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비교한 에히리 프롬의 사상 한 권에
박찬국/운주사/2만 원

에리히 프롬(Erich Pinchas Fromm, 1900~1980)은 쇼펜하우어·니체와 함께 근·현대 서양철학자 중 불교에 우호적인 시선을 보낸 인물이다. 그는 “불교야말로 어떠한 비합리적 신비화, 계시,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철저하게 이성적인 종교”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에리히 프롬의 불교관은 그의 사상 정립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정작 에리히 프롬이 불교에 깊은 애정을 가졌고, 명상 수행을 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박찬국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가 에리히 프롬의 사상과 불교 사이의 동질성과 차이점에 대해 비교·분석한 책을 출간했다.

에리히 프롬은 모든 종교와 철학, 정치·경제적 이데올로기를 비롯한 인간의 삶 자체의 목적은 자아와 세계 사이의 분열을 극복하는 것이지만, 우리가 개척해온 길은 대부분 분열을 심화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분열을 극복하는 가장 올바른 방법을 제시한 게 바로 ‘불교’라고 봤다.

에리히 프롬은 불교의 통찰을 받아들이는 한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마르크스의 역사적 유물론, 실존 철학 등 폭넓은 사상을 섭렵했다. 그는 이러한 사상을 통합, 융합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사상을 구축했다. 저자는 에리히 프롬이 정립한 사상과 불교를 비교·분석해 상세히 정리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프롬의 사상은 핵심적으로 불교와 동질성을 가지고 있지만, 세부적인 면에서 불교를 보완할 수 있는 많은 요소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책은 △쇼펜하우어와 니체 그리고 프롬의 불교관 △프롬의 인간관과 불교의 인간관 △덕(德) 윤리로서의 프롬의 윤리학과 불교의 윤리학 △프롬의 정신분석학과 불교 △프롬의 사회사상과 불교의 자본주의 △불교도로서의 프롬과 한국불교의 미래 등 6부로 구성됐다.

저자는 서론을 통해 “에리히 프롬의 사상은 핵심적인 부분에서 불교와 동질성을 갖지만 세부적인 면에서 불교를 보완할만한 많은 통찰을 담고 있으며, 불교 역시 프롬의 사상에서 볼 수 없는 독자적인 통찰을 담고 있어 서로 상호보완할 수 있다.”면서 “이 책은 프롬과 불교 사이의 생산적인 대화를 매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박찬국 교수는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청송학술상·원효학술상·운제철학상·반야학술상 등을 수상했으며, 〈그대 자신이 되어라 – 해체와 창조의 철학자 니체〉·〈들길의 사상가, 하이데거〉·〈안티크리스트〉·〈우상의 황혼〉 등 다수의 역·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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