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의 원동력
위빠사나 명상 수행
‘받아들임’에서 찾아내

임상심리사이자 불교 명상지도자인 타라 브랙.
임상심리사이자 불교 명상지도자인 타라 브랙.

심리학이 불교를 만난 지 한 세기가 지난 오늘날, 심리학의 아버지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 1842~1910)가 예언했듯 붓다의 가르침은 주류 심리학계에 체계적으로 녹아들어 심리학이자 효과적인 상담이론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변화는 그동안 마음에 대한 불교의 독특한 분석을 높이 평가하며 널리 알리려고 노력했던 심리학자들이나 존 카밧진과 같이 치료 현장에 불교 명상을 적용했던 연구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서양 심리학계는 불교 고유의 치유이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의 ‘심리치료’ 틀에 맞추기 위해 변형하거나 부분 응용하는 데 그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심리치료 과정에서 보조적 수단으로 불교 수행법을 사용하는 심리학계와 달리, 불교 명상을 하나의 완성된 수행체계로 보고 오히려 불교에 귀의해 심리학을 불교의 참뜻을 전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심리상담가들이 있다. 이들은 불교 수행자로 수십 년 동안 수행하며 서양인들에게 붓다의 가르침을 전파하고 있다. 조셉 골드스타인(Joseph Goldstein), 잭 콘필드(Jack Kornfield), 카루나 케이턴(Karuna Cayton), 타라 브랙(Tara Brach)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모두 심리치료사이면서 불교의 가르침과 명상을 심리치료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이 중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임상심리사이자 불교 명상지도자는 타라 브랙(70)이다.

미국에서 위빠사나 명상으로 심리치료를 하는 타라 브랙은 명상 잡지 〈왓킨스(Watkins)〉가 선정한 세계 100인의 영적 지도자에 이름을 올렸다. 그녀는 현재 저술과 팟캐스트(Podcast, 인터넷방송의 일종)를 통해 불교 명상이론과 실제를 쉽고 명확하게 전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남편이자 명상수행의 동반자인 조나단 파우스트와 함께.
남편이자 명상수행의 동반자인 조나단 파우스트와 함께.

요가 통해 명상 입문

타라 브랙은 1953년 미국 뉴저지주 몽클레어에서 태어났다. 타라는 10대 시절,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에 빠진 어머니를 간호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녀의 어머니는 성취욕이 강했는데, 결혼 후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한 채 4명의 자녀를 양육하며 집안에 갇혀있는 삶을 견디지 못하고 급속히 무너졌다. 장녀였던 타라는 슬픔과 자기혐오를 술로 달래던 어머니를 보살펴야 했다. 여러 해 동안의 재활 끝에 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 약물 의존자들을 돌보는 치료사가 되었다.

스무살 무렵 타라는 인권 변호사인 아버지를 롤모델로 삼아 열정적인 사회운동가로 활동했다. 그래서 매사추세츠주 클라크 대학에 입학해 정치학과 심리학을 복수 전공했다. 이때 요가수업을 들으면서 내면의 변화에 대한 동양적 접근 방식에도 관심을 가졌다. 심리학과 요가에 관심을 둔 이유는 인권 변호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참여했던 집회와 시위가 그녀의 마음에 적대감과 공격성을 키웠기 때문이다. 타라는 요가를 통해 사회운동을 하면서 겪은 분노의 마음 상태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평화로운 마음 상태로 돌아갈 수 있었다.

결국 타라는 급진적인 사회운동가의 길을 접고, 마음의 본성을 탐구하는 구도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요가와 명상이 그녀가 사회운동가로 활동하며 고치려고 애썼던 폭력과 비합리성 그리고 비리와 불평등과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다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타라는 졸업 후 요가와 명상을 배우기 위해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쿤달리니 아쉬람(Ashram)에 들어갔다. 그녀는 그곳에서 10년 넘게 머물렀는데, 주로 호흡과 만트라에 집중하는 수행을 하며 사람들을 가르쳤다. 하지만 자신을 지도하던 스승으로부터 극심한 통제와 정신적 학대에 시달려야 했다. 임신 중이던 타라는 스트레스로 인해 유산을 하고 만다. 이 사건 후 타라는 수행 도반이었던 남편 조나단 파우스트(Jonathan Foust)와 함께 쿤달리니 아쉬람을 떠나 미국 서부 산타바바라로 이사했다. 그곳에 있는 필딩대학원대학교에서 섭식장애를 명상으로 치료하는 임상심리학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임상심리사 자격증 취득 후에는 심리치료사로 일하면서 조셉 골드스타인, 잭 콘필드 같은 위빠사나 불교 명상지도자들을 만나 집중적으로 수행했다. 특히 조셉 골드스타인이 이끄는 첫 번째 불교 통찰 명상수련회에 참석한 그녀는 이곳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이 평화로운 느낌이 내가 정말 사랑하는 것이고 내게 진정으로 필요했던 것이구나. 그리고 이것이 바로 세상 사람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구나.”

