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6호

천태차문화연구보존회(이사장 무원 스님·천태종총무원장)921일 서울 관문사에서 1회 천태지관차법전승학술대회를 개최했다는 소식이다. 차인들의 관심 속에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천태지관 수행과 의천 대각국사의 천태사상이 고려 뇌원차(腦原茶)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살펴본 자리로, 우리나라 선차(禪茶) 정맥의 전승과 변화과정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려에 천태종을 개창한 대각국사 의천 스님은 고려 차의 저변 확대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문종의 넷째 아들로 송나라로 건너가 불법을 공부했으며, 이후 송나라 황실 어전차인 용봉단차(龍鳳團茶)를 수입하는 대신 고려의 뇌원차를 송나라로 수출해 양국 간 차 교류에 큰 업적을 남겼다. 의천 스님은 고려에 귀국한 후에도 선()과 천태지관을 통해 다선삼매의 정신세계를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렇게 한국불교가 중국과 다른 독창적인 차 문화를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음에도 의천 스님의 뛰어난 교학적 업적에 가려져 스님의 천태 선차 관련 연구는 미흡했던 게 사실이다.

이번 대회를 주최한 천태차문화연구보존회는 대각국사 의천 스님의 다선삼매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유일무이한 단체다. 1990년 부산 삼광사에서 설립된 후 전국 천태종 주요 사찰의 다도회 개설을 이끌었고, 현재 20여 사찰 다도회가 소속돼 있다. 한동안 정치적 이유로 한·중 간 민간교류가 소원했고, 이후 코로나19 여파로 차 문화 전승도 탄력을 받지 못했다. 이제 외부적 방해요인이 걷히고 있는 만큼 대각국사의 음다풍(飮茶風)을 계승해 한국 선차의 맥을 계승·발전시키고, 나아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불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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