법과 뇌원차 복원·계승의 중요성을 알리는 등 한국의 차문화 역사를 1,400여 년 전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천태지관차에 대한 소개와 함께 새해에는 어떤 방향으로 계승해 나갈지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제가 총무원장직을 맡기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오던 분야입니다. 우리나라의 차 역사는 2,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인도 아유타야 왕국의 공주인 허 황후가 차 씨앗을 가져와 전래했고, 이후 신라 흥덕왕 때 김대렴이 당나라에서 차 씨앗을 가져와 지금의 하동에 시배(始培)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차의 우수성이 대외적으로 드러난 시기는 고려 광종 무렵입니다. 특히 문종 때 와서는 송나라로 유학을 떠난 대각국사 의천 스님을 통해 고려의 뇌원차(腦原茶)와 송나라의 황실 어전차인 용봉단차(龍鳳團茶)가 활발하게 교류합니다.

저는 당시의 뇌원차를 복원해 ‘천태지관차법’을 유행시키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행자의 한 사람으로서 해야 할 중요한 불사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새해에는 천태차문화연구보존회에서 관련 연구와 계승에 박차를 가해 천태지관차(뇌원차)의 위상을 재정립, 학문적 기반을 다지는 한편 그 고고한 차선삼매의 정신을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

△새해는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입니다. 새해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어,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 평안이 깃들기를 기원해봅니다. 끝으로 천태종 불자들과 국민들이 새해 일 년 동안 가슴에 새기고 살아갈 가르침을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배려는 강자가 약자에게 베푸는 게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추어야 할 기본 양식입니다. 최근 ‘상생과 공존’이란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데, 상생과 공존을 위해서도 상대에 대한 배려는 필수입니다. 세대 갈등, 계층 갈등, 성별 갈등도 상호 간의 존중과 배려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종교 간에도 배려가 안 되면 배타적이고 폭력적인 관계로 어긋나게 됩니다.

배려는 작복(作福)의 씨앗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자비로운 마음을 품고만 있지 말고, 드러내 실천하는 게 배려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앞을 못 보는 아나율 존자가 해진 가사를 깁기 위해 바늘에 실을 꿰어줄 사람을 찾자 선뜻 나서 실을 꿰어주셨습니다. 아나율 존자가 “복덕을 완전히 갖추신 부처님께서 또다시 복덕을 지으실 필요가 있습니까?”하고 여쭈자 부처님은 “세상에서 복 짓는 사람 가운데 나보다 부지런한 사람은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이 또한 배려가 작복으로 이어진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불교는 이렇게 복을 기원하기보다 복을 짓는 작복의 종교입니다. 새해 계묘년에는 전 국민이, 전 인류가 상대를 배려하고, 자연을 배려하고, 지구를 배려하면서 작복하는 삶을 살기를 기원합니다. 배려는 인류가 행복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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