타라 브랙과 잭 콘필드. 두 사람은 모두 서양에 불교의 명상수행법을 알린 대표적인 명상지도자이다.
타라 브랙과 잭 콘필드. 두 사람은 모두 서양에 불교의 명상수행법을 알린 대표적인 명상지도자이다.

근본적 수용 ‘받아들임’

타라는 불교 통찰 명상수련회에서의 깨달음 후 불교에 관한 책을 읽으며, 불교에 푹 빠져들었다. 이때 그녀는 비로소 명상에 대해 눈을 떴다고 술회한다.

“요가는 자세와 호흡을 수련하며 몰입의 강도를 높이는 것으로 활력과 정화를 경험하게 했다. 반면 불교의 명상은 편안한 마음가짐에서 몸의 느낌과 마음의 작용을 알아차리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게 한다.”

이 부분은 그녀가 요가를 수행하는 내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바로 그 부분’이었다. 어떤 특정한 관점에 집착하지 않고, 유연한 마음으로 내부와 외부의 세계를 새롭게 경험하게 해준 위빠사나는 그녀가 원했던 심신의 평화로 가는 길이었다.

타라는 “사람은 대부분 욕망의 크기를 채우지 못해 항상 부족함에 허덕이고, 자신을 열등하고 무가치한 존재로 느낀다.”고 말했다. 현대사회는 우리가 심각한 병폐를 낳을 수밖에 없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고, 그 결과 사람들은 ‘트랜스(Trance, 변형된 의식상태)’에 놓이게 된다고 보았다. 현대인이 처한 모습을 ‘의식이 없고 생각과 행동에 제어력을 상실한 가수면 상태’인 트랜스에 비유한 것은 어딘가에 사로잡힌 채 관성적으로 사는 현대인의 생활상을 비꼰 것이다.

타라는 이런 상태를 치유하는 방법으로 ‘받아들임’을 제시한다. 받아들임은 우리 자신을 존재의 근원으로 되돌아가게 해주기 때문에 ‘근본적 수용’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타라는 근본적 수용을 ‘우리 자신과 자신의 삶을 기꺼이 있는 그대로 경험하려는 마음’이라고 정의한다. 핵심은 ‘있는 그대로’,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것은 타라 브랙만 강조한 마음 치유방법이 아니라 불교 명상과 심리치료의 융합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이 공통으로 주장하는 치유의 핵심이다. 다만 타라의 ‘받아들임’은 그녀가 삶에서 겪은 수많은 고난을 딛고 얻은 신념이기에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한편 타라는 불교명상을 접한 후 임상심리학 수련에서 두 가지 핵심적인 통찰을 얻었다. 첫째, 심리치료는 고통스러운 감정과 마주하기를 거부하는 내담자가 충분히 안전한 공간에서 다시 그 감정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담자는 내면의 풍부한 힘과 먼저 연결이 돼야 한다. 내적 자원이 든든해야 고통을 끌어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상담자는 내담자의 문제를 찾기 위해 애쓰기보다 내담자의 강점을 찾아내 그것을 내담자에게 반영해 주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내담자 안에 있는 잠재적인 치유의 힘이 나타난다.

타라는 불교의 명상과 심리치료를 함께 공부하면서 우리의 내면에는 흔들리지 않는 위대한 힘이 있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외적 자극을 좇는 현대인이 잃어버린 내면의 힘을 다시 찾도록 돕는 게 명상 전문가와 심리치료사의 역할이라고 믿고 있다.

