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신라시대 목조불상인 ‘합천 해인사 목조비로자나불좌상’이 국보로 승격된다.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합천 해인사 법보전 목조비로자나불좌상(法寶殿 木造毘盧遮那佛坐像) 및 복장유물’ 및 ‘합천 해인사 대적광전 목조비로자나불좌상(大寂光殿 木造毘盧遮那佛坐像) 및 복장유물’ 등 2건을 국가지정문화재국보로 지정 예고했다고 1일 밝혔다.

2012년 보물로 지정된 ‘합천 해인사 법보전 목조비로자나불좌상 및 복장유물’, ‘합천 해인사 대적광전 목조비로자나불좌상 및 복장유물’은 각각 합천 해인사의 법보전과 대적광전에 모셔졌으나 지금은 ‘대비로전(大毘盧殿)’에 함께 안치되어 있다.

두 불상의 제작 시기는 불상의 조각양식과 지정조사 과정에서 실시한 과학적 조사를 토대로 하면 통일신라 9세기 후반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해인사가 802년 창건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법보전 및 대적광전 비로자나불상이 해인사 창건시기와 머지않은 시점에 조성됐으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불상으로서 역사·학술적 가치가 매우 크다.

해인사 법보전과 대작광전 목조비로자나불좌상은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서도 뛰어난 조각기법을 보여준다. 비로자나 부처의 수인을 하고 한쪽 어깨를 드러낸 옷차림, 둥근 얼굴과 당당한 신체표현, 신체를 자연스럽게 감싼 옷 주름 등은 9세기 석굴암 불상을 연상시킬 정도로 조각의 완성도가 높다.

복장유물 또한 한국불교사·미술사적으로 가치가 매우 높다. 해인사는 1489년에서 1490년 동안 조선왕실의 후원을 받은 당대 고승 학조대사에 의해 중창되었다. 복장유물에는 고려 후기에서 조선 초기 동안 이루어진 불상의 중수과정에서 추가로 납입된 전적류와 각종 직물들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1490년 불상을 중수하면서 납입한 복장유물은 조선 초기 왕실 발원 복장유물의 대표사례로 평가받아 왔으며, 특히 완벽하게 보존된 후령통(候鈴筒, 복장을 넣은 통)을 통해 16세기 〈조상경(造像經)〉이 간행되기 이전에 복장물의 종류와 복장유물을 넣는 절차가 이미 정립되어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대상은 총 7건으로, 불교회화 1점·불교전적 5점·고고유물 1점이다.

‘속초 신흥사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는 1755년 수화승(首畵僧) 태전 스님을 비롯한 태전·칠혜·휴봉·태상·재옥·의률·순명·두훈·성총·재성 스님 등 10명의 화승이 불화 제작에 참여했다. 해외로 유출된 후 60여 년 넘게 전해져 내려온 불화는 2020년 미국에서 환수됐다.

‘속초 신흥사 영산회상도’는 강원도 지역에 소수만 남아있는 18세기 불화로서 희소성이 있고 조선왕실의 안녕을 위해 건립된 원찰인 신흥사에서 영산재 개최를 위해 조성한 후 극락전에 봉안하였다는 점에서 역사·학술·종교적 의미를 지닌다.

불교전적 분야에서는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詳校正本慈悲道場懺法)’ 4건을 지정 예고했다. 4건은 1352년(고려 공민왕 1년)에 조성된 목판에 찍어낸 불경으로서, 절첩 형태의 전남대 소장본을 제외하고 모두 책자 형태이다.

〈법화현론(法華玄論) 권3∼4〉는 1102년(고려 숙종 7)에 대흥왕사에서 간행한 불경을 1461년에 간경도감에서 다시 간행한 것이다. 〈법화현론 권3∼4〉는 모든 권차의 책이 갖춰진 완질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유일하게 알려진 법화현론 판본이다.

이 밖에 ‘함안 말이산 45호분 출토 상형도기 일괄’은 집모양 도기 2점, 사슴모양 뿔잔 1점, 배모양 도기 1점, 등잔모양 도기 1점 등 총 5점으로 구성된 일괄 출토품이다. 삼국시대 고분에서 이렇게 여러 점의 상형도기가 한 벌을 이뤄 출토된 경우가 매우 드물다.

문화재청은 “‘합천 해인사 법보전 목조비로자나불좌상 및 복장유물’, ‘함안 말이산 45호분 출토 상형도기 일괄’ 등 9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