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3일, 천주교·서울시·중구청 등 5곳에 공문 발송
‘해인도’ 2006년 특허청 등록…“불교 가치 훼손” 주장

서울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제2상설전시실에 설치된 작품 '일어나 비추어라'. 오른쪽 중앙에는 해인도와 유사한 문양이 작은 원들로 새겨져 있으며, 하단의 십자가와 연결돼 있다. (사진=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홈페이지)

해인사가 “서울 서소문 역사박물관에 전시된 나전칠화 작품 ‘일어나 비추어라(Surge, Illuminare)’에 해인사의 상징도형인 ‘해인도(海印圖)’가 천주교의 목적에 왜곡되게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 천주교에 작품 철거를 요청했다.

해인사(주지 현응 스님)는 10월 13일 천주교서울대교구·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옹청박물관에 ‘서소문 역사박물관 및 옹청박물관 전시작품 철거 요청’ 공문을, 서울시와 중구청에 ‘서소문 역사박물관 전시작품 철거 협조 요청’공문을 발송했다.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라고도 불리는 ‘해인도’는 신라 의상대사가 668년 중국 유학 당시 〈화엄경〉을 연구해 불교 경전의 방대한 뜻을 요약하고, 〈화엄경〉의 근본 사상과 깨달음의 과정을 7언 30구 210자 게송으로 구성하여 54각이 있는 도인에 합쳐 만든 것이다.

문제가 된 작품은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과 한국순교자 124위 시복(諡福)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됐다.’고 안내되고 있다. 작품은 가로 960cm, 세로 300cm 규모의 대형 나전칠화로, 오른쪽 중앙에는 해인도와 유사한 문양이 작은 원들로 새겨져 있으며, 하단의 십자가와 연결돼 있다.

서소문 역사박물관 관계자는 해당 문양에 대한 불교계언론사의 질의에 대해 “강강술래를 하는 하늘나라 잔치를 형상화 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 작품은 여주시 소재 옹청박물관과 바티칸 교황청에서도 전시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해인사는 천주교서울대교구에 발송한 공문을 통해 “해안도는 불교의 정체성과 사상을 압축한 도형으로, 해인사에서는 해인도의 가치를 온전히 보존·전승하고 해인도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방지하고자 2006년 특허청 상표등록(출원번호 40-2005-0048936)을 완료했다.”면서 “전시작품에 사용된 해인도에 대한 도용 사실을 진솔하게 인정하여 전시작품을 철거하고, 해인사에 정중한 사과를 통해 종교간 화합의 길, 국민 화합의 길로 가주길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서울시와 중구청에는 “불교의 상징도형인 ‘해인도’를 천주교의 목적에 맞게 무단으로 변형·사용함으로써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불교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서소문 역사박물관의 행위는 종교간 갈등을 유발함은 물론 국민통합을 해치는 행위라 할 것”이라며 작품 철거 협조를 요청했다.

해인사는 또 ‘한국천주교 교단에 드리는 요청문’을 통해 “왜 다종교 국가인 대한민국 수도 중심지에 천주교 성지역사박물관을 서울시가 건립하는지도 의문이며, 그 박물관에 한국순교자 124위를 기념하는 그림이 공립 역사박물관에 전시되어야 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 작품의 핵심부위에 불교와 해인사의 상징인 해인도가 대형으로 표현되어 버젓이 천주교의 목적에 사용된다는 것은 해인사로서는 용인할 수가 없다.”면서 “한국천주교 교단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확인하고 살펴 문제의 작품을 철거해주기를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해인사가 천주교서울대교구·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옹청박물관·서울시·중구청 등에 발송한 공문. 
해인사가 천주교서울대교구·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옹청박물관·서울시·중구청 등에 발송한 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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