필스톤 리트릿 센터(Pearlstone Retreat Center) 동료 교사들과 함께. Pat Coffey, Anam Thubten, Tara Brach, Erin Erinselover 및 Jonathan Foust.
필스톤 리트릿 센터(Pearlstone Retreat Center) 동료 교사들과 함께. Pat Coffey, Anam Thubten, Tara Brach, Erin Erinselover 및 Jonathan Foust.

주의와 집중의 조절

불교를 포함하는 대부분의 전통적인 동양 종교는 수행자에게 ‘세속적인 관심사에서 완전히 떠나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에 반해 서양의 불교 명상은 세속과의 경계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타라는 크리스토퍼 거머 박사가 한 말을 이렇게 인용했다.

“명상 수행에서 중요한 점은 우리가 사는 세계를 떠나는 게 아니라 바쁜 이 세상 속에 현재를 사는 나를 잘 다루는 것이다.”

그녀는 이 말을 평상시 알아차림 집중을 잘 조절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주의력을 키우고 그것을 잘 조절하면 마음이 산만해질 때 생각이나 감정의 흐름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수 있다. 타라는 “생각과 감정의 흐름에서 벗어나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는 것은 삶으로 돌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현대인이 내면의 힘을 되찾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챙김’과 ‘자비심’이다. 그래서 타라는 “명상을 할 때 자비심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녀는 거머 박사의 말을 빌려 마음챙김과 자비의 차이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마음챙김은 감정과 거리를 두면서 감정을 조절하지만, 자비심은 보살핌과 연결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한다.”

타라는 현재 자신의 명상 수행법을 과학적으로 연구해 고안한 ‘명상 기반 심리치료법’을 사람들이 쉽게 만나고 그 효과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녀는 전통을 고집하거나, 종교·과학과 벽을 쌓지도 않는다. 타라는 항상 솔직하고 단순하게 메시지를 전한다. 그 메시지는 ‘눈을 크게 뜨고 현실의 실패를 바라보면 그 받아들임의 토대 위에 진실한 자신의 길을 닦아 나갈 수 있다.’는 내용이다. 솔직담백한 그녀의 가르침은 다양한 고통의 모습과 기원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시킨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사람, 가사와 육아에 지친 엄마, 병환에 시달리는 환자, 직장 스트레스와 인간관계에서 상처 입은 회사원 등 인생의 다양한 상황에서 얻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그냥 들고 있거나 도망치기 바쁜 사람들에게 타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명상 수행으로 스스로를 치유하도록 독려한다.

그녀는 마음챙김 명상과 함께 자비로운 마음이 우리를 영적으로 깨어나게 하고 감정적인 상처를 치유하게 한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이 세상의 고통은 우리가 서로를 자비로운 마음으로 보살펴줌으로써 덜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저는 부처님 같은, 세세생생 진리를 찾는 구도자 같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찾고 있어요. 사람들은 그것을 ‘신(神)’이라 부르고, ‘다르마(Dharma)’라고 부르는데, 저에게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현재의 존재함과 사랑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본성은 의식이고, 생명이며, 사랑입니다.”

타라의 가르침은 서양의 심리학, 불교의 명상수행법, 내면[마음]에 대한 알아차림, 우리가 몸담은 세상에서 자비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등이 모두 융합돼 있다. 현재 그녀는 자신이 세운 통찰 명상공동체를 운영하면서 유럽과 미국 전역에서 수업과 워크숍을 열고, 집단 명상 수행을 통해 수많은 사람을 일깨우고 있다. 또한 매월 200여 국가에서 그녀의 메시지를 담은 팟캐스트가 150만 회 이상 다운로드 되고 있다.

타라 브랙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그녀의 대표 저서인 〈Trusting the Gold-Uncovering Your Natural Goodness〉와 〈Radical-Compassion〉.
타라 브랙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그녀의 대표 저서인 〈Trusting the Gold-Uncovering Your Natural Goodness〉와 〈Radical-Compassion〉.

문진건
현재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학과 조교수. 미국 ‘California Institute of Integral Studies(CIIS)’에서 동서양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CIIS 동서양심리학과 초빙교수(2012~2014), 미국 중독심리전문상담사(CAADAC), 동국대학교 명상심리상담학과 책임교수(2015~2019)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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