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종교, 5월 22일까지 100일간
서울대 교수들도 반대 모임 결성

▲ 수경 스님(맨 앞)을 비롯한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순례단이 경기 김포 애기봉 전망대에서 100일간 도보 순례를 시작했다. 이들을 격려 차 온 시민 100여 명이 종교인들 뒤에서 함께 걷고 있다.

불교·가톨릭·개신교·원불교 4개 종교인들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운하건설에 반대하며 100일 국토순례에 나섰다.

4개 종교 성직자 및 환경운동가 등 20여 명으로 구성된 순례단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은 2월 12일 오후 1시 경기도 김포 애기봉 전망대에서 출정식을 갖고 오는 5월 22일까지 100일간 경인·경부운하 및 호남·충청운하 예정지 도보순례를 시작했다.

순례단은 개신교 이필완 목사를 단장으로 불교 수경(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도법(실상사 주지)·연관(봉암사 수좌) 스님, 가톨릭 최종수·김규봉 신부, 성공회 최상석 신부(성공회환경연대 사무국장), 지리산생명연대 박남준 시인 등으로 구성됐다.

순례단은 이필완 목사가 낭독한 출정기원문에서 “생명을 경시하는 개발지상주의에 대한 성찰에서 도보순례를 시작하게 됐다”면서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대운하는 역천(하늘을 거스름)으로 향후 벌어질 국토파괴와 갈등·투쟁과 국론분열이 두렵다”고 밝혔다.

이어 “예로부터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 산은 물을 건너지 않고, 물은 산을 넘지 않는다)이라 했다”면서 “대운하 문제는 근시안적인 경제 논리만이 찬반 거리가 아니라, 우리 시대 새로운 패러다임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하는 절체절명의 화두”라고 강조했다.

이날 출정식에 참석한 법륜 스님(JTS 이사장)은 “어리석은 생각하는 사람을 미워하기보다 감싸는 자비로운 마음과 지혜로 이 길에 앞장서달라”면서 “여러분들의 뒤를 모두가 조용히 따를 것”이라고 순례단을 격려했다.

순례단은 매일 오전 6시 기상해 하루 7시간 도보하며, 자체 취사와 노숙을 원칙으로 한다. 12일 애기봉을 시작으로 김포, 서울, 여주, 충주, 문경 등을 거쳐 4월 1일 낙동강 하구 을숙도에 도착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호남운하 예정지인 목포로 이동해 영산강 줄기를 따라 걷고, 다시 충청운하 예정지로 자리를 옮겨 금강 지역을 순례한 후 5월 22일 서울로 돌아온다.

이들은 순례기간 동안 △강을 위한 기도 △지역 주민들과의 대화마당 △‘00민과 함께 하는 생명의 강 걷기’ 등 대국민 참여 프로그램 △생명평화 문화제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다.

이날 출정식에 참석한 뒤 약 1시간가량 순례단과 동행한 박광서 참여불교재가연대 공동대표는 “21세기는 생명존중의 시대임에도 새 정부는 이를 역행하려 하고 있다”면서 “경제발전도 좋지만 최소한 환경과 생명을 살리는 범위 내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불교환경연대를 비롯한 불교계 단체들은 2월 19일 조계사에서 ‘생명의 강 지키기 불교행동(가칭)’ 창립법회를 갖고 본격적인 운하반대 운동을 시작한다.

“서울시장 때 폐기했던 사업”

이에 앞서 1월 31일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이 서울대학교 법대 100주년기념관에서 개최한 ‘긴급진단! 한반도 대운하,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김정옥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당시 연구에 참여했던 연구원에게 직접 들은 말”이라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서울시장 재직 당시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대운하 정책 타당성 검토를 맡겼으며, 경제적 타당성이 없어 연구를 중단시켰다”고 주장했다.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에는 현재까지 140여 명의 교수가 참여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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