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2일까지, 기획전시실1서
길상 관련 ‘십장생도’ 등 200여 점

전 조지운필 유하묘도(傳 趙之耘 筆 柳下猫圖). 고양이와 까치를 함께 그려 장수와 부부의 해로를 기원하는 그림이다.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전 조지운필 유하묘도(傳 趙之耘 筆 柳下猫圖). 고양이와 까치를 함께 그려 장수와 부부의 해로를 기원하는 그림이다.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옛사람들이 행복의 가치로 여겼던 다섯 가지 행복, 오복(五福)과 근현대로 오면서 지속·변화하는 길상의 문화를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1116일부터 내년 32일까지 기획전시실1에서 길상 특별전 그 겨울의 행복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생활 속에서 바라는 좋은 일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길상 관련 소장품 십장생도(十長生圖) 200여 점을 선보인다.

길상(吉祥)좋은 일이 일어날 징조를 의미한다. 길상은 좋은 상징을 평상시 주변에 두고 좋은 일을 바라는 모든 행위를 뜻하는데, 흔히 길상 상징은 무늬로 많이 표현된다. 예를 들면 꽃과 나비 무늬는 부부의 애정과 화합을 의미해 안방의 가구나 그림에 사용했다.

현대에는 정서적·정신적인 측면에서 행복을 바라보는 시각도 확대되고 있는데,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코로나 피로감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가 축적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행복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3부로 구성된 이번 전시회는 길상으로 본 우리 삶 속 행복의 변화와 지속에 주목했다. 예를 들어 고양이는 70세 노인을 의미하는 모()와 중국어 발음이 같아 장수를 의미하고, 까치는 희작(喜鵲)이라 해서 기쁨을 상징하므로 고양이와 까치를 함께 그린 그림은 부부 해로를 의미한다. 고슴도치가 오이밭에서 오이를 등에 지고 달아나는 그림에는 많은 자손이 대대로 이어지길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오이나 가지, 석류 등 씨가 많은 채소나 과일은 다산을 의미하고, 가시가 많은 고슴도치도 역시 같은 의미를 지닌다. 특히 오이는 덩굴식물이기 때문에 자손이 대대로 이어진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된 성냥은 몇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생필품이자 집들이 선물로 주고받았다. 이사를 한 사람에게 성냥을 선물하는 것은 불이 활활 타오르듯이 살림이 일어나라는 의미이다. 최근에는 개업하거나 이사를 한 경우 해바라기 그림을 가게나 집에 거는 경우가 많다. 노란색 또는 황금색으로 그린 해바라기 그림이 재물복이나 행운을 준다고 여기는 마음에서이다. 행복을 바라며 상징을 활용하는 이러한 행위도 길상문화의 일환이다.

이번 전시에는 다양한 재료에 새겨진 길상무늬들을 한눈에 모아서 볼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실을 수놓고 꿰맨 직물·자수 유물과, 도자기와 나무, 나전칠기까지 유물들을 한데 모았다.

장애인을 위한 전시 콘텐츠도 선보인다. 저시력자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리플렛, 큰 글씨로 주요 유물을 설명하는 책자인 빅 레이블을 비치했으며, 전시장 내 별전 중 몇 가지를 촉각물로 제공해 그 무늬를 직접 만져볼 수 있다. 청각장애인을 위해 전시 영상에 자막과 함께 수어 해설 영상을 덧붙였다.

이밖에도 새가 점괘를 뽑아 주는 새점 치기후 해당하는 부적 카드를 받을 수 있으며, 전시 마지막에는 자신의 소원을 직접 입력해 화면 속에 떠오른 달을 채워보는 등 복을 비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영친왕비 진주화접문 자수 향주머니. 향을 넣어 옷에 차는 주머니로, 매화와 나비 한 쌍을 금실로 수놓고 천연 진주를 달아 화려하게 장식했다.
영친왕비 진주화접문 자수 향주머니. 향을 넣어 옷에 차는 주머니로, 매화와 나비 한 쌍을 금실로 수놓고 천연 진주를 달아 화려하게 장식했다.
삼층 자개농. 문 안쪽 면에 산수화, 백동자도, 꽃과 나비·새 등 층층마다 다른 그림으로 장식했다.
삼층 자개농. 문 안쪽 면에 산수화, 백동자도, 꽃과 나비·새 등 층층마다 다른 그림으로 장식했다.
자위부과도(刺蝟負瓜圖). 고슴도치가 오이를 이고 달아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오이는 씨가 많고, 고슴도치는 많은 가시를 가지고 있어 다산을 의미한다.
자위부과도(刺蝟負瓜圖). 고슴도치가 오이를 이고 달아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오이는 씨가 많고, 고슴도치는 많은 가시를 가지고 있어 다산